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보기PDF 561호 update 2018.12.10 월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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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거울 미디어, 그 속에 여성은 어디로 갔나
성차별 없는 미디어로 가는 길목에 서다
2018년 12월 10일 (월) 02:57:56 강나연 roh21127@hs.ac.kr
   
 
   
 

영화 <미쓰백>이 개봉 23일째 되던 지난 11월 3일 누적 관객 수 70만 명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기존 영화서 여성 배역이 주체성, 역할 비중 없이 소비되던 것과 다르게 여성 감독과 배우가 영화를 이끌어 나간다는 점에서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개봉 첫날 <미쓰백>의 스크린 개수는 524개에 불과했다. 스크린 독점 논란이 일었던 <군함도>의 스크린 개수가 2,168개였다는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적은 수다(▶관련기사 <한신학보>547호, 5면, ‘화려한 껍데기 속 논란의 알맹이’ 참고). 여성 관객들은 자신들을 ‘쓰백러’라고 지칭하며 단체 관람, 영혼보내기(좌석을 예매하고 영화관에 가지는 않는 것) 운동을 펼쳤다. 쓰백러의 노력에 힘입어 <미쓰백>은 흥행을 가속했고 누적관객수 72만 명(11월 26일 기준)을 기록했다.

현재 우리나라 미디어 속 여성 비율은 장르를 불문하고 참담할 정도로 적다. 지난 7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지상파 3사, 종합편성채널 4사, 케이블 채널 2사의 예능프로그램 성비를 조사한 결과 여성 출연자 비율은 36%에 그쳤다. 여성이 주진행자를 맡은 비율은 26.8%에 불과하다. 개그우먼 박미선은 여성 개그우먼이 설 수 있는 자리가 적은 방송계 실태에 대해 “그동안 너무 많은 방송이 남성 위주로 만들어졌다”고 비판했다. 최근에는 이영자, 김숙, 송은이 등 여성 예능인의 부상으로 남성 중심 예능판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이영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여성 중심의 방송이 많아진다는 건 그만큼 대중들의 인식도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이런 흐름은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성 중심의 컨텐츠가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다. 그러나 여전히 고정관념 섞인 여성상이 재생산되고 있다. 이는 드라마에서 특히 부각된다. 여자주인공은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리는 신데렐라가 대부분이다.

주인공 아닌 조연들의 모습에도 차별적인 이데올로기가 숨어 있다. 젊고 예쁜 여성 배우들은 대개 넘어져도 울지 않는 만화주인공 캔디 캐릭터 혹은 주인공의 사랑을 방해하는 악녀를 연기한다. 나이에 상관없이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남성 중심 드라마와 확연히 비교된다. 최근 당찬 신여성이 등장하는 드라마 <사의 찬미>와 기존 신데렐라 스토리의 성별을 뒤집은 <남자친구>가 인기를 얻는 것을 보며 일각에서는 시대가 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직도 여성의 이야기는 주인공이 진취적이든 전통적이든 사랑이라는 한정된 소재 안에 갇혀있다. 신데렐라가 돼서 황제에게 시집 온 여주인공을 그린 드라마 <황후의 품격>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나쁜형사>와 같은 범죄물의 주요 배역은 대부분 남성이 차지하고 있다.

여성 중심의 서사를 갈망하는 여성 소비층은 무시하지 못할 팬덤으로 성장했다. 이들은 원하는 콘텐츠를 직접 찾아내는 능동적 시청층으로 변모하는 중이다. 남성 중심 미디어에서 여성이 더는 조력자나 희생자로만 소비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던 ‘쓰백러’를 통해 이를 알 수 있다.

여성 서사를 갈망하는 여성 팬덤의 미디어 소비는 지금까지 이어지는 미디어 차별에 대항하는 하나의 방법이며 사회 구조적 불평등을 해결하려는 시도다. 그런 의미에서 2018년은 여성 중심 서사의 부재와 미디어 속 여성의 취약한 입지가 수면 위로 올라온 해다. 여성 팬덤은 이제 불합리한 미디어 속 성차별을 묵시하지 않는다.

과거 90년도만 해도 세탁기, 청소기 등 생활가전 광고는 오롯이 여성의 몫이었다. 광고 속 여성 모델은 앞치마를 입고 등장해 정형화된 주부의 모습을 강조했다. 그 외의 광고에서는 주로 여성을 성적 대상화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문적인 직장인, 도전하는 운동선수 등 보다 다양한 여성상이 광고를 통해 드러난다. 광고가 이렇듯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 것은 소비자의 힘이 크다. 성차별적인 광고를 ‘여혐광고’라고 일컬으며 불매운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SKT 사례만 보더라도 김연아에게 애교를 시키는 광고로 논란이 됐다. 이후 SKT는 김연아의 애교 장면을 없애고 피겨실력을 강조하는 장면으로 수정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누구나 미디어의 영향을 받는다. 미디어는 사회 반영의 거울일 뿐만 아니라 연출된 모습들을 재생산시키는 도구다. 그런 미디어를 단순한 유흥거리로만 봐서는 안 된다. 사회에서 미디어가 끼치는 영향은 크다. 우리는 드라마, 예능 등 미디어의 재미 속 숨어있는 성 고착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비판해야할 필요가 있다. 이미 많은 소비자들은 성차별적 미디어를 인식하고 저항하기 시작했다. 사회위계적 권력구조라는 틀 안에서 여성을 전통적인 방식으로밖에 소비하지 못하는 구시대적 미디어는 앞으로 한국 사회에서 철저히 외면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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