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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조명된 테러방지법
조항의 양가적 해석 논란
2015년 12월 15일 (화) 10:23:22 윤선미, 이단번 기자 kino2305@hs.ac.kr, matstar@hs.ac.kr


지난달 13일(현지시간) ‘유럽의 심장’ 프랑스 파리를 강타한 동시다발 연쇄 테러로 15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이슬 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이하 IS)’는 14일 파리 테러를 자신들이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유럽을 넘어 전 세계인들이 공분하고 두려움에 떨었다.


정부 시설이나 공공 기관이 아닌 일반 대중을 겨냥한, 이른바 ‘소프트 타깃(soft target)’ 테러의 위협이 현실로 다가왔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난 7일 간의 대대적인 검거 작전으로 테러를 계획한 총책임자 압델하미드 아바우드가 사살되고 다수의 공범이 수감됐다. 이 과정 에서 추가 테러 음모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공포는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에서도 파리 테러 사건과 맞물 려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이하 테러방지법)’에 대한 논의가 수면위로 올랐다.

   
 
   
 

파리는 왜 공격당했나?

현재 시리아와 이라크 등지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장장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지속되면서 여러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세계 적 전쟁으로 발전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의 시리아 패권 다툼 외에도 IS의 극단적인 게릴라전, 테러 전술이 이를 가속시키고 있다.


과거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집단인 알카에다가 주 타격 목표로 미군과 그 동맹군을 선정했던 것과는 달리, IS는 민간인 테러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 이는 직접적인 전투보다 민간인 테러를 통 해 더욱 전략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인 테러는 공간, 시간, 테러리스트의 원격·자살 테러 등의 측정할 수 없는 불특정 요소들이 특징이다.


이 특징들은 대상 국 가의 경찰력으로는 사전 감지나 사후 피해 최소화가 힘든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이번 테러의 경우, IS는 자신들에게 언제든 상 대국의 대도시 한복판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상황으로 작용했다. 부가적으로는 유럽 내 근본주의 무슬림들을 자극, 포섭하려는 시도로도 해석할 수 있다. 테러리즘의 핵심이 공포의 유발인 점을 고려할 때 이 같은 전략 변경은 테러의 효과 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양분된 정의 해석

파리 테러 이후 여당에서는 테러방지법의 재검토 의견이 나오 기 시작했다. 법안의 주요 골자는 ▲테러에 대한 개념 정의 ▲대 테러 대응 조직 편성 ▲테러의 사전·사후적 대응에 대한 조항 ▲ 테러 피해 비용 지원으로 이뤄져있다. 테러방지법을 놓고 여당과 야당은 판이하게 다른 입장을 고수 하고 있다. 여당의 경우, 테러방지법과 새 대테러 방안 정립에 강 한 힘을 싣고 있고, 야당은 테러방지법의 제정에 강하게 반발하 고 있다.


두 의견이 가장 극렬히 충돌하는 지점은 테러에 대한 개 념 정의 부분이다. 테러방지법안 2조 (가)항에는 해당 법안에서 새롭게 정립할 테러에 대한 개념이 명시돼 있다.


“국가·지방자치단체 또는 외국정부(외국지방자치단체와 조약 또는 그 밖의 국제적인 협약에 따라 설립된 국제기구를 포함한 다)의 권한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에 없는 일을 하게 할 목적 또 는 공중을 협박할 목적으로 사람을 살해하거나 사람의 신체를 상해하여 생명에 대한 위험을 발생하게 하는 행위 또는 사람을 체포·감금·약취·유인하거나 인질로 삼는 행위”


한편, 유엔 안보위원회가 2001년에 정의한 테러리즘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민간인을 상대로 하여 사망 혹은 중상을 입히거나 인질로 잡 는 등의 위해를 가하여 대중 혹은 어떤 집단의 사람 혹은 어떤 특 정한 사람의 공포를 야기함으로써 어떤 사람, 대중, 정부, 국제 조직 등으로 하여금 특정 행위를 강요하거나 혹은 하지 못하도록 막고자 하는 의도를 가진 범죄행위” (가)항에 명시된 테러에 대한 정의와 유엔 안보위원회에서 내 린 정의는 사뭇 다른 점이 있다.


“국가의 권한행사를 방해”와 “정 부로 하여금 특정 행위를 강요하거나 혹은 하지 못하도록”이라는 부분이다. 이는 테러리스트들이 테러 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 중 하나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인질을 붙잡은 뒤, 동료를 석 방하라고 요구하는 영상을 공개하는 것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리스트들이 자주 사용한 방식이었다.


하지만 유엔의 정의가 “특 정 행위”라고 테러리스트를 수감·조사 등의 행위로 제한해 설명 하는 반면, 테러방지법의 “국가의 권한행사”는 정확히 어떠한 권 한을 행사하는지에 대해서 명시·암시하고 있지 않다. 테러리스 트를 겨냥한 법안으로 상정하기에는 그 내용이 포괄하는 영역이 불필요하게 넓은 셈이다.

   
 
   
 

한국의 테러리즘 인식

IS는 지난 9월과 11월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약 60개국을 적대국으로 선정해 발표했다. 이에 추가 테러 경고 소식과 함 께 우리나라도 다음 테러의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 리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가 현재 테러 안전불감증 을 앓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테러방지법으로 대테러 안보를 강화하자고 주장했다. 국민들 속에 우리나라에서는 테러가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막연한 인식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상 우리나라가 테러의 발생 영역의 완전히 벗어나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86년 김포국제공항에서 벌어진 폭탄 테러사건이나 ‘KAL기 폭파 사건’으로 알려진 1987년 대한항 공 858편 폭파 사건 등 우리나라에서도 이번 파리 테러와 같 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 테러가 발생했다.


그간의 테러 사건들은 북한에서 사주했거나 직접 주도한 것이었다. 때문에 분단이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 놓인 우리나 라에서는 테러 사건들을 일종의 국지적인 도발로 분류했다. 하지만 IS의 '소프트 타깃' 테러는 북한의 도발처럼 외교·경 제 등 특정 분야의 이익을 얻기 위한 일이라기 보다는 공포 조장과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한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방해하지마, 너 테러리스트지!"

논란의 대상이 된 테러방지법은 테러리즘의 복잡한 내·외부적 영향과 성격을 국가 피해 차원을 중심으로 해결하는 방법이다. 때 문에 테러방지법을 제정하기 위해서는 해당 법안이 국민정서에 공포를 심은 불특정 테러를 겨냥한 것인지 비교분석이 필요하다.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했던 발언이 네티 즌들의 비난을 받았다.


박 대통령은 “테러단체들이 불법시위에 섞 여 들어와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복면 시위는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IS도 지금 그렇게 하고 있지 않 느냐”라고 집회 참가자들을 IS 테러리스트들에 비유했다.


테러 방지법의 35조에서는 테러리스트로 규정된 자들에 대한 처벌이 명시돼 있다. ▲1항 ‘테러 단체의 수괴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 상의 징역’ ▲2항 ‘테러 단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사람은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 ▲5항 ‘제1항 및 제2항의 미수범을 처벌’ ▲ 6항 ‘제1항 및 제2항에서 정한 죄를 범할 목적을 예비 또는 음모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해당 조항들은 실질적인 테러 활동을 벌인 사람 뿐 아니라 범행 용의가 있다고 판단되는 자들에게까지 처벌이 미친다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


테러방지법은 테러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방향성을 강하게 드 러내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 공공연하게 테러로 규정하고 있 는 활동은 불특정 다수를 향한 공격과는 다른 종류의 것이다. 이 는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제재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 참고자료 이케우치 사토시, <그들은 왜 오렌지색 옷을 입힐까>, 21세기북, 2015.03.29 조성일, <한국의 대테러정책 발전방안 연구 : 테러방지법 제정을 중심으 로>,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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