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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 리치’ 뒤 가려진 아시안의 그림자
2018년 11월 18일 (일) 23:36:04 길성은 gilbona@hs.ac.kr
   

할리우드에 갑자기 등장한 미친 부자 아시안이 북미 영화판을 뒤집었다. 존 추 감독의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지난 8월 북미에서 개봉해 박스오피스 3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싱가포르라는 서양에게 익숙지 않은 아시아 배경과 화려한 영상이 관객의 눈길을 끌었다. 본래 국내 개봉은 예정에 없었으나 이러한 성공으로 지난 10월 25일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상영 중이다. 그러나 국내 흥행 성적이 썩 좋지만은 않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 동양보다 서양에서 인기를 더 끈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는 뉴욕대 교수 레이첼(콘스탄스 우)이 재벌 남자친구 닉(헨리 골딩)의 고향 싱가포르로 가면서시작된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레이첼은 닉의 가족과 지인에게 홀대받는다. 평범한 여주인공과 부유한 남자의 사랑을 그린 이 영화는 자칫 ‘신데렐라 스토리’가 될 수 있었으나, 개성 있는 캐릭터들의 등장으로 신선함을 선사했다. 기존 할리우드 영화에서 아시안의 역할은 공부벌레 혹은 특수요원이 전부였다. 그러나 이 영화는 할리우드 속 아시안 캐릭터의 영역을 확장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영화는 북미 흥행과 달리 국내 개봉 일주일 만에 박스오피스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우리에게는 어딘가 익숙한 캐릭터와 흔해 빠진 소재 탓이었다. 국내 관객들은 재벌남을 사랑한 평범한 여자와 ‘시월드(시가를 속되게 이르는 말)’등의 뻔한 전개를 진부하게 느꼈다. 일각에서는 ‘덜 자극적인 막장 드라마 같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여기에 영화 속 오리엔탈리즘 문제도 논란이 됐다. 예비 며느리를 괴롭히는 시가(媤家)의 모습은 서양인에게 독특한 타 문화였던 것이다. 동양에 대한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서양인들의 단순한 호기심이 영화를 흥행으로 이끌었다. 그들의 호기심을 아시안에 대한 진정한 이해로 보긴 어렵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김씨 편의점>으로 화제를 모은 넷플릭스부터 폭스 등 메이저 영화사까지 아시아콘텐츠를 제작하는 시대다. 이와 함께 서양에서는 ‘크레이지 리치’한 아시안을 다룬 영화가 흥행했다. 이러한 열풍이 서양 영화 산업에서 아시안 배우들의 입지를 높인 것이라 일차원적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서양 관객들이 단순히 오리엔탈리즘의 한계를 답습하는 시각으로 영화를 보는 것도 문제라 할 수 있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영화다. 한편으론 아시아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영향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렇기에 영화의 재미뿐만 아니라 영화 속 문화와 가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감상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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