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대회에 출전하는 마라토너들의 도전을 담은 영화 <1947 보스톤>이 지난달 27일 개봉했다. 영화는 국민 영웅 손기정과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서윤복, 남승룡의 이야기를 담았다.
<태극기 휘날리며>, <쉬리> 등을 연출한 강제규 감독의 복귀작인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강제규 감독은 선구적 시각으로 한국 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평가받는 인물이다. 영화는 개봉 직후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하며 추석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시상대에서 가슴에 단 일장기를 가렸던 기정은 일제의 탄압으로 마라톤 생활을 그만둔다. 마음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기정은 명예 회복을 위해 승룡, 윤복과 함께 런던 올림픽에 나가기로 결심한다.
우리나라는 광복 후에도 난민국으로 분류돼 완전한 독립을 이루지 못했다. 올림픽 출전은 허용됐지만 미국의 속국으로 여겨져 난항을 겪었다. 당시 우리나라에게 올림픽은 대한민국이 자주적인 독립국으로서 바로 섰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자리였다.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관객에게 뜨거운 울림을 준다.
이외에도 재정보증금 마련 등 다양한 어려움에 부딪히지만 세 사람은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나아간다. 결국 이들은 1947 보스톤 대회에서 1등을 거머쥐며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다.
영화는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인위적인 장치 없이 담백하게 풀어낸다. 극적인 효과 대신 실제 이야기를 고스란히 유지하는 방식으로 관객의 몰입을 돕는다. 관객은 군더더기 없는 내용 구성과 완벽하게 구현된 세트에 현장감을 느끼며 이야기에 동화된다. 강제규 감독은 ‘감정 과잉에서 오는 신파가 거부감을 준다’며 ‘감정이 불필요하게 확대되는 것을 피하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또한 섬세한 연출기법은 정적인 듯 치열한 마라톤의 매력을 살린다. 정확한 수치를 통해 결승선을 통과하기까지 흐르는 시간을 나타냈으며, 선수들의 표정 변화에 각 코스의 고비를 담았다.
이는 윤복이 경기 도중 위기에 빠지고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도 부각된다. 윤복은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개에 걸려 넘어지면서 놓친 페이스를 되찾기 위해 노력한다. 이 장면은 실감 나는 경기 중계로 마라톤 장면을 더욱 몰입감 있게 묘사한다.
영화는 마라토너들의 길고 끈질긴 여정을 통해 도전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많은 이들이 이 <1947 보스톤>을 통해 자신이 꿈꾸고 있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이뤄나가길 바란다.
김다미 수습기자 dami1219@h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