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이 책을 집필하신 계기가 무엇인가요?

저희 학부에 ‘한미관계의 이해’라는 수업이 있습니다. 이 강의를 하면서 마땅히 참조할만한 교재가 없어 고민이었습니다. 수강생들에게 양질의 수업을 제공하고 싶어 집필하게 됐습니다.

Q. 이 책이 동일한 주제를 다룬 여타 서적들과 비교했을 때 방법론적인 강조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 책은 미국 외교정책의 특징 및 동아시아, 한반도에서의 전개 과정에 주목합니다. 그러한 외교정책이 만들어진 역사적 배경을 미국 사회와 정치과정에 대한 분석을 통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미국 외교정책을 이해하기 위해 미국인들의 독특한 외교 관념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Q. 책 제목인 ‘불승인주의’는 어떤 뜻인가요?

불승인주의란 흔히 말하는 국익 중심 외교라기보다 이념 중심 외교의 산물입니다. ‘불승인주의’는 당시 미 국무장관의 이름을 딴 ‘스팀슨독트린’으로서 일제 후견 아래 건설된 만주국을 괴뢰정부로 간주해 승인하지 않을 것을 천명한 외교원칙으로 등장합니다. 일본은 만주국에 대한 미국의 불승인을 일본제국 자체에 대한 불승인으로 간주했고 태평양전쟁을 결행했습니다.

Q. 책은 한미관계를 미국 외교 중심이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를 도입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한미관계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미국 외교 전략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미국이 지난 100년간 구사한 대표적인 한반도 정책은 신탁통치와 한미상호방위조약입니다. 두 정책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미국의 ‘국제주의’를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집단안전보장과 민족자결로 요약되는 국제주의 외교 노선은 1차세계대전 이후 윌슨 대통령에 의해 본격적으로 제창됐습니다. 하지만 이는 미국 국가 형성과정과 미국인의 세계관에 포함된 것입니다. 미국은 자국 이미지대로 세계를 바꾸고 싶어 했습니다. 이것이 국제주의라는 외교 노선이 탄생한 배경입니다.

Q. 책에서 불승인주의의 적용이 대단히 이중적이라고 했는데 이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불승인주의의 이중성은 미국이 유럽에는 적용하지 않고 동아시아를 상대로 적용했다는 사실에서 드러납니다.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등 대규모 국지전이 동아시아에서 발생했다는 사실 역시 미국의 불승인주의 정책과 무관치 않습니다. 북한 핵 문제 역시 근본적으로 북한에 대한 미국의 불승인주의에서 비롯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Q. 책 속에 나오는 ‘문호개방원칙’은 어떤 개념인가요?

문호개방의 일반적 의미는 시장에 대한 동등한 접근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미국이 내건 문호개방원칙은 여기에 더해 20세기 초반 중국의 주권 보장을 요구하는 외교정책으로 등장합니다. 이는 열강의 식민지 분할 정책과 대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국의 만주국에 대한 불승인주의도 문호개방원칙을 어겼기 때문입니다. 전쟁을 벌였던 중국, 베트남 등 공산주의 국가와 수교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일차 요구도 바로 문호개방이었습니다. 이 원칙은 향후 북한과 수교 과정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것입니다.

Q. 앞으로 한미관계를 통해 우리나라가 지향해 나갈 방향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한 세기 동안 지속해온 미국 중심 시대는 점차 저물고 있습니다. 대결보다는 협력, 무력보다는 외교적 접근을 통해 한반도문제 해결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북한에 대한 불승인주의로 대표되는 미국 외교노선 전환이 필수적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를 포함한 긴장 완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나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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