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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서 ‘나’로 산다는 것
2018년 10월 23일 (화) 22:30:19 오현주 @hs.ac.kr

 페르시아. 왠지 모르게 알라딘과 천일야화를 상상하며 늘 신비롭고 동화 같은 곳이라는 생각이 드는 단어다. 하지만 ‘페르시아’라는 명칭은 서양에서 이란을 부르는 명칭이다. 페르시아에서 이란으로 단어를 바꾸면 신비와 환상은 사라지고 전쟁과 미사일이 떠오른다. 나 역시 다르지 않다. 그래서인지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은 ‘반전’으로 다가왔다. 다소 차분하고 신비로운 느낌의 겉표지와는 달리 책 속 이야기는 뼈아픈 현실의 연속이었다.
 이 책은 ‘소설’이지만, 등장인물의 삶에서 작가를 엿볼 수 있다. 이란에서 혁명을 외치던 부모로부터 태어난 소녀 마리암은 프랑스로 망명가고, 어린 시절 프랑스 문화에 적응해야 했던 당혹감과 아픔이 그대로 묻어난다. 모국어를 놓지 않으려 했다가, 내팽개쳤다가,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끌어안게 되는 과정은 담담하지만 강렬하다. 프랑스의 자유와 이란의 압박 사이에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 갈등하는 매순간들이 안타깝고 애틋하다. 성인이 되어 이란으로 돌아가서는 ‘다시는 프랑스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부르짖었지만 결국 프랑스로 돌아가고 그 후 중국에서도 터키에서도 충동적으로 살아가게 된다. 책에 쓰이지 않은 삶에는 얼마나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싶다.
 우리는 서로를 잘 모른다. 아무리 오랜시간동안 함께했다고 해도, 결국은 드러나는 것들로 서로를 판단한다. 파리에서 세상과 소통하는 마리암의 모습에서 엿볼 수있다. 마리암이 떠나온 이란은 당시 정치적 혁명을 거치며 죽음과 고통의 상처가 가득한 곳이었다. 그러나 망명 온 프랑스에서 그녀는 이란에서의 삶에 살을 붙이고 가락을 실어 잘 지어진 시처럼 낭송한다.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길이었던 것이다. 듣는이들은 그녀의 아픔 따위는 상상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이국적인 자신만의 작은 세계에 살았던 망명자의 낭만적인 삶만 기억할 뿐이다.
 이런 장면들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나 역시 스스로를 일회용 이야깃거리로 소비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집단에 들어가 이미 그 곳에 익숙해진 사람들과 친해지는 빠른 방법은 나의 갖가지 경험에 한껏 양념을 쳐 이야깃거리로 만드는 것이었다. 특히 실수나 치부는 좋은 재료였다. 우습고, 창피하고, 실패한 경험. 이것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흥미를 끌 수 있었다. 그러나 나의 실수와 힘든 경험을 되새긴다는 것은 스스로를 괴롭히는 일이었다. 그 이후에는 공허함이 남았다. 타인에게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도 누군가에게는 신비와 환상의 페르시아로 비춰지는 초라한 이란이었을지 모른다.
 한국에서 태어나 21년간 한국에서만 살아온 나는 이방인의 삶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른다. 나 역시 그저 이방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로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리암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건 아무리 노력하고 발버둥을 쳐도 주류에 속할 수 없는 비주류의 삶을 느껴왔기 때문이다. 그녀가 모국어인 페르시아어를 다시 배우면서 비로소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것처럼 나 역시 ‘나’로 살기 위해는 나 자신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배워야 할 것이다. 인간으로 산다는 것, 그 중에서도 소외받는 비주류로 산다는 것, 혹은 여성으로 산다는 것, 그리고 진짜 ‘나’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늘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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