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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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으로 대비되는 두 인물이 내면적 갈등을 통해 자아를 찾는 과정을 그려낸 뮤지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가 지난달 14일 대학로에서 막을 올렸다. 헤르만 헤세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이 작품은 단 두 명의 배우가 출연해 무대를 이끈다.

관객석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고풍스러운 세트다. 무대 천장에 있는 조명으로 배우를 돋보이게 하는 한편 무대 뒤편에 그림자를 보여주며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또한 골드문트가 만든 조각품을 조명으로 표현해 관객들이 이를 통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이야기는 골드문트가 아버지 손에 이끌려 규율과 금기가 삶을 통제하는 수도원에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젊은 수도사인 나르치스는 골드문트를 한눈에 알아보고 그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골드문트 역시 나르치스를 본 순간 그에게 사로잡힌다. 두 사람은 깊은 희열을 느끼며 서로의 영혼에 뜨겁게 빠져든다.

윤상원 연출가는 원작 소설을 뮤지컬로 각색해 연출하면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가 느끼는 복잡한 감정들을 음악을 통해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특히 서로를 향한 복잡한 열망이 담긴 넘버 12 ‘요한’은 관객을 매료시키는 힘이 있다. 두 주인공의 불안정한 감정과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감정은 ‘요한’을 통해 관객들에게 온전히 전달된다.

나르치스는 수도사로서 정신과 이성을 강조하는 삶을 사는 반면, 골드문트는 감성과 그에 대한 도취로 삶을 대하는 예술가다. 두 사람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진짜 나’를 찾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작품은 서로 다른 인생의 방향을 표현하며 두 사람의 자아 완성 과정을 보여준다. 양극단에 서 있는 두 사람은 서로를 채우며 자기 자신을 찾는다. 관객 또한 한 인간이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하며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반성하게 된다. 특히 나르치스가 평생을 공고히 해온 자신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에 혼란을 느끼지만 결국 그것을 인정하고 새로운 자아를 찾는 것은 많은 관객에 의해 최고의 장면으로 뽑힌다.

또한 작품은 관객들에게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의 관계로부터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여지를 준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자신과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상대를 오래전 잃어버린 자신의 일부라고 느끼며 하나가 된다.

두 사람은 보통의 연인들 사이에 존재하는 이성적인 감정이 아닌 서로의 존재 자체를 존경하고 갈망하는 마음으로 연결됐다. 이러한 둘의 관계성은 관객들에게 새로운 사랑의 형태를 제시해 사랑의 개념을 재정립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 두 사람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뮤지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대학로 티오엠에서 7월 2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최지우 수습기자 jiwoochoi@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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