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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질투: 어째서 사람인가
2018년 10월 23일 (화) 22:27:40 안진형 @hs.ac.kr

 볼프강 페터젠 감독, 브래드 피트 주연의 <트로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호머의 서사시 <일리아스>에 나오는 트로이 전쟁을 다룬 영화다.
 그 영화에서 한 대사를 듣자마자, 큰 충격에 빠졌었다. 트로이의 왕족이자 여사제인 브리세우스가 아킬레우스에게 자꾸만 전쟁에 나가는 이유와 죽음이 두렵지 않은지를 묻는다. 이에 아킬레우스는 인간이 죽을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영원히 살 수 없는, 아니 결코 죽을 수 없는 신들이 인간을 얼마나 질투하는지 아느냐고 반문한다. 모든 존재는 끝이 있어서 아름다운 법이라는 것이다. 아킬레우스의 이 대사는 영감이 됐다. 인간에게 있어서 죽음은 공포요, 피하려 애쓰는 대상인데 그것을 절대자인 신이 질투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특정 신론, 종교가 아닌 일반적 관점에서 신(神)은 절대완전자이다. 죽지 않고, 전지전능의 상태다. 고로 절망이란 있을 수 없고, 반대로 희망도 없다. 즉 절망하는 것은 인간만의 권리인 것이다.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단편소설을 보자. 가난한 두 부부가 서로 크리스마스 선물을 걱정한다. 아내는 평소 시곗줄이 없어서 시계를 못하는 남편을 위해 긴 머리를 팔아 시곗줄을 사고, 남편은 머리핀을 선물하려고 시계를 판다. 결국 아무 쓸모가 없게 된 서로의 선물이지만, 서로의 마음을 느끼게 된다. 처음 부부는 가난이라는 한계에 절망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절망으로 인해 두 사람의 제 기능을 못하게 된 물건들은 최고의 가치를 지닌 선물이 된다. 물질의 한계도 없는 신이 겪을 수 없는, 오직 인간 세계에서만 발생할 수 있는 정서라 할 수 있다.
이별에 대한 안타까움도 없다. 신은 영원하기 때문이다. 벚꽃 필 무렵이면, 우리는 벚꽃명소에 자주 간다. 연인들은 사진을 찍고, 벚꽃을 잡으면 영원히 헤어지지 않는다는 속설에 펄쩍 뛰기를 반복하기도 한다. 어떤 할머니께서는 가만히 앉아서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며 아름다운 벚꽃을 살포시 쥐고는 절실하면서 아름다운 표정을 지으신다. 영원히 죽을 수 없는 신들은 올해 피는 꽃이 그렇게 아름답다는 걸 알 수 있을까. 사진으로 남기고 싶을까.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이, 하염없는 그리움과 기다림이 절망적으로 다가올까.
 위 소설과, 일화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죽을 수밖에 없기에 이 세계를 더 절실하게 느끼고, 그 절실한 정서를 문학과 같은 예술들로 표현하게 된다. 세상에 대한 다른 감정을 느끼기 때문에 이를 예술 작품으로 탄생시킨다. 즉, 예술 또한 인간의 권리다. 또한 인간은 무지한 반면 신은 전지전능하다. 고로 무지한 인간은 이 세상에 대해 끊임없이 철학한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신은 철학할 필요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철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건 지혜로워질 수 있는 것이 신이 아니라 인간뿐임을 나타낸다. 영화 <트로이>를 보고 신이 어떤지, 죽음이 무엇인지 모르는 필자가 여기까지 부족한 생각을 하는 것도 신이 창조한 이 세계를 알지 못하기에 할 수 있는, 인간만의 권리인 것이다. 지금까지 인간의 절망하고 희망할 수 있는 권리, 절실할 수 있는 권리, 예술을 할 수 있는 권리, 철학할 수 있는 권리를 보았다.
 이 권리들을 가질 수 있는 존재는 인간이다. 지금 절망하고 있는가. 특권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를 질투하는 신들을 보며 자긍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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