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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처럼 아름다웠던 별이여
기후 변화 시대의 예술적 옐로카드
2018년 09월 27일 (목) 23:56:34 송용구 @hs.ac.kr

북극 해빙海氷의 넓이가 1979년 이후 2000년 사이 평균면적의 절반 가까이로 줄어든 사실은 인류에게 경각심을 일깨운다. 영화〈2012〉와〈 설국열차>의 스토리가 더 이상 픽션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공포스런 예측을 가능케 한다. 기후 변화가 일으킨 생태 위기는 지구상의 모든 종種을 파멸시키는 극단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2000년대를 넘어서면서 기후, 생태, 생물, 환경 분야의 수많은 전문가들이 인류의 앞날에 대해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들이 비관론을 제시하는 것은 인류의 멸망을 기정사실로 강조하려는 뜻이 아니다. 대재앙을 예방하고 종말의 임계점으로부터 지구를 구해내야 한다는 SOS의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학의 전문가인 작가들은 ‘지구’라는 생명공동체의 집을 지켜내기 위해 어떤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가? ‘묵시록’을 통하여 경고의 사이렌을 울려주는 것이야말로 그들이 수행해야 할 참여문학의 임무가 될 것이다. 그들이 내미는 문학적 옐로카드는 기후 변화와 생태 위기에 저항하는 정신적 항체의 면역력을 인류에게 길러줄 수있을까? 그 현실적 가능성을 전망해볼 수 있는 생태 묵시록을 읽어 보자.

 

“이곳엔 사과가 놓여 있었지/ 이곳엔 식탁이 서 있었어/ 저것은 집이었고/ 저것은 도시였어/이곳의 땅은 쉬고 있다구(제1연)// 저기있는 이 사과가/ 지구란다/ 참 아름다운 별/ 그곳엔 사과가 있었고/ 사과를 먹는 사람들이 살았었지(제2연)

 

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의 시「 사과에 대한 조사弔詞」다. 시의 화자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사과”는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하나는 과일 그 자체이고, 또 하나는 지구를 상징한다. ‘사과’라는 생명체를 바라보던 화자는 거대한 사과인 지구를 향해 서서히 시선을 옮겨간다. 제1연에서 화자는 거대한 사과의 내부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는 과거에 존재했었던 사물들이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다. 자연을 상징하는 사과, 가족공동체를 상징하는 식탁, 기계문명의 터전을 상징하는 “도시”가 사라진 것이다.

 

제2연에서 화자는 지구의 바깥에 서서절망에 젖은 체념의 눈길로 지구를 바라보고 있다. 사과처럼 아름다웠던 “별”은 단 한개의 사과도 맛볼 수 없고, 단 한 “사람”도 만날 수 없고, 단 하나의 생명체도 만질 수 없는 사막으로 변하였다. 지구의 죽음을 애도하는 화자의 “조사弔詞”는 인류의 멸망과모든 종種의 멸종을 경고하는 시적詩的 묵시록이다. 소름끼치는 종말의 상황을 예언하는 또 다른 작가의 경고 메시지를 들어보자. 물론 예언의 목소리 밑바닥에는 비극적 파국을 예방하자고 당부하는 진심어린 호소가 깃들어 있다.

 

“우리가 소유한/ 가장 좋은 금속으로 만든/ 공 안에서/ 죽은 개 한 마리/ 날마다 우리의 지구 주변을 돌고 있다./ 우리가 소유한 가장 좋은 위성/ 지구가/ 어느 날 저렇게/ 죽은 인류를 싣고/ 해마다 태양 주변을/돌게 될 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보내면서.”

귄터 쿠네르트의 시 「라이카Laika」다.

 

1957년 11월 3일 소련에서 ‘라이카’라는 이름의 개 한 마리를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2호’에 태워 역사상 최초로 우주 공간에 생명체를 띄워 보냈던 사건이 소재가 되었다. 인공위성이 대기권을 통과하자마자 탑승했던 라이카는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쿠네르트의 탁월한 상상력에 의해 이 역사적 사건은 인류의 멸망과 생물의 멸종을 나타내는 은유로 전환되었다. 미시적 시각으로 본다면 “죽은 개”는 “죽은 인류”의 은유, “공(인공위성)”은 “지구”의 은유, 지구는 “태양”의 은유로 각각 사용되고 있다. 이것을 거시적 시각으로 확대해서 바라보자. 죽은 개를 싣고 지구 둘레를 도는 인공위성은 죽은 인류를 싣고 태양 둘레를 도는 지구다. 작가는 죽은 개를 통해 죽은 인류의 미래를 보여준다. 개와 인류의 공동 터전이었던 지구의 죽음을 “경고”하려는 것이다.

 

“가장 좋은 위성”이었던 지구 안에서 인류를 포함한 모든 생물이 멸종할 수 있음을경고하려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쓸쓸히 표류하는 폐선廢船이 된다고 가정해보자. 이러한 대재앙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일까? 유토피아를 향해 급진적으로 달려오기만 했던 ‘성장제일 주의’적 풍조가 아닐까? 기술의 발전과 물질의 팽창을 위해 생명을 도구로 이용하고 있는 인류의 반反생태적 사고방식이 아닐까? 묵시록을 읽어야 할 독자는 특정 대상이 아닌 인류다. 기후 변화와 생태 위기는 지구촌의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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