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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는 '만들어지는 것',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인식과 제도들
2016년 11월 25일 (금) 09:31:45 이성민 기자 ansdjwhgdk12@hs.ac.kr

장애인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도외시되고 있는 문제들 중 하나다. 장애인들은 ‘평범한 인간’의 범주에서 열외 된 채 집안에 숨어살아야 하 는 존재로 취급된다. 우리는 장애인을 위한다며 진심어린 동정의 눈길을 보내지만, 이것은 또 다른 방식의 차별이다. 자신의 알량한 도덕감을 위 해 장애인들을 소비해오고 있진 않았는지 돌아봐야 할 일이다.


비장애인들의 시선이, 그리고 각종 매체가 생산해내는 장애인의 ‘이미지’들이 모 두 허구일 뿐이며, 오히려 그들에 대한 억압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진정 그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불편함 없이 지내길 바란다 면, 그들을 자신과 똑같은 ‘인간’으로 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본지는 장애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그리고 장애인 복지제도의 문제는 무엇인지에 대해 다뤘다.


장애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소비되는가

장애란 무엇일까? 우리나라는 세계보 건기구의 장애에 대한 주류적 정의를 따 르고 있다. 이는 손상(impairment), 기능 제약·불능(disability), 그리고 사회적 불 리(handicap)라는 3단계의 구별로 설명 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장애 는 개인의 문제가 되고, 결국엔 불행한 일 혹은 극복돼야 할 일로 여겨지게 된 다. 그러나 장애는 사회적으로 ‘만들어 지는’ 것이다.


신체적·정신적 손상이 장 애의 요인이 되려면 특정한 사회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조건이 있어야하기 마련 이다. 다양한 물리적․문화적 장벽, 사회 적 차별도 장애라는 ‘상태’를 만드는데 기여하지만 개중에서도 자본의 ‘기능적 필요’라는 노동의 상품화가 손상을 장애 로 전환시키는 가장 큰 기제로 작용한 다. 장애는 사회적 ‘현상’인 것이다.


많은 비장애인들은 자신은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자부할 것이다. 그 러나 과연 그럴까. 장애인들은 항시 박 물관에 ‘전시’된 물건 취급을 받는다. 장 애인들의 표정, 말투, 몸짓은 비장애인 들의 관찰 대상이 되고 장애인은 인격 이 박탈된 채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비장애인의 이러한 시선은 장애인들이 자신들과는 다른 혹은 열 등한 존재라는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시선이 문제인 까닭은 장애인들에게 ‘장애인다움’을 요구한 다는데 있다. 늘 검소하게, 그리고 조용 히 살라는 것이다. 장애인들은 마치 욕 망이 소거된 존재로 취급된다. 장애인 들의 갖가지 행동은 ‘장애인다움’이라 는 비장애인들의 규범에 의해 제약되 고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당찬 행동들 은 모두 ‘일탈적 행위’로 치부된다.


많은 비장애인들은 장애인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다. 장애인들이 매우 고 된 삶을 살고 있을 거라는 것, 약간의 관심과 칭찬만으로도 행복해 할 거라 는 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각종 매체들을 통해서 재생산되는데, 그들이 채택하는 대표적인 서사가 바로 ‘장애 를 극복한 장애인의 감동 스토리다.’ 이 러한 네러티브는 비장애인들에게 도전 의식과 자기 삶에 대한 상대적 안도감 을 제공한다.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을 위해 철저히 타자화되고 소비된다.


장애인들에게는 물론 불편함이 존재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자신의 몸은 그 리 큰 장벽이 아니다. 장애인들은 자신 의 몸과 살아가며 자신들만의 생활방 법을 체득한다. 진정 장애인들에게 가 장 큰 도전이 되는 것은 그들의 몸이 아 닌 사회적 인식과 제도적 차별들이다.


장애인 복지제도의 문제점과 한계들

그간의 장애인정책은 ‘불쌍한 장애인에 대 한 동정과 시혜’라는 차별적 인식을 벗어나 있지 못했다. 장애인들에 대한 복지는 ‘치료 와 재활’이라는 의료적 영역에만 갇혀 그들 의 인권과 자립 문제는 늘 도외시 되어 왔던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이제 장애인 복지는 시설수용을 넘어 자립지원으로, 장애등급이 나 가구소득과 같은 획일적인 기준이 아닌 장 애유형과 개인의 생활, 주거환경이 고려되는 개인별 지원체계로 그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


장애등급제: 일률적인 의료적 기준과 ‘복지’ 의미의 퇴색

장애등급제는 1989년 장애등록제의 도입 과 함께 시행된 것으로, 장애인을 신체적, 정 신적 기능손상 정도에 따라 1급에서 6급까 지 구분하는 제도다. 그동안 장애등급제는 장애인에 대한 각종 감면, 할인제도 등 간접 적 소득보장제도부터 활동지원과 장애인연 금, 특별교통수단 이용 등의 서비스까지 개 별 장애인들의 복지를 결정하는 역할을 해 왔다. 정부는 제도도입의 취지를 한정된 재 원을 합리적으로 집행, 서비스를 우선적으 로 필요로 하는 장애인들을 선별하기 위한 것으로 설명해왔다.


그러나 장애등급제는 그 시작부터 장애인들과 끊임없는 마찰을 빚어왔다. 장애의 특성상 같은 장애를 갖고 있더라도 개인의 생활, 주거환경에 따라 서 비스 필요도가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데, 이 들에 대한 장애등급이 지나치게 의료 편향 적 기준으로만 결정된다는 것이다. 장애등 급은 개별 서비스필요도와 무관한 행정적 편의에 불과하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 의 견이다. 심지어 의학계 내에서조차 장애등 급이 서비스판정도구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비판적 의견이 있을 정도다.


최근에는 장애등급제의 반인권적 측면도 지적되고 있다. 그것이 사람의 몸에 등급을 매긴다는 것이다. 이러한 ‘낙인찍기’는 장애 인들 스스로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사회적으 로 장애를 열등한 혹은 비정상적인 것으로 여기게 함으로서 장애혐오를 부추긴다.


장애등급제는 폐지가 필요한 제도다. 단 순히 서비스신청자격을 2, 3급으로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예산 집 행의 효율성과 행정적 편의를 넘어 장애인들 개별 환경에 대한 고려를 통해 이용자중심의 새로운 서비스전달체계를 세워야 한다.


부양의무제: 가족주의의 굴레와 국가의 역할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시행된 지 어느덧 17년이 지났다. 최소한의 인간적 권리 보장 을 위해 만들어진 이 법은 부양의무자 기준 으로 인해 수많은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 소득과 재산이 모두 현행 기초생활보장 수급 기준에 해당함에도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 해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이들은 1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09년 <한국복 지패널>의 분석 자료에 의하면 부양의무제 로 인한 수급신청 탈락 비율은 빈곤층 전체 의 58.3%에 달한다. 2005년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는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수급 권이 탈락된 이들 중 절반 이상이 부양의무 자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시행령에는 부양의무자의 행방불명, 부양기피·거부로 인해 부양을 받 을 수 없는 경우에 대한 참작을 행정기관의 재량에 맡기고 있어 기초법의 사각지대를 더 욱 확대시키고 있다. 그나마 수급을 받는 이 들조차 그 수가 축소되고 있고, 갈수록 낮아 지는 최저생계비는 그들의 생존에 심각한 도 전이 되고 있다. 현행법은 부양의무자의 실 제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30% 이상인 경우 부양능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노인, 장 애인, 한 부모 가구에 한해서는 부양의무자 가구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185% 이하 일 경우 부양능력이 미약하다고 인정한다. 국가가 보호해야 할 빈곤층을 가족이 책임지 라는 것이다. 가족관계가 취약한 빈곤층에게 부양의무자 기준은 오히려 가족의 파탄을 야 기하는 요소로까지 작용하고 있어 문제가 이 만저만이 아니다.


가난은 죽음의 이유가 될 수 없다. 2010년 장애인 자녀를 둔 아버지의 자살사건, 2013 년 60대 노부부의 동반자살사건 등을 통해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사실상 제기능을 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음에도 정부 는 부양의무자 소득기준을 일부 완화하는 방 향으로 제도를 개정하는 것에서 그쳤다. 그 러나 부양의무제는 일부 개정이 아닌 폐지가 필요한 제도다. 실업과 빈부격차를 양산하는 사회의 책임을 그 개인과 가족에게 전가하는 행태는 18세기 초기자본주의 시절에서나 있 을 수 있는 일이다. 약자의 보호는 국가의 역 할이다.


장애인 연금제도: 생사의 기로에선 장애인들

우리나라 장애인들은 소득활동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 비장애인들에 비 해 큰 빈곤율을 보인다. 비장애인의 절대빈 곤층 비율이 6%인데 비해 장애인은 29.7%로 6배정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지적장애 인의 빈곤율은 타장애군에 비해 가장 높은 46.2%로 장애인 전체평균율인 29.7%를 훨씬 상회한다. 최근에 실시된 통계청의 〈가계동 향조사〉에 따르면 장애인가구의 월평균 소 득은 198만 원으로 전국가구 월평균 소득의 53.4%에 불과하며, 15세 이상 인구대비 장애 인취업자 비율은 35.5%로 같은 연령대의 전 국 취업자 비율 60.3%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 이었다.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 보다 2배가 량의 낮은 소득과 취업률을 보이고 있는 것 이다. 여기에 장애로 인한 추가지출까지 더 해진다면 그들의 삶이 어떠한지는 짐작하 지 않아도 알 수 있다. 2014년 보건복지부의 〈장애인실태조사〉에 의하면 장애인들의 추가비용은 월 평균 16만 4천 원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연금의 부가급여 액은 기초 수급자 월 8만원, 차상위 계층은 7 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기본급여 액이 많은 것도 아니다. 기본 급여액은 규정 에 따라 3년간 국민연금가입자 월평균 소득 의 5%로 책정되는데, 9만4천원이 전부다.


장 애인 연금법 부칙은 2028년까지 금액을 10% 로 인상하도록 하고 있지만 여태 인상 없이 5%로 동결된 상태다. 현재 장애인연금 급여 는 최대 204,010원으로 턱없이 부족한 금액 이다. 게다가 이마저도 1,2급 중증장애인들 중 소득인정액이 월 55만 1천 원 이하인 자들 만을 대상으로 하는 탓에 수많은 이들이 혜 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약 50만 명의 중증장 애인들 중 19만명만이 소득 지원을 받고 있 고, 전체장애인의 87%는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경증장애인과 중증장애인의 빈곤율 차 이가 10% 내외인 현실에서 장애인연금제도 를 중증장애인만으로 국한시킬 이유가 없다. 오직 예산절감을 위한 제한인 것이다.


최근에 실시된 <장애인실태조사>에서는 장 애인들이 정부에 가장 우선적으로 요구하는 사항으로 소득보장이 뽑혔다. 현재 한국의 장 애인가구 소득은 전체 가구 소득의 50~60%로 OECD 국가들 평균인 85%에 비해 현격히 낮 다. 장애인연금제도는 의학적 기준의 경증, 중 증이 아닌 실제 노동활동상의 제약과 소득획 득능력을 고려해 그 대상을 대폭 확대시켜야 한다. 소득인정액 기준은 전체 장애인 중 하위 80%로 조정하고, 기초급여액은 최근 3년간 국 민연금가입자 월평균소득의 5%에서 10%로 빠른 시일 내에 인상돼야 한다.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장애인들은 집에 만 있으라고?

사회활동을 하기 위해선 ‘이동’만큼 중요 한 문제가 없다. 때문에 이동권은 장애인에 게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2001년부터 시 작된 장애인 이동권투쟁은 2005년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의 제정으로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법에 따르면 정부와 지자체는 이 동편의증진 5개년 계획을 수립해 저상버스 와 특별교통수단을 도입해야 한다. 국토해양 부는 2007~2011년 제 1차 5개년계획을 수립 했으나, 이명박 정권 출범 후 계획을 이행하 지 않았다. 2011년까지 저상버스 31.5%를 도 입해야 했지만 2011년 말 12%에 그쳤던 것 이다. 2012년에 발표한 제 2차 5개년계획안 에서는 2013년까지 50%를 목표로 하고 있던 것을 2016년까지 41.5%로 크게 낮췄다.


현행법은 저상버스 도입 범위를 시내노 선버스로만 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장 애인들의 지역간 이동은 많은 제약을 받 고 있다. 저상버스의 경우 의무도입이 기는 하나, 언제까지 얼마나 도입 할 것인지에 대한 법정기준이 명 시돼있지 않아 법의 실질적인 효 력이 전무한 상태다. 게다가 법적인 제재나 인센티브가 없어 버스운송사업주의 도입 기피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장애인들의 또 다른 교통수단인 ‘특별교 통수단’(주로 장애인 콜택시가 있다)은 전국 1302대 밖에 되지 않는다. 법에 따르면 특별 교통수단의 운행권자인 지자체 장이 1,2급 중증장애인 200명당 1대, 즉 전국 최소 2275 대를 운행해야 하지만 여러 지자체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도입을 미루고 있다. 그나마 운행되고 있는 것들도 대부분 수도권과 경 상남도에 편중돼 있어 지역간 격차가 심각 하다. 이러한 상황은 2010년 국토해양부의 교통약자이동증진법 시행규칙의 개정을 통 해 더욱 악화된다.


특별교통수단외의 방법 으로 이동편의를 제공받고 있는 장애인들을 지자체의 특별교통수단 의무도입 대수산정 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동안 특 별교통수단의 부족으로 장애인단체들의 도 움을 받고 있었던 장애인들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광역시를 제외한 대부 분의 시에서 의무도입 대수가 크게 하락했 고 경기도의 경우 의무 도입량이 950대에서 570대로 감소했다. 안 그래도 부족했던 특별 교통수단이 더욱 감소되자 장애인들의 대기 시간도 평균 2시간 이상으로 늘어났다.


최근의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에 의 하면 우리나라 교통약자 인구는 전체인구의 약 24퍼센트에 달한다. 여기에는 고령자, 임 산부, 영·유아 동반자가 포함된다. 교통약자 이동편의 시설은 비단 장애인만을 위한 것 이 아닌 것이다. 법 개정을 통해 지자체가 저 상버스 운용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저상버스를 고속, 시외, 마을 버스로까지 확대적용하고 빠른 시일 내에 모든 버스를 저상버스로 교체해야 한다. 특 별교통수단은 장애인 100명당 1대로 의무도 입기준을 재조정하고 2010년의 교통약자이 동증진법 개정안을 폐기시켜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참고문헌

• 박홍근, 허준기, 『‘장애인 수급자다움’이라는 아비투스 형성에 관한 연구 : 장애인 기초생활 수급자의 해외여행 사례를 중심으로』, 『장애의 재해석 5』, 한국장애인재단, 2015, 1-60쪽.
• 박경석, 『시혜에서 권리로, 보호에서 자립으로 : 장애인권리보장을 위한 관련법 제·개 정 과제 연구』, 『서강법률논총 1』, 서강대학교 법학연구소, 2012, 131-1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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