출처 |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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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속 난민 문제를 부지런히 고발하는 <토리와 로키타>가 지난 5월 10일 개봉했다. 역사상 최초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75주년 특별기념상을 수상하며 화두에 오른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스크린 개봉 전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소개됐다. 난민 수용은 벨기에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 전역을 넘어 전 세계적 이슈로 주목받고 있다.

영화는 새 삶을 찾기 위해 벨기에로 이주한 토리와 로키타가 서로의 보호자가 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동시에 유럽 사회에 표류하는 젊은 이민자들이 얼마나 비참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들은 복지국가인 벨기에의 보호시설에 살고 있다. 그렇지만 정작 할 수 있는 일은 불법적인 일들로, 쉽게 폭력에 노출된다. 영화는 아동 난민들을 향한 어른들의 이기주의를 비판한다.

다르덴 형제 감독은 ‘아프리카 난민’이라고 불리며 꼬리표를 떼기 어려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오프닝 장면에서 난민 지위 심사를 받는 로키타를 보여준다. 그녀는 면접관의 날카로운 질문에 계속해서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고, 체류증 불허가를 받게된다. 해당 장면을 롱테이크로 보여주면서 관객들에게 로키타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오롯이 전해준다. 아이들이 머물 곳은 어디에도 없다. 

감독은 장면뿐 아니라 음악으로도 인물의 삶을 표현했다. 토리와 로키타는 같은 노래를 여러 번 부른다. 이 노래는 더 강한 존재가 더 약한 존재를 잡아먹듯, 폭력은 늘 아래로만 향한다. 가사 속 이리저리 치이는 약한 존재들은 착취당하는 이들을 연상시킨다.영화는 잔혹하고 간결한 엔딩을 보여준다. 해피엔딩으로 그들을 구원하거나 현실과 타협할 수도 있지만 감독은 이를 선택하지 않았다. 불법 체류자 로키타는 체류증 발급이 급했기에 마피아와 연관된 마약 밀매에 가담한다. 그렇지만 공황장애가 있는 로키타에게 홀로 마약 공장을 지키고 관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결국 로키타는 그들에게 필요 없는 존재가 되고, 허무하게 죽임을 당한다.

로키타가 죽음에 이르는 엔딩은 어쩌면 당연하다. 쓸모가 없으면 어른들에게서 버려지는 엔딩은 아동 난민이 처한 불공정한 현실을 고발한다. 그리고 그녀의 죽음은 토리를 지키고자 희생하는 차원에서 또 다른 의미를 낳는다. 다르덴 형제 감독은 관객들에게 죽음을 앞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타인을 향한 우정과 연대가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토리와 로키타>는 어른들의 더러움보다 훨씬 순수한 우정을 보여준다. 우리 사회는 토리와 로키타의 우정을 본받아 연대해야 한다. 사회제도의 사각지대에 갇혀 희생되는 아이들이 더는 있어서는 안 되며 분명히 보호받아야 마땅하다. 하루빨리 난민 문제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국제적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길 소망하며 토리와 로키타와 같은 아이들이 또래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지낼 수 있는 사회가 오길 기대한다.

정혜윤 기자 hyeyun6890@h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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