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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비추는 거울 전시
<사전의 재발견>에 담긴 종이사전의 가치
2018년 10월 23일 (화) 22:21:06 박시원 swdri@hs.ac.kr
   
 
     
 

급하게 단어 하나를 찾으려 두꺼운 사전을 펼쳐 보는 것은 비효율적인 일이다. 스마트폰 검색 몇 번이면 쉽게 해결되기 때문이다. 속도의 시대에서 종이사전은 고지식한 묵은 종이로 느껴진다. 많은 이의 책장에 먼지 쌓인 채 있을 뿐이다. 이처럼 최근 사용이 적었던 사전은 지난 9월 20일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린 <사전의 재발견>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전시는 아직 시들지 않은 종이사전의 가치를 알려준다.

사전의 탄생 과정은 전시 1부에서 펼쳐진다. 우리나라 사전 편찬은 외국인 선교사들로부터 시작됐다. 따라서 초기 사전은 모두 외국어 해석본이다. 우리말 표기·해석의 시작은 1910년대 주시경 선생의 ‘말모이’ 원고에서부터다. 죽기 전까지 사전 편찬을 멈추지 않은 주시경 선생의 ‘말모이’는 비록 완성되지 못했지만, 온전한 우리말 사전의 시초라 할 수 있다. 첫 번째 우리말 표기·해석 사전은 1938년 출간된 문세영의 <조선어사전>이다. 독자들의 도움을 받아 단어를 대폭 추가해 수정본도 만들어졌다. 한편 주시경 선생의 제자들은 그의 뜻을 이어 총 6권의 <조선말 큰사전>을 발간했다. 위 사전은 모두 전시장 안에서 생생하게 살펴 볼 수 있다.

전시는 사전에 실린 단어·속담의 변천도 다룬다. 과거 여성은 ‘계집’이나 ‘여편네’로 장애인은 ‘장애자’로 불렸다. 사회적 약자를 낮잡아 부르는 말이 사전에 그대로 등재돼 있다. 그러나 현대에는 위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처럼 사회적 약자를 가리키는 말이 변한 것은 그들의 사회적 지위가 전보다 상승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사전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사전 속 단어들이 당시의 시대와 인식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시는 사전을 통한 단어의 뜻 변화와 함께 사전에 담긴 사투리를 음성으로 들을 수 있는 장소 및 북한어 사전도 제공하고 있다.

<한신학보>와 인터뷰에서 도슨트 류순옥(여·48)씨는 “일제강점기 편찬된 사전엔 민족주의와 민족자결주의의 뜻이 삭제돼 있다”는 예시를 들어 사전이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전시 기획자 김민지(여·30대) 씨도 “종이사전은 우리 문화를 어떻게 정리하고 뜻풀이했는지 볼 수 있는 귀중한 역사·문화자료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뜻풀이를 보는 사전뿐 아니라 특색 있는 소사전들도 나올 필요가 있다”며 다양한 사전의 부재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난 오랜 시간 종이사전은 한 사회의 말과 문화의 길잡이 역할을 했다. 사전 속 단어를 통해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사회적 기반을 다질 수 있던 것이다. 이러한 종이사전의 가치를 평상시엔 쉽게 알기 어렵다. 잊혔던 종이사전의 가치는 오는 12월 25일까지 국립한글박물관에서 되짚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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