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한 요양원에서 지난 1월 노인이 낙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제 몸을 가누기 힘든 노인은 침대에서 떨어진 채로 약 20분간 방치됐다. 반창고를 두 달간 떼지 않아 몸에 협착되거나 오랜 시간 세척하지 않은 틀니가 부식되는 등의 방임 정황 또한 발견됐다. 경찰은 방임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지만 노인은 지난 8월 숨졌다.

요양원 노인 학대 및 방임 사례는 수년간 꾸준히 보도됐다. 이에 정부는 지난 5월 8일 장기요양기관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노인장기요양보호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이하 시행규칙)을 공포했다. 시행규칙에 따르면 CCTV는 현관, 복도, 거실과 치료실 등 각 공용시설에 1대 이상 설치돼야 한다. 침실의 경우 사생활 보호를 위해 수급자 또는 보호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 정부가 꾸준히 제기되는 요양시설 내 학대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한 것이다.

하지만 CCTV 설치는 학대 예방에 대한 실효성이 낮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시설 내 학대는 우발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CCTV 설치는 단편적 조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노인 학대 및 방임 문제는 제도 시행 후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CCTV 설치 의무화가 상황을 개선할 순 있어도 완전한 해결을 이뤄낼 순 없다는 방증이다.

노인 학대 및 방임의 근본적인 문제는 돌봄노동 종사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기인한다. 지난 몇 년간 돌봄노동 종사자의 인권침해 사례는 꾸준히 보도됐다. 지난달 26일 요양원 내에서 이용자로부터 지속적인 성희롱과 폭언 등에 시달린 요양사의 사례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제도 개선 촉구 기자회견이 개최되고 안전지원사업이 시행되는 등 권리 신장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안전장치가 없는 상황 속에서 이들은 점점 병들어 간다. 올바른 직업의식을 가지기 어려운 환경의 지속은 돌봄 시설 질의 악화를 수반한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돌봄 시설의 인력이 확충되고 임금이 인상되는 등 돌봄노동 종사자의 처우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돼 이들이 올바른 직업의식과 윤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이 들고 병들어 오갈 데 없는 노인들은 시설 내 부조리함이 빈번하게 발생함에도 요양원에 입원할 수밖에 없는 외통수에 서 있다. 요양시설의 질은 노년층 삶의 질과 직결된다. 우리나라의 모든 국민이 안정된 노후를 영위할 수 있도록 요양원 노인 학대에 대한 본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출처 | 오마이뉴스
출처 | 오마이뉴스

 

 

최지우 기자 jiwoochoi@h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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