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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과 현실로 빚은 세계
인간의 삶에 대한 이야기, 사이언스 픽션
2015년 11월 21일 (토) 16:44:42 이단번 기자 matstar@hs.ac.kr



지난달 21일, 타임머신에 얽힌 모험담을 다룬 영화 <빽 투 더 퓨처 2>가 디지털 복원을 통해 재개봉됐다. 영화 속 미래세계가 2015년 10월 21일 로 설정돼있기 때문이다. 영화에 나온 전자안경, 공중촬영 카메라, 다중채널 TV 등은 현재 구글 글래스, 드론 기술, IP TV로 현실화가 됐다. SF라는 장르는 때로 미래에 대한 상상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머나먼 우주의 지성 생명체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인터스텔라>, <쥬라기 월 드>, <마션> 등 SF 작품들이 꾸준히 생산되는 지금,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SF, 공상과학이 아닌가?”

SF는 우리나라에 흔히 공상과학 장르라는 뜻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현대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미래에는 가능할지도 모르는 과학기술이나 외계인, 좀비 등이 나오는 비현실적 작품들은 보통 SF로 분류된다. 하지만 SF는 ‘Science Fiction’의 줄임말이다. 과학 소설, 영화, 드 라마 등으로 해석할 수는 있지만 공상적이라는 의미는 드러나지 않는 다.


그럼에도 공상과학이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친숙하고 또 널리 쓰였 던 이유는 일본의 의역 표현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1959년 일본의 하 야카와 출판사는 미국의 과학소설 잡지였던 ‘판타지와 사이언스 픽션’ 과 제휴해 과학소설 월간지를 창간했다. 이때 잡지 표지에 “공상과학소 설지”라는 부제를 달았는데, 이는 판타지와 사이언스 픽션이라는 단어 를 의역한 것이었다.


이후 일본에 공상과학이라는 단어가 SF의 역어로 자리 잡게 돼, 우리나라에까지 들어온 것이다. 결국 공상과학이라는 단어는 환상적 이야기라는 개념이 첨가된 셈이다. 그렇다고 SF와 환상적 요소를 완전히 분류해 볼 수는 없다. <스타워 즈>, <스타 트렉> 같은 대표적인 SF 작품에 ‘포스’나 ‘외계인’ 등이 등장 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공상이라는 단어에 포함된 상상이라는 부분적 요소는 포괄하는 것이다.


하지만 공상이라는 단어의 뜻을 자세히 살펴 본다면 SF를 설명하기에 부적절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는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국립국어원에서 발행하는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공상 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현실적이지 못하거나 실현될 가망이 없 는 것을 막연히 그리어 봄. 또는 그런 생각” 즉, 공상이라는 단어의 뜻 속에는 실현 불가능의 의미와 구체적이지 못하다 뜻이 있다. ‘사이언스 픽션’을 어떻게 번역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정립 된 단어가 없다. 과학적인 부분 뿐 아니라 상상과 초현실적 요소들을 포함할 단어로 마땅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환상과 고증의 이야기

<인터스텔라>나 <마션>과 같은 영화들이 국내에서 개봉되며 큰 관심 을 모았을 때마다 어김없이 나오는 이야기는 영화의 과학적 고증이었 다. 이는 SF의 장르가 과학적 논리에 크게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즉, 팬들이 SF의 작품들을 보고 평가하는 기준 중에는 이 이야기 속의 설 정에 얼마나 설득력 있는 과학이론이 적용되는지가 있는 것이다.


이때 의 과학적 논리는 작품이 하드SF에 속하는지, 소프트SF에 속하는지 를 나누는 기준점이 되기도 한다. 하드SF는 물리학, 천문학, 화학 등 자연과학을 주로 다루며, 과학적 개연성을 중요시 취급한다. 반면 소프 트SF는 하드SF에 대항해 나온 개념으로, 인류학, 사회학, 심리학 등의 사회과학과 인문학을 주로 다룬다. 앞서 나온 영화들의 고증을 따지는 부분은 하드SF를 보는 시각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하위 구분을 따라 정도의 차이는 발생하지만 SF라는 큰 분류 내의 모든 작품에서 과학 이론과 기술의 설득력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처럼 SF에는 과학적 개연성이 중시되지만 대중에게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SF에는 허구적 설정놀음이라는 인상도 존재한다. 이는 ‘판 타지’로 분류되는 환상적 이야기들이 SF 장르들에 자주 나오기 때문이 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SF 자체를 ‘나이 어릴 때에나 관심 가지는 분야’ 정도로 보는 인식이 있기도 하다.


80년대에 들어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 상으로 한 SF 작품들의 중역이 크게 이뤄졌는데, 대상 독자층에 대한 설정 탓에 어른들도 즐길 수 있는 SF 작품은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순수하게 현실 세계만을 배경으로 만들어지는 과학 이야기 가 아닌 이상, SF는 환상적 요소를 일정 부분 가져갈 수밖에 없다. 허 구성과 환상성은 비슷할 수는 있어도 같은 특성에 대한 설명이 되진 못 한다. SF를 벗어나 문학, 영화, 연극, 드라마 등의 예술 작품들에서 중 요시되는 것들 중 하나는 이야기 구성의 설득력이다.


즉, 일부를 제외 하고서는 서사구조 내부적 개연성이 확보됐을 때 작품에 대한 좋은 평 가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SF는 비현실적 이야기를 다루는 장르가 아니다. 반대로 과학이론과 기술을 이용해 현실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장르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골라 보는 설정들, 분류 방법

우리가 통칭 SF로 분류하는 많은 작품들 은 저마다의 특징이 제각각이다. 이는 주로 각 작품들이 다루는 과학이론과 소재가 다 양해, 장르의 폭이 넓기 때문이다. 문학, 영 화 등의 예술 분야에서 작품들을 분류하는 기준으로는 보통 배경사건, 시대, 시점 등이 사용된다. 하지만 SF의 분류에서는 단연 적 용된 과학이론, 소재가 거론된다. 대표적으 로 구분된 장르는 크게 ▲사이버펑크 ▲시 간여행 ▲아포칼립스 ▲포스트-아포칼립스 ▲스페이스 오페라 ▲스페이스 웨스턴 등이 있다. 각 이름에서 장르의 내용을 일정 부분 추측해볼 수가 있다.
   
 
   
 


표에 제시된 작품들 중에는 둘 이상의 장 르에 포함되는 것들도 있다. 이는 SF 분야 내의 분류항목 사이에 큰 격차가 존재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하나의 작품 안에 여러 설 정이 섞일 수 있기에, SF 작품의 분류는 서 사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으로 결정된다 고 할 수 있다.


과학+상상=인간

수많은 하위분류를 통해 나눠지는 SF 작품들에는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속성이 있다. 넓은 의미에서 정의한다면, 이 속성은 인 간에 대한 이해와 탐구라고 할 수 있다. <플루토>, , <아이, 로봇>, <인류멸망보고서>의 <천상의 피조물> 등은 로봇과 인간을 대비시키면서 어느 쪽이 더 인간적 성격을 갖는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즉, 무엇이 우리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규정하게 만드는가 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이다.


만일 인간과 같은 정서 표현, 감각을 할 수 있는 기계가 존재한다면 그것에 대한 규정은 단순해질 수가 없다. 복잡한 것에 대한 규정이 마땅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함 에도 우리의 관념 속에서 단순하게 결론지어지는 사고에 대한 이 야기이기도 하다.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의 꿈을 꾸는가?>와 <이퀼리브리엄> 등 은 디스토피아 세계에서 인간성을 간직한 채 생존하는 서사를 다 룬다.


특히 <이퀼리브리엄>은 조지 오웰의 <1984>에 큰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정서를 통제받는 사회가 얼마나 끔찍한지를 잘 보 여준다. 또한 민중이 들고 일어나는 장면을 통해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이 사회를 자신들의 생존에 걸맞은 환경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SF는 다른 예술작품들과 같이 인간의 현주소에 대해 묻는 장 르다.


특이점이 있다면, 현대의 기술이나 과거 또는 미래의 기술 을 소재로 가져와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것이다. 때문에 시간적· 공간적으로 현실의 세계와는 동떨어진 배경이 펼쳐지기도 하지 만, 이야기의 인물들은 현대의 인간들을 보여준다. SF는 공상적 이지 않고 또 마냥 과학적 이론에만 치중하지도 않는다. SF란 미 래와 역사에 대한 상상과 실현 가능한 기술을 접목시켜 인간이 꿈꿀 수 있는 세계를 만드는 것, 이를 통해 현실세계와 현대 인간 의 모습을 확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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