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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그 매력의 끝을 찾아서
2018년 09월 03일 (월) 01:33:07 최윤정 외 2명 hg042528@hs.ac.kr

 

동양신화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

 꼬리 아홉 개 달린 구미호, 우는 아이를 잡으러 온다는 도깨비, 산을 다스리는 산신령. 어린 시절부터 익숙하게 들어 온 재밌는 동양신화다. 직접 본 사람도 없고, 실재하는지 알 방도는 없지만, 누군가의 상상으로부터 시작된 신화는 우리를 울고 웃게 만든다. 최근 사후세계를 모티브로 해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 <신과함께>가 좋은 예다.
 영화 <신과함께>는 주호민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한국의 민속 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으며 저승사자와 사후세계 신화를 소재로 한다. 주인공은 강림차사(하정우)와 일직차사 해원맥(주지훈), 월직차사 이덕춘(김향기)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강림차사는 우리나라 신화 ‘차사본풀이(差使本─)’의 등장인물이로 죽은 자의 영혼을 저승에 데리고 간다. 일(日)직차사는 하늘에서 심부름을 하는 천황차사이며, 월(月)직차사는 땅의 일을 보는 지황차사다.  이들은 한국 고전설화에 자주 등장하는 ‘저승 삼차사’다. < 신과 함께>는 이 외에도 한국의 민속을 선보였다. 원작에서는 조왕신·측간신·철융신 등의 가택신이 존재하지만 영화에는 성주신만 등장한다. 무속신화 속에서 가택신은 집안 곳곳에 깃들어 있었다. 우리 조상들은 신을 모시는 정성에 따라 길흉화복이 점쳐진다고 믿기도 했다. 이는 예로부터 신화가 우리의 삶 깊
숙한 곳까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불교 경전 <불설예수시왕생칠경>에는 10명의‘시왕’이 존재한다. 망자는 먼저 ‘초반지옥’에서 7명의 대왕에게 각각 7일씩 심판을 받게 된다. 저승사자에 의해 지옥에 도착한 망자는 49일간 7개의 지옥에서 심판을 받고 통과해야 환생할 수 있다. 그러나 더욱 큰 죗값을 받아야 하는 자는 ‘후반지옥’에서 나머지 3명의 대왕에게 심판을 받는다. 이런 지옥의 포맷은 <신과함께>에 일부 차용됐다. 영화에는 ‘초반지옥’만 등장하는데, 살인지옥을 시작으로 나태지옥·거짓지옥·불의지옥·배신지옥·폭력지옥·천륜지옥으로 이어진다. 매 지옥마다 차사들은 망자를 변호하며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재판 과정에는 권선징악·인과응보 같은 요소들이 내포해있어 보는 이들에게 교훈을 선사한다.
 영화 속 사후세계는 무섭고 위협적이다. 살인지옥의 변성대왕은 하얀 얼굴에 빨간 눈, 길게 늘어뜨린 검정 머리카락으로 섬뜩하게 표현된다. 거짓지옥에서 거짓말을 한 사실이 밝혀지면 혀가 뽑히고 불의지옥에서는 얼음 속에 얼려지는 등 무서운 벌을 받는다. 지옥으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공룡과 악귀가 등장해 끊임없이 위협을 가한다. 동양에서는 죽음을 두려운 것으로 인식한다고 추측할 수 있다.
 처음 접하는 동양신화의 작품이더라도 우리는 친근함을 느낀다. 배타적이지 않으며 모든 것을 포용하는 도교와 삶의 불구덩이를 거쳐 열반에 도달하려는 불교. 과거부터 익숙하게 접해온 도교와 불교의 교리가 녹아들어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단순한 재미 뿐 아니라 삶의 지혜와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이것이 우리가 오늘날에도 동양신화를 좋아하는 이유일 것이다.

 

서양신화 속 미지의 이야기

서양신화에는 주로 신과 영웅, 괴물 등 초월적인 존재와 그들이 사는 세계가 등장한다. 초월적
존재는 세계를 창조하거나 위협한다. 인간은 영웅이 돼 위협적인 존재와 써워 이기고 신격화된다. 신화는 초월적 존재에 대한 인간의 막연한 공포와 동경을 드러내고 있다. 신화를 차용한 콘텐츠는 대중에게 큰 호응을 받는다. 예시로 마블의 토르 시리즈나 디즈니의 <코코>와 <모아나>가 있다.
 토르 시리즈는 북유럽 신화를 기반으로 구성된 세계관이다. 주인공인 토르와 그의 형제 로키, 아버지 오딘, 누이 헬라 모두 북유럽 신화의 인물들이다. 네 신들이 혈연관계인 것은 마블의 각색이지만 각 캐릭터의 성격적 특성과 능력 등은 신화를 그대로 따왔다. 영화는 장난의 신인 로키와 천둥의 신인 토르의 관계를 기반으로 한다. 신화에서도 토르는 로키의 짖궂은 면을 알면서도 로키를 곧잘 믿고, 그의 언변에 넘어가기도 한다.
 영화 <코코> 역시 멕시코 신화를 모티브로 한다. 사후세계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우리나라의영화 <신과 함께>와 비슷하다. <코코>는 매년 10월 31일부터 3일간 공원 및 건물 등에 제단을 마련해 죽은 이를 기리는 실제 명절 ‘죽은 자들의 날’을 차용해 구성됐다. 멕시코에서는 죽음을 금기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죽은 이를 존경하고 축복한다. 죽은 자들의 날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설탕과 초콜릿으로 해골 모양을 만들어 나눠먹기도 하고, 알록달록한 해골 분장을 한다. 죽은 이들을 위해 데킬라나 담배, 장난감 등을 준비하거나 꽃과 초로 무덤을 장식하기도 한다.
 폴리네시아 문화권의 신화를 소재로 한 <모아나>도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 폴리네시아 문화권은 뉴질랜 드와 남태평양 섬나라들을 일컫는다. 모아나의 섬 모투누이의 모습은 ‘사모 아 ’라는 섬을 배경으로 한다. 영화의 소재가 되는 테피티의 심장은 뉴질랜드 마오리 족의 전
설 ‘그린스톤’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폴리네시아 신화에서는 테피티 대신 마우이를 찾아볼 수 있다. 그는 본디 인간 영웅으로서 인간에게 불을 사용하는 법과 낚시하는 법을 가르쳤다. 세월에 따른 신화의 전술과 함께 마우이는 점차 신격화됐다. 신화에 따르면 마우이는 하늘과 땅을 나눠 사람이 살 수 있도록 했으며 태양의 궤도를 수정해 하루를 더 길게 만들었다. 또한 바다
속에서 폴리네시아의 섬들을 낚아 올렸는데 이 때문에 뉴질랜드는 ‘마우이의 물고기’로 불다.
 앞서 말한 영화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알 수 없는 것’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토르 시리즈에 등장하는 세계 ‘아스가르드’는 물론 ‘신’이라는 존재자체도 인간에게는 미지의 것이다. <코코>의 사후세계 역시 인간이 갈 수도, 알 수도 없는 세계다. <모아나>의 마우이나 테피티도 신화적 존재로서 실존 여부가 불분명하다. 이들은 실재 여부를 알 수 없는 요소들임과 동시에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근거가 된다. 북유럽 신화의 위그드라실이나 <모아나>의 테피티는 세상의 창조를 설명하고, <코코>는 사후세계를 상상하게 한다.
 서양신화는 알 수 없는 것들을 신 혹은 세계로 구성하며 인간의 세계와 별도로 여긴다. <신과 함께>의 사후세계가 내세의 영향을 받고, 우리 민족이 단군왕검의 후손으로 이어지는 것과 다르게 전술된다. 이에 대중은 서양신화에서 미지에 대한 탐구심과 동경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대중들이 신화에 열광하는 이유, 여전한 그 힘에 대해

 위 두 기사에서 보았듯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신화를 소재로 차용한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있다. 예로부터 인간이 있는 곳에 신화가 있고, 신화가 있는 곳에 인간이 있었다. 우리는 다양한 신들의 이야기를 전래 동화처럼 듣고 자랐다. 전성훈 교수(이하 전 교수)는 <한신학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신화의 대중성에 관한 의견을 전했다. 그는 우리가 신화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신화가 인류의 사고 원형을 담고 있어 문화장벽을 넘어 통용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화는 친숙하고 저작권 없이 누구나 사용가능한 소재다. 그렇기 때문에 오랫동안 사람들에
게 사랑받을 수 있었다. 성공을 원하는 현대사회에서 대중성만큼 중요한 요소는 없다. 신화가
제작자들에게 매력적인 콘텐츠인 이유다. 또한 소비자들의 경우 신화적 요소를 차용한 콘텐츠에 열광하는 이유가 단지 친근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전 교수는 영화 <신과 함께>와 <어벤저
스>의 중심 스토리를 “신화적 신성성 보다는 인간적인 문제들과 고민들로 풀어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위 영화들의 또 다른 성공요인으로 신화·영웅시대가 아닌 현대를 무대로 한
점을 꼽았다. 우주·마법·환상성·특수성은 화려한 장치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보편적인 인간들
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는 것이다.
 신화는 시대에 따라 내용이 각색되기도 하고 의미가 변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최초의 오페라라고 여겨지는 1607년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 1762년 글룩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1858년 오펜바흐의 <지옥의 오르페>는 모두 오르페우스 신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들이다. <오르페오>는 사랑이라는 테마를 중점으로 신적인 사랑과 세속적 사랑의 노래를 담았다. <오
르페오와 에우리디체>는 신적인 초월성이 배제된 인간적인 이야기를 전달한다. 마지막으로 <지옥의 오르페>에서 신화는 익살극으로 변하기도 한다. 이처럼 신화가 콘텐츠로 재가공 될 때
는 시대가 요구하는 것을 잘 파악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매력적인 스토리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신화가 종교로서 영향력을 떨치며 규범의 역할을 했다. 더 이상 신을 믿지 않는 현
대사회에서 신화의 의미는 무엇인가. 단지 이야기의 소재, 원형으로서만 신화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은 부족하다. 신화는 여전히 우리의 삶을 담고 있으며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 세계와의 관계, 삶의 방향성, 개인적인 성찰 등 많은 것들을 전해주고 있다. 과학시대 이전 인류의 원초적 사고를 담고 있는 신화는 우리 삶을 관통하는 주제와 세상의 진리를 보여준다. 전 교수는 “신동흔의 <살아있는 우리신화>를 보면 소외되고 가지지 못했으나 삶의 주역이기를 포기하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가 우리 신화의 표상”이라고 말하며 “신화 속 인물들은 인간을 닮았고 그들의 이야기는 결국 인간들의 본원적인 모습이다”라 전했다. 신화는 오래 전부터 그 형태를 바꿔가면서 인간에게 힘을 발휘해왔다. 현대 사회에서 신화는 사람들의 모습을 설명하고 때로는 위로하며 여전히 우리의 곁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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