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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 잡힌 한국경제, 디플레이션 늪
2015년 04월 21일 (화) 09:30:00 윤선미 기자, 이단번 기자 kino2305@hs.ac.kr , matstar@hs.ac.kr


 생산과 소비,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물가상승률도 계속 떨어지면서 디플레이션 위험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파다하다. 지난 4일 최경환 부총 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디플레이션이 큰 걱정”이라고 밝힌 뒤 한국은행을 겨냥한 정책 조언이 각계에서 쏟아졌다. 금리를 내리고 양적완 화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왔다. 한국 경제에 디플레 위협은 과연 어디까지 다가온 것일까?


  한국 경제에 찾아온 ‘적신호’

 세계경제는 디플레이션 공포에 휩싸이고 있 다. 유로존은 2008년 미국에서 불거진 글로벌 금융위기, 2010년 그리스에서 터진 재정위기에 이어 세 번째 경기침체(트리플딥) 위기에 직면한 모습이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일부 EU회원국 은 이미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접어들었다.


 디플레이션은 물가 하락세가 장기화 됨에 따 라 경기가 침체하는 현상을 말한다. 디플레이션 상태에 진입하면 경제의 수요와 공급, 양측이 함 께 타격을 받는다. 공급 측면에서 물가가 내려가 면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되어 투자가 감소한 다. 반면 수요측면에서 물가가 내려가면 지속적 인 하향세가 기대돼 소비가 준다. 이에 따라 투 자와 소비활동이 축소될 경우 경제는 성장을 멈 추고 실업자를 양산한다.


  디플레이션이 또다른 플레이션을 만드는 악순환이 지속되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경우 지난 22개월째 물가상승률이 1%대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 이미 투자와 소비 가 위축되어 사실상 디플레이션 피해가 현실화 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정책금리를 1%까지 낮추는 공 격적인 저금리 정책을 폈고, 디플레이션 우려는 해소됐다. 그러나 이로 인해 글로벌 자산 버블을 키워 오늘날의 디플레이션 배경이 생성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 한국 경제는 성장률은 낮아지고 불평등 은 심화되는 ‘저성장 불평등’ 구조로 치닫고 있다.


 디플레이션의 덫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정부는 금 리인하와, 소득주도성장론 담론을 내세우며 경 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금리 인하의 순기능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갚아야 할 이자가 줄어들기 때문에 순 이익이 증가하게 된다. 때문에 기업은 투자와 고용에 더 많은 힘을 쏟을 수 있어 내수경제 활성화에 일조하게 되는 것이다. 가계의 경우,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채 무자가 내야 하는 대출이자의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또한 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차입(돈을 빌리는) 규모는 늘고 비용은 줄어들게 된다. 금융통화위 원회(이하 금통위)는 이를 바탕으로 사상 최초 1%대의 저금리 정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이론은 금리와 환율만을 고려한 것으로 많은 요인들이 작용하는 실물 경제에서도 제 역할을 할지는 미지수다.




  환율전쟁 대열에 합류한 대한민국

 금리가 떨어지면 환율은 올라간다. 환율이 오르면 국산 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져 수출기업들의 이익이 증가한 다. 또한 수입상품의 국내가격이 상승 하게 되는데, 이는 국내시장에서 수입 상품과 경쟁관계에 있는 국산상품의 판매량을 증가시키게 된다.


 결론적으 로 저금리로 인한 환율의 상승은 국 내 기업의 수익률을 증가시키는 효과로 나타나게 된다. 지난해 10월부터 일본·유로존·덴마크·스위스 등 국제 경제정책의 흐름이 금 리 인하를 통한 통화 가치 하락으로 향했다.


  각국의 연이은 금리 인하 경쟁을 이 른바 ‘환율전쟁’이라고 표현하는데, 한국도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환율전쟁에 참 가했다고 보는 시각이 나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금통위 정례회의 직 후의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 전체 수출 비중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대(對)유럽 수출이 많기 때문에 유로화 환율 변동은 엔화 환율 못지않게 가격 경쟁력 측면에 서 우리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유로화와 엔화 변화를 모두 주의 깊게 보 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환율정책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11일, 원-달 러 환율은 사흘 연속으로 상승해 근 20개월 만에 최고치인 달러당 1126.5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금융시장 혼란 과 시장 금리 상승에 따른 실물 경제 타격 등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경기침체의 탈출방법으로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를 결정하더라도, 미국과의 금리 차이 축소로 인한 자본 유출과 이에 따른 환율 급등, 금리 상승 등 금융시장 혼란 우려 탓에 선뜻 기준금리를 내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한국에서는 수출과 내수, 기업과 가계의 소득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그 원 인으로 수출기업의 이득이 가계 등의 내수로 흘러가는 ‘낙수 효과’가 더는 나오 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낙수효과는 정부가 대기업에게 투자를 증대하면, 대기업을 필두로 중·소기업과 가계의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2007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한국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2.3% 하락했다. 명 목임금은 12.4% 올랐지만 이 기간 동안 물가가 14.5%나 뛰었다. 임금인상폭이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쳐 해가 갈수록 실질임금이 줄어든 셈이다.


 낙수효과의 실 패 이유로는 주요 대기업들의 사회적 부가가치 생산이 정체된 데다 기업 이익을 유보금으로 사내에 쌓아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의 저금리 대응이 일부 기업의 수출 증대에 작용하고 그칠지도 모른 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저금리 행진, 전세난 발발


  전문가들은 저금리로 인한 가계부채의 증가를 염려했 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금통위의 기준금리 책정은 세 차례동안 0.25%씩 낮아졌다. 연이은 기준금리의 인 하는 부동산의 자본가치 상승을 이끌어냈다. 집값이 오 르는 현상은 곧 전셋값의 폭등을 의미한다.


 집주인은 디 플레이션과 맞물린 저금리 정책에서 경제 안정을 위해 전셋값을 올리거나 전·월세 변경을 할 수밖에 없게 된 다. 때문에 저소득층 서민들은 높이 뛴 전셋값을 감당하 거나 저금리 모기지 대출을 찾게 되는 것이다. 지난 16 일 부동산매매 사이트 ‘부동산114’는 전국 아파트 전셋 값 평균이 2000년 이후 처음으로 2억을 돌파했다는 통 계자료를 공개했다. 결국 저금리를 통해 집값을 올려 경 기를 회복시키겠다는 정책은 오히려 서민들의 주택난만 을 불러오게 됐다.




  더 벌어 더 소비하고 더 성장하는 ‘소득주도성장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가 적극적인 '돈 풀 기(양적완화)' 정책을 폈음에도 경기는 기대만큼 되살아 나지 않았다. 대기업이 성장하면 그 혜택이 아래로 퍼진 다는 '낙수효과'에 대한 의구심도 커졌다. 이에 전 세계 적인 저성장의 원인을 임금 격차에 따른 소득 불평등에 서 찾는 ‘소득주도성장론’은 국민 소득을 직접적으로 끌 어올리는 성장담론으로 떠올랐다.


  ‘소득주도성장론’은 미국·일본에서도 제기돼 탄력을 받고 있지만, 과연 디플레이션의 위기에서 벗어 날 수 있 을 지에 대한 의문은 계속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론은 대중의 소비 부족을 경제 위기의 주된 원인으로 본다. 그러나 자본주의에서 경제 성장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 치는 것은 대중의 소비보다는 자본가들의 투자와 임금 인상이다.


 때문에 정부가 아니라 오히려 기업의 결심과 자발적 참여가 필요하다. 그러나 기업들이 임금을 함부 로 인상하지 않는다. '소득주도성장론'이 말하는 소득은 '노동 소득'을 말한다. 즉 임금이다. '금리'는 올렸다 내렸 다 할 수 있지만, '임금'은 한번 올리면 그 뒤로 다시 내리 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소득의 증대가 반드시 소비의 확대로 이어진다는 보 장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이란 소득이 늘어나면 소비가 덩달아 늘어난다는 점을 전제로 하는데, 현실은 꼭 그렇지 않다. 일본의 디플레이 션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사람들이 늘어난 소득을 모두 은행에 ‘저축’해버리면 소비가 일어나지 않게 되고, 성장 효과는 사라진다.




 일본과 닮은 한국 경제

 ‘잃어버린 20년’은 일본의 장기화된 디플레이션 경 제 구조를 일컫는 말이다. 일본은 90년대에 들어서 면서 자산버블의 붕괴와 함께 경제 성장률이 1%대 로 떨어지게 됐다. 이후 아베 신조 총리가 2012년 말 부터 ‘아베노믹스’를 주창했지만 지금까지도 일본은 디플레이션 경제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 본의 디플레이션은 버블 붕괴 외에도 ▲사회구성원 의 고령화 ▲기업의 투자 기피 ▲가계의 소비 위축 등이 엮여져 생성됐다. 각각의 문제들이 꼬리를 물 듯 이어지게 돼 디플레이션을 장기화시키는데 일조 한 것이다.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이 벌어질 수 있다는 시각 은 한국이 일본과 비슷한 경제 흐름을 보이는 데에 서 출발한다.


 한국은 고령화 사회에 가까워지고 있 고, 집값 지지와 전셋값 상승도 소비를 위축시켜 저 성장 흐름을 고착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 다. 하지만 한국경제연구원 등지에서는 우리 사회가 경기 침체에 빠진 것은 맞으나 아직 광범위한 품목 에서 물가 하락이 이뤄지지 않았기에 디플레이션보 다는 디스인플레이션, ‘저물가’ 흐름에 있다고 평가 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일본의 장기 저성장 흐름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 리를 높였다.
※ 참고자료 프레시안, ‘소득중심성장론’은 틀렸다. 홍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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