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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앤 워클리에게는 내일도
2018년 11월 18일 (일) 23:39:53 한신학보 @hs.ac.kr

메리 앤 워클리(Mary Anne Walkley)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그녀는 하루 평균 16시간 반, 성수기에는 종종 30시간을 중간 쉬는 시간 없이 계속 노동했다. 60명의 다른 소녀들과 함께 30명씩 배치된 좁은 방에서 쉼 없이 26시간 반을 일하기도 했다. 밤에는 숨 막힐 듯 좁은 한 개의 침실에서 모두가 잠을 청했다. 메리는 그렇게 살다 죽었다. 부지런하게 일만 하다 죽은 것이다.

요즘 시대에 일만 하다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자주 듣지는 못하더라도 노동의 고통에 대해서는 모두가 쉽게 공감한다. 태어날 때부터 몇 억이 넘는 주식을 보유한 이들이 아니라면 우리 모두는 굶지 않기 위해 그리고 살 곳을 마련하기 위해 ‘노동’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굶지 않는다는 것과 살 곳을 마련한다는 것은 결국 최소한의 삶을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노동은 최소한의 삶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이번 560호 사회면 취재를 위해 만난 택배노조 김진일 정책국장도 비슷한 말을 한다. 택배노동자들이 몸 건강히 일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고.

대형택배회사들은 택배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무환경을 조성해야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도 말이다. 택배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최근 취재 결과 우리 학교 청소노동자들의 근무환경 또한 예전과 달라진 게 없다. 올해 3월부터 각 건물마다 효율적인 분리배출을 위해 여러 쓰레기통이 놓였다. 겉으로 보기엔 이 시행이 청소노동자들의 업무를 줄이고 분리배출에 도움을 주는 것 같지만 실제로 우리 학교 청소노동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쓰레기를 따로 분리하는 것이 오히려 노동 강도를 더 높이게 됐다.

학교 측은 노동시간은 물론 분리배출 시행으로 청소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를 줄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 우리 학교 청소노동자의 수가 고작 20명임을 놓고 볼 때 그 주장에 공감하기는 어렵다. 굳이 청소노동자의 수를 모르더라도 학교 내 그들의 근무 환경이 어떤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학교 측이 청소노동자를 위하고 있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설날이나 추석 등 한 해의 주요 연휴가 다가오면 뉴스에서는 ‘갑질 논란’이라는 단어를 헤드라인으로 내세워 소식을 전한다. 연휴에도 쉬지 못하고 일하는 노동자들이 소비자로부터 갑질 당한 것을 비판하는 얘기들이다. 주로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이들은 택배를 주려다, 콜센터에서 상담을 하다가, 가게에서 물건을 판매하다가 이유 없이 욕을 먹는다. 그들은 육체적 노동뿐만 아니라 바리게이트 없는 감정노동에도 그대로 노출돼 있다.

한편에서 정부는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말하고, 업주들은 그것에 불만을 토로한다. 상승된 최저임금이 이전보다 노동자들에게 있어 더 나은 삶을 보장한다는 입장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다만 임금이 올라가는 것과 육체적·심리적 노동의 고통이 줄어드는 것이 반비례하지 않는 점이 답답할 뿐이다.

숨 막힐 듯 좁은 방에서 잠을 자며 하루 평균 16시간 이상의 고된 노동을 하는 메리 앤 워클리는 지금 찾기 힘들 수 있다. 그러나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무환경과 삶’을 보장받지 못하는 메리 앤 워클리는 우리 사회에 여전히, 많이 존재한다. 내일의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가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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