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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없이 대화하고 싶은 당신에게
2018년 09월 03일 (월) 01:39:34 강한님 khannim97@hs.ac.kr

욕과 농담, 우리를 에워싼 언어들
이야기하는 것 자체로도 누군가의 존재를 지우고, 폭력이 되는 말들이 있다. 욕과 농담으로 사용하는 혐오표현이 대표적이다. 대화할 때 종종 이런 표현들을 맞닥뜨린다. 집단 자체를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 혐오하는 경우도 있다. 어떻든 혐오는 혐오다.
 욕에는 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멸시가 담겨 있다. 이런 말들은 일상 속에 깊숙이 들어와 타자화에 크게 기여한다. 예를 들어 ‘X발’은 성차별적 요소가 만연하다. ‘X발’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존재한다. 여성의 성기를 의미하는 ‘씹’에 ~하다가 접목된 ‘씹하다’가 줄여졌다는 설도 전해진다. 여성의 성기에 ~하다를 붙이면 ‘성교하다’가 되는 것부터가 이미 여성혐오다. 외에도 ‘X신’은 장애인을, ‘창X’은 성 노동자를, ‘급식충’은 학생을 배제하는 욕이다.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욕이 혐오 표현이다. 지난 2016년 한 토론회에서 문경란 1기 서울시인권위원회장은 “혐오는 단순히 어떤 대상을 향한 일반적인 불쾌감이나 적대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차별사유’를 가진 집단이나 그 구성원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표출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생물학적 혐오와 사회적 혐오를 구분하기도
한다. 비하와 혐오도 조금 다르다. 비하는 약자가 강자에게 행할 수도 있다. 사회적 혐오는 권력을 가진 자가 그렇지 않은 자에게 한다.
 혐오 표현은 웃음을 목표로도 등장한다. 외모비하, 2차 가해 등 폭력과 가해를 비롯한 장난에 당사자들은 웃을 수 없다. 농담의 대상이 된 이들은 속으로 갈등한다. 나에 대한 혐오를 웃기다면서 웃고 넘어갈지, 문제제기 해서 ‘분위기 깨는 예민한 사람’ 취급 받을지 고민한다. 어느 쪽이든 고통스러운 일이다. 정작 혐오한 사람은 고민하지 않는다.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
다.
 특히 여성을 향한 언어 성희롱은 그 정도가 심각하다. 성희롱 자체는 형사처벌이 될 수 없다. 주로 모욕죄나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게 된다. 이마저도 모욕죄는 6개월을 경과하면 고소하지 못한다. 농담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혐오는 욕만큼이나 지독하다. 웃으라고 한 혐오이기 때문이다. 편히 웃지 못하는 건 성소수자도 마찬가지다. 어떤 농담은 성소수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기도 한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한 실태보고에서는 혐오 표현을 경험한 사람들이 겪는 정신적 어려움이 미약하게나마 수치로 표현됐다. 이들은 여러 곳에서 혐오표현을 접했는데, 조사 결과 온라인에서는 ‘뉴스 기사 혹은 영상 등의 댓글’ 78.5%, ‘페이스북 댓글’ 73.3% 순 이었다. 오프라인에서는 ‘친하지는 않지만 아는 사람’에게 혐오 표현을 접한 경우가 94.4%였다. ‘교사·강사·교수’도 74.0%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대학가 술자리에서도 ‘X신샷’, ‘게이샷’, ‘레즈샷’이라는 용어가 있다. ‘벌주’를 마실 때 외치는 이 구호는 여러 대학에서 문제시됐다. ‘X신샷’은 술게임에서 실수를 하거나 상황에 맞지 않는 행동을 했을 때 쓰인다. 최근 대학가에서는 소수자 희화화를 내포하는 단어들의 사용을 지양하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X신샷’ 대신 ‘아차샷’이라는 용어가 제안되기도
했다.


혐오 없이 웃고 화내는 사회 만들기
 먼저 우리 안의 혐오들을 마주하고, 일상 속 스며있는 혐오 표현을 인지해야 한다. 혐오 표현은 단순한 비하가 아니라 집단에 대한 차별이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또는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혐오 표현들을 사용했을 수 있다. 나로 인해 누군가는 상처받고, 내가 썼던 단어들이 우리 사회에 이미 만연한 혐오들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그동안 써왔던 언어들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동시에 차별금지법을 보다 명확하게 제정해야 한다. 장애여성공감은 올해 여성의 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우리의 삶은 복합적이고, 차별의 바깥에 있는 삶을 사는 사람들은 없다”며 “국가와 사회가 말하는 제도에 포함되는 단일한 대상이 되어야만 권리를 부여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존재로 살아갈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하고, 가장 기본적인 조건 중의 하나로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여러 유럽 국가들은 혐오 표현을 규제한다. 뉴질랜드, 캐나다 등도 혐오 표현이 범죄가 된다. 미국은 국가가 혐오 표현을 직접적으로 처벌하지는 않고, 고용기회 평등위원회나 민사상 배상 등을 이용한다.
 ‘차별, 적의, 폭력을 선동하는 민족적, 인종적, 종교적증오의 고취는 법률로써 금지된다’고 국제인권규범은 명시한다. 한국도 이를 국내법으로 수용했다. 아무도 차별받지 않으면서 웃고 화낼 수 있는 사회가 될 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 자신에 가까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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