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보기PDF 561호 update 2018.12.10 월 03:23
> 뉴스 > 여론 > 외부기고
     
기록이란 무엇인가?
2018년 11월 18일 (일) 23:59:03 이영남 교수 @hs.ac.kr

요즘은 아카이브(archives)라는 말이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다. 대체로 유용한 자료, 문서, 사진, 영상 등을 모아서 잘 정리하고 활용하는 의미로 쓰고 있는 것 같다. 기록을 활용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아카이브를 기록물의 차원으로만 좁혀서 이해하다보면, 아카이브가 19세기 이래 민주주의를 위한 사회적 장치로 발달해왔다는 사실을 놓치기 쉽다. 아카이브는 고유한 법률체계, 영역, 전문지식, 국제표준, 국내 외 기록전문가 협회, 직업윤리를 갖춘 전문분야이다.

이번 학기에는 학생들과 기록의 정치적관점을 함께 공부하고 있다. 한 학생이 ‘기록으로 책임지게 하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행위의 증거로 기록을 제시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기록의 사회적 의미를 잘 짚은 발표였다.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어떤 사람이 기록관리분야에 잘 어울릴까 물어본 적이 있었다. 평소 잘 정리하는 기록습관이 있는 사람이 아니겠냐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역사의식과 민주주의 소양을 가진 사람이 더 잘 어울릴거란 학생들도 있었다. 둘 다 필요하다. 그러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후자일것이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바다에 잠길 때 대통령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국민들은 알고 싶어 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은 대통령으로서 직무에 충실했다고 강변했지만 그것은 말뿐이었다. 기록으로 책임을 지는 태도는 아니었다. 그것은 공적 태도가 아니었다. 공직자는 기록으로 자신의 행위를 말해야 한다.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공공기관은 자신의 공적 행위를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야 하고, 국민이 원한다면 언제든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기록에 따라 사안별로 비공개하는 경우도 있지만 공공기록은 공개가 원칙이다. 기록학은 이런 원리를 설명책임성(accountability)이라 말한다.

한국에서 공공 기록관리의 역사는 그리오래 되지 않았다. 1999년에 공공기록관리법이 제정된 것이 시발점이었다. 그 후, 노무현 대통령이 2004년부터 정부의 기록혁신을 강하게 추진하면서 정부의 기록관리가 본격화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기록관리를 실무자의 일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할 중요한 직무 중 하나로 이해했다. 그래서 2007년에는 대통령 기록관리법이 제정될 수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재임 중 대통령기록을 전부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고 퇴임했다.

공공기록관리법에는 공공기관에 기록전문가를 배치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다. 이 조항에 따라 현재 2,000여 명이 넘는 기록전문가들이 각급 공공기관에서 활동하고 있다. 우리 대학에도 이 법률에 근거해 채용된 기록전문가가 기록정보관에서 일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학교 구성원들에게 기록정보관은 낯선 존재이다. 학교 구성원들이‘한신기록’을 이용해서 학교행정을 감시하거나, 연구나 교육프로그램에 활용하면 좋을 텐데, 아직까지는 활발하지 않은 편이다.

이 점은 참 아쉽다. 공공기관에서 기록을 관리하는 것은 국민에게 기록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국민은 누구라도 ‘정보공개법’을 근거로 자신이 원하는 기록을 보여 달라고 해당 기관에 청구할 수 있다. 이 때 공공기관의 업무담당자는 청구인에게 왜 그 기록을 보여달라고 하느냐 하는 식의 청구사유를 물을 수 없다. 보유하고 있는 기록이라면 제공해야 한다.

정보공개청구는 어렵지 않다. 웹에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정보공개포털’(https://www.open.go.kr)이 있다. 여기를 통하면 손쉽게 공공기관의 정보를 볼 수 있다. 얼마 전부터는 언론사 기자들도 정보공개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기사를 쓰는 추세이다.

우리 학생들도 정보공개포털을 이용하면 좋겠다. 과제, 논문, 프로젝트에 도움이 되는 좋은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다. 나아가 국민의 한 사람으로 공공기관을 감시함으로써 행정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이기도 하다.

기록에는 물론 그림자도 있지만, 그것으로 인해 기록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가릴 수는 없다. 사회구성원이 기록을 높이 평가할수록 민주주의는 강화될 것이다. 기록이 없으면 업무수행의 증거도, 활용할 정보도, 역사도, 그리고 민주주의도 없다. 아직은 기록의 공적 역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은 편이다. 그러나 기록을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우리 사회는 그만큼 더 바람직한 사회가 될 것이다. 한신 구성원들이 기록에 더 많은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

ⓒ HIM(http://him.hs.ac.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HIM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경기도 오산시 양산동 한신대학교 한신의 HIM | TEL : 031-379-0321 | FAX : 031-379-0323 | 상호 : 한신의 HIM
청소년보호책임자 :
Copyright 2007 HIM. All rights reserved. webmaster@him.h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