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보기PDF 561호 update 2018.12.10 월 03:23
> 뉴스 > 문화 > 문화기획
     
격변하는 조선, 해부학을 만나다 <나는 몸이로소이다>
2018년 09월 03일 (월) 01:49:58 길성은 gilbona@hs.ac.kr
   
 
   
 

 1902년 강릉 살인사건의 보고서는 피살된 시신의 작은 흔적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치열함이 느껴진다. 당시에는 해부가 불가능한 환경이라 사건을 정확히 파악하긴 어려웠다. 천초와 감초를 검시 도구로 사용하거나 육안으로 보이는 단서만 가지고 사인을 밝히는 조선의 법의학서<증수무원록>조차 사건에 도움을 주긴 힘들었다. 정신과 몸은 하나라고 가르치던 조선에서 해부학은 꿈꾸기 힘든 학문이었다. 그러나 조선은 개화기를 맞으면서 등장한 서양의학을 빠르게 흡수하기 시작했다. 정신과 몸은 분리된다는 서양의학의 기초에 따라 조선에도 해부학이 성행하게 된다. 그렇게 격변의 조선에는 최초의 한글 해부학 교과서인 <해부학(1906)>이 발행됐다. 동양과 서양의 사상이 얽힌 개화기에 우리의 몸(體)이란 과연 무엇이었을까?
 지난 7월 19일부터 용산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린 <나는 몸이로소이다>는 조선의 해부학을 한글 중심으로 소개한다. 열린 문과 아치형 구획으로 꾸며진 전시공간은 개화기라는 시대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됐다. 먼저 1부 <몸의 시대를 열다>에서는 조선 전통의학과 서양의학의 차이 및 조선 의학의 변화를 보여준다. 조선이 서양의학을 받아들이는 일은 치료의 변화뿐만 아니라 몸에 대한 가치관까지 변화하는 것이었다. 전시된 서양 외과도구와 조선의 침으로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한글 창제 이후 개화기에 이르기까지 몸을 가리키는 한글의 변화는 2부 <몸을 정의하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선은 장기에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원리를 부여하는 동양적 가치관을 갖고 있었지만 서양 사상으로 몸의 이름과 뜻풀이가 변했다. <몸의 기둥, 뼈와 근육>, <마음의 집, 심장과 뇌>, <보고 듣고 느끼는 감각기관>, <서로 돕는 몸속 기관> 총 4개의 주제별로 새롭게 생겨나고 사라진 한글을 볼 수 있다. 마지막 3부 <최초의 한글 해부학 교과서>는 수많은 실패를 극복하고 우리말로 해부학 교과서를 펴낸 김필순과 에비슨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곳에서는 서양의학의 새로운 지식을 우리말로 받아들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해부학(1906)>외 여러 한글 의학 교과서를 만날 수 있다.
 해부학이라는 신선한 탐구는 우리에게 익숙한 한글을 통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한국 관광 중 전시를 관람한 외국인 닉 씨는 “서양의학을 받아들인 조선의 모습이 흥미롭고 동서양이 어우러진 조선의 의학은 아름답다”라고 전했다.
 해부학을 흡수한 동양의학이 꽃 피던 개화기, 몸에 대한 다양한 말들도 피어났다. 익숙한 한글과 낯선 해부학의 만남인 <나는 몸이로소이다>는 오는 10월 10일까지 용산 국립한글박물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 HIM(http://him.hs.ac.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HIM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경기도 오산시 양산동 한신대학교 한신의 HIM | TEL : 031-379-0321 | FAX : 031-379-0323 | 상호 : 한신의 HIM
청소년보호책임자 :
Copyright 2007 HIM. All rights reserved. webmaster@him.h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