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솔직함이 주목받는 시대 속에 살아가고 있다. 생각, 감정 등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것이 점차 매력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싱어송라이터 백아는 이러한 흐름에 역행한다.

백아는 최근 주목받는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데뷔곡 ‘테두리’가 예능 프로그램 ‘하트시그널’ 시즌2에 삽입돼 알려지기 시작했다. 또한 하트시그널 시즌4에서 삽입된 노래 ‘첫사랑’을 통해 유명해졌다. 연인 사이를 묘사한 다양한 표현과 장면들이 프로그램 속 두 남녀 간 상황과 겹쳐지며 시청자들의 감정을 자극했다.

백아가 쓴 노랫말에는 세심함이 묻어 있다. 자신의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기보다 비유적 표현으로 조심스레 마음을 전한다. 노래 첫사랑도 이처럼 처음 느낀 사랑의 감정을 가사에 눌러 담아 우리에게 살며시 건넨다.

노래는 ‘널 흘려보내야만 해’라는 문장을 시작으로 첫사랑을 정리해야 함을 고백한다. 그러나 상대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은 계속해서 고개를 내민다. 화자는 이러한 마음을 부추기는 빛을 피해 계속해서 도망간다. 반복되는 고민 끝에 결국 ‘빈 갈피에 차오른 우리라는 색은 완벽할 필요 없이 아름다운 영화였어’라며 인연을 정리한다. 빛, 색 등에서 연상되는 감각적 이미지들은 곡을 한층 더 입체적으로 만든다.

첫사랑은 인생이라는 전시회를 장식하는 멋진 작품이 된다. 훗날 돌아보면 이는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다. ‘이 시간의 난 너와의 시간을 물들이고 첫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지어지나봐‘라는 문장이 이를 표현한다. 이 가사를 통해 청중은 첫사랑을 잊어야 하는 아픔보다는 오랫동안 추억할 수 있는 기억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출처 | 멜론
출처 | 멜론

발음의 유사성을 활용한 방식도 눈에 띈다. 곡 마지막 부분에서 ‘첫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지어지나봐’ 이후 ‘첫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지워지나봐’라는 가사가 이어진다. 비슷한 발음이지만 상반된 의미를 가진 어구를 반복함으로써 노래가 끝난 후에도 짙은 여운을 남게 한다.

가사에 덧입혀진 악기 연주는 곡의 분위기를 한층 돋보이게 한다. 기타는 4개 코드의 반복만으로 곡 전체의 분위기와 리듬감을 형성한다. 피아노는 첫사랑과 보낸 추억을 회상하는 장면에서 추가돼 정서를 심화시킨다. 이 모든 것이 백아의 목소리와 어우러져 첫사랑의 아련한 감정들을 전한다.

백아의 노래는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사람들에게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조용히 노래를 음미하다 보면 과거를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노래를 들으며 그동안의 인생을 천천히 추억하면 일상에 파묻혀 보이지 않던 것들이 비로소 얼굴을 드러내고 사람들을 맞이할 것이다.

 

 

김주성 기자 kimjs20020426-@h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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