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사랑 (응통‧4)
| 이사랑 (응통‧4)

고등학교와 비교했을 때, 대학 생활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방대한 양의 레포트와 서술 시험이다. 여러분이 대학교에서 처음 레포트를 작성할 때, 그리고 시험 답안지를 받았을 때 어떠한 생각이 들었는가. 이 엄청난 분량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막막하지 않았는가.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수업과 오픈북 시험에 익숙해진 탓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평소 글쓰기 능력을 갖추고 꾸준히 유지한다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을 것이다.

기술과 미디어의 발전 속에서 우리는 더 이상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 방식을 택하고 있다. 전공 서적이 아닌 전자 기기 속 강의 파일을 다운로드하고, 필기는 볼펜이 아닌 전자 도구를 사용한다. 또한 이미 SNS와 영상 미디어가 우리의 일상을 차지해 버린 지 오래다. 이제는 누가 정보를 더 빨리, 더 많이 찾느냐가 중요하지 않다. 누가 챗GPT를 더 능숙하게 사용하느냐가 그 사람의 정보 습득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돼 버렸다.

그렇지만 누가 나에게 책과 글쓰기가 가치 없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난 ‘아니오’라고 답할 것이다. 취업 준비생에게 자기소개서는 면접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또한 교수님에게 메일을 보내거나 논문을 인용하는 것은 글을 스스로 작성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능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는가. 바로 꾸준한 독서를 통해 자신만의 글을 작성하는 습관을 지니는 것이다.

AI와 미디어는 우리에게 단기간에 효과적으로 많은 내용의 정보를 전달한다. 하지만 AI는 우리 대신 시험 시간에 1,000자 이상의 답안지를 작성해 주지 않는다. 합격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주시만, 그것은 AI가 만든 정답이지 진짜 내 인생을 소개한 게 아니다. 또한 미디어는 우리에게 생각의 시간을 허용하지 않는다. 휴대폰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수많은 영상, 그것들은 단지 우리에게 잠깐 스쳐갈 뿐, 조금이라도 생각하거나 잠시 쉬어 갈 틈을 주지 않는다.

반면, 책은 우리에게 정보를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재생 시간에 쫓기지 않아도 되며 언제든 필요하면 다시 꺼내 볼 수 있다. 내가 스스로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과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강의 내용이든 일반 서적이든 한 번 책의 내용을 자신만의 글로 요약하고 해석해 보자. 단순히 자판을 사용하는 것보다 직접 손으로 쓰는 글은 쓰면서 생각하는 시간을 몇 배로 늘려준다. 내가 잘 요약하고 있는지, 이럴 땐 이 단어를 사용하는 게 맞는지 검토하며 스스로 돌아보는 것이다. 이것이 문해력과 글쓰기 능력을 키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다시 책과 볼펜을 잡아보자. 그동안 익숙했던 전자 기기 대신 펜으로 진짜 글을 작성해 보자. 처음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비효율적일 수 있다. 그러나 먼저 나만의 요약본이 완성돼야 여기에 내 의견을 어떻게 글로 표현할지 고민할 수 있다. 또한 펜을 통한 글쓰기가 습관이 된다면, 나도 이제 많은 분량을 채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 위 내용은 학보의 방향과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오피니언을 쓰고 싶으신 분들은 김하람 편집국장(010.8805.9684)에게 문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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