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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학보>에서 글을 썼던 이유
2018년 09월 03일 (월) 03:02:51 강함님 hs.ac.kr

 

 무뎌지는 것에 대한 강한 불안이 있다. 무지하다고 느껴서 언제나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지낸다. 누군가에게는 가해자일 수도 있기에,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제에 이것저것 문제제기 했던 게 웃기기도 하다. 무심결에 저질렀을 행동들이 무섭다. 지금도 언행이 두렵다.
 기사를 쓰던 도중 만났던 사람들은 종종 말했다. 대학은(또는 한신은) 그나마 덜 차별적이고 덜 부패한 곳이라고. ‘사회에 나가면’ 이보다 심한 부조리들을 보고도 잘못됐다고 말할 수 없다고. 그 말 때문이라도 더 써야 했다. 우리가 살아내야 할 사회가 어쨌든 대학사회도 사회였다. 대학엔 바꿔나가야 할 지점들이 참 많았다. ‘그나마 덜 부패한’ 대학사회에서 신문을 만드는 나는 그것들을 기사화할 의무가 있었다. 그리고 우리 언론의 이야기도 꾸준히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상에서 겪었던 수많은 폭력들은 나를 절망에 빠뜨렸다. 매일 마주하는 상황들과 꿈꿨던 세상과의 괴리가 나를 힘들게 했다. 같은 상황에 놓여있는 좌절한 동료, 내가 예민한 탓이라며 다독이는 사람들까지 그 어떤 것도 위로가 되기엔 부족했다. 나를 조금씩 괜찮아지게 했던 건 글이었다.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을 만났을 때 조금 덜 외로워졌다. 학보를 만드는 과정에서
오히려 고요해졌다. 학보에 이것저것 안 재고 뛰어들 수 있었던 이유는 언젠가 내 기사로 더불어 살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 나은 사회를 향한 다양한 기록들이 나를 살게 했다. 결국 나는 사회가 나아지지 않으면 완전히 괜찮아질 수 없었다.
 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기에 누군가를 바꾸고자 썼다면 거창하고, 내 마음을 위해 읽고 썼다. 폭력 없는 사회를 향해 부족하게나마 기록했다. 나는 특별히 이타적인 사람이 아니다. 스스로 목소리를 낼 때 나는 괜찮다. 혹시나 나와 비슷한 이들이 내 문장으로 인해 덜 외로워질 수 있도록 치열하게 쓰는 것. 나도 위안을 얻는 것. 앞으로도 해나가야 할 일들이다. 나를 위한 일이자 조금이라도 더 평화로워지려는 발버둥이다. 변화하고자 싸우는 많은 이들, 그 안에서 스스로 작은 물결 됨을 느낄 때 아주 조금씩 나아지는 기분이다. 그래서 지켜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나를 짓눌렀다고 생각했던 책임감은 그런 맥락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단어 하나하나 조심해 지면에 쏟아낸 날은 비교적 편히 잘 수 있었다. 기사는 나를 더 민감하 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 책임감이 좋았다.
 <한신학보>와 함께하는 마지막 신문이다. 웃기고 짜증나고 슬프고 화나고 졸리고 사랑스러웠던 공간. 신문 만들면서 느껴본 여러 가지 감정들이, 만났던 사람들이 없었으면 퍽 서운할 뻔 했다.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열심히 듣고 생각하고 썼다. 소중한 지면 빌려서 잘 배웠다. 같이 밤을 지새웠던 분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하며, 앞으로 학보를 만들어나
갈 분들에게 큰 응원을 보낸다. 부족한 나와함께해준 것 마음 다해 감사하다. 나는 이제 편집장이 아닌, 그저 나로 존재하며 고민할거다.
 또한 변함없이 꿈꿔본다. 차별과 억압 없는, 권위와 폭력을 검열하는, 생명을 살리는,노동이 존중받는, 평등을 위한 언론. 모든 생명이 자기 자신일 수 있는, 그런, 진부하나 간절한 꿈결 같은 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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