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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넘은 재벌 갑질, 정부의 갑질 근절 대책으로 해결될까
2018년 12월 10일 (월) 03:02:00 안도연 외 1명 samiyeomgo@hs.ac.kr 외 1명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18일 제2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갑질은 국민의 삶을 무너뜨리는 적폐”라며 강하게 비판한 적 있다. 같은 달 조현민 전 대한 항공 전무가 직원에게 물컵을 집어 던지며 폭언을 쏟아내 경찰 조사를 받았다. 2012년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이 큰 파장을 일으킨 이후 한진일가에서 두 번째로 터진 갑질사건이다. 이외에도 최근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과, 방정오 TV조선 대표이사 전무의 초등학생 딸의 갑질 사건이 화제가 됐다. 갑질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되며 과거보다 비중 있게 조명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재벌의 갑질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우리 학교 철학과 윤평중 교수는 “무조건적인 경영세습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검증된 후손에게 오너의 자리를 물려주는 기업 문화가 정착된 해외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별도의 자격 검증 없이 경영권을 세습한다. 이로 인해 별다른 노력은 하지 않고 부와 권력을 물려받은 재벌 3, 4세의 인성이 논란이 되고 있다. 80년대 재벌(Chaebol)이 정식으로 영어사전에 오른 이후 얼마전 외신에서 갑질(Gapjil)을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했다. LA 타임스는 ‘한국은 재벌이 경제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는 경향이 있어 재벌을 엄격히 처벌하지 않아 폭행 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기형적 재벌 구조 또한 갑질문화에 일조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절반도 되지 않는 주식으로 기업의 오너일가가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이를 ‘순환출자구조’라 하는데 해외의 경우 대부분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 있어 이런 구조를 찾기 힘들다. 국내 재벌들은 적은 자본으로 회사 전체를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경영에도 직접 관여한다. 이로 인해 일하는 직원을 존중하기보다는 아랫사람인 것처럼 대하는 심리가 생기는 것이다. 일각에서 재벌 개혁을 위해 순환출자구조 규제를 주장하는 이유다.

갑질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갑질을 저지르는 쪽에서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첫 번째고, 을의 입장에선 불이익이 두려워 갑질을 당해도 대응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공공기관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피해자가 갑질을 “그냥 참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85%로 매우 높았다. 이에 정부는 갑질 근절을 위해 지난 7월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정현안점검조 정회의를 열어 ‘공공분야 갑질 근절 종합대책’을 확정했다. 중대 갑질행위에 대해서는 징계기준을 상향해 단호하게 징계하고 해당 보직·직무 배제 등의 인사조치를 하겠다고 전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14일 발표한 ‘항공 산업 제도 개선 방안’에 따르면 항공사 임원이 ‘갑질’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경우 해당 항공사 신규 운수권 신청 자격이 최대 2년 간 박탈된다. 지금까지는 중대 사고로 사상자를 내거나 ‘땅콩회항’, ‘물벼락 갑질’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개선 방안이 시행되면 아무리 임원이라 해도 이전보다 행동을 더 조심할 수 밖에 없다. 운수권이 항공사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항공사 임원의 자격도 대폭 강화된다. 벌금형을 받아도 2년간 임원이 될 수 없다. 그동안 꾸준히 제기된 대한항공 한진일가의 갑질문제가 항공산업 제도 개선 방안에 영향을 준 것이다. 개선 방안은 내년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처벌 방법 없는 갑질, 신고만 하고 해결은 못한다

올해 10월까지 갑질신고 8,945건… 관련 법안 5년째 재고 중

   
 

갑질은 TV나 뉴스기사에 등장하는 재벌가에서만 일어나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대기업의 횡포, 재벌 갑질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일하는 직장에서도 쉽게 마주할 수 있다. 지난 11월 23일 채용정보사이트 ‘잡플레닛’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접수된 갑질 관련 제보는 8,945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마주하는 갑질은 대부분 일상에서 발생한다. 고객으로부터 폭언, 고용주의 노동력 착취 등이 그 예다. <한신학보>가 지난 11월 28일 인터뷰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알바 중인 김지은(20)씨는 “사람들이 갑질이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는 것 같다”며 “사장이나 고객의 갑질에 대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갑질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기는 한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등의 기본적인 방법 외에도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에서는 24시간 동안 갑질 피해 신고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많은 기업에서는 갑질을 근절하고 올바른 공직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직장 내 교육도 실시한다.

하지만 이런 대처 방안이 있음에도 갑질 고발에 대한 피해자들의 두려움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최근 1년간 상사의 폭언, 폭행과 같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적 있다고 드러났다. 하지만 자신의 경험을 고발하는 직장인은 고작 평균 1~2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위계질서가 확립된 수직적인 조직문화 속에서 이를 고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다. 더불어 가해자가 직접적인 처벌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현행법에 근거하면 고객이나 직장상사가 폭력을 행하는 경우만 법적 처벌이 가능하다. 근로기준법 8조는 어떠한 이유에서도 고용주가 근로자를 폭행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그러나 증명 과정이 복잡할뿐더러 입증 가능한 경우에도 대부분은 벌금형 선고로 끝나고 만다. 직접적 폭력을 제외한 다른 방식의 갑질은 처벌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상사로부터 상습적 폭언을 듣다가 우울증을 겪었던 경우를 상해죄로 선고한 것도 올해 처음 있었던 일이다.

가해자들이 받는 처벌 수위는 조직내 경고 수준에 그친다. 이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 9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 방지 3법’도 법안이 의결됐다. 해당 법안은 직장 내 괴롭힘을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정신·정서적 고통을 주거나 업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은 구체적인 의미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법안을 반대하는 의원들은 ‘정신·정서적 고통’의 개념이 모호하고 ‘업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악용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2013년부터 갑질 관련 법안 10여건이 발의됐지만 아직 1건도 입법되지 않았다. 정부는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직장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올바른 조직문화 재고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선시 돼야 할 것은 법안 마련이다. 법적으로도 보호받지 못 하는 권리를 조직문화 재고로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갑질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은 여전히 논의 중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 학교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를 강의 중인 김대오 교수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Q. ‘갑질’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음에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갑질이 재발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갑질이 재발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동안 비일비재하게 있었던 갑질문화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죠. 최근 갑질로 인해 사회적 파장이 일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에 관련된 비판의 목소리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날선 여론의 비판 보도 때문에라도 갑질은 줄어들 것입니다. 하지만 갑질문화가 사회적 지위와 역할 차이, 경제적 우열관계가 존속하는 한 갑질 문화의 완전한 근절은 어렵다고 봅니다.

Q. 한국 사회의 어떤 구조가 갑질을 일으키나요

간단히 말하면 지위의 우열관계에 의해 갑질이 발생합니다. 우열관계로 개인이 타인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지위의 우열이나 갑을관계에서 생기는 불균등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갑질문화는 이 관계를 비인격적, 부도덕적으로 당연하게 이용하면서 생긴 것입니다. 자연스럽게생기는 갑을관계는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병폐와 부작용은 막아야 합니다.

Q. 최근 미국 신문사 뉴욕타임즈에서 ‘갑질(GAPJIL)’을 번역하지 않고 발음 그대로 사용해 화제가 됐습니다. 해외 기업에는 갑질문화가 없나요? 없다면 한국사회에만 갑질 문화가 생긴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나라의 ‘갑질’처럼 구체적인 단어는 없어도 비슷한 갑질문제는 어디에나 존재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위의 우열이나 경제적인 관계로 엮여있을 때 갑과 을이 생기는 것은 불가피 합니다. 이런 관계로 겪을 수 있는 불이익 또한 있을 것입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갑질 행위를) 참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진 면이 있습니다. (갑질이란) 부도덕한 행동이 문화로 불리기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인내가 중요했던 것이죠. 현재 우리는 갑질 문제를 자각하고 비판하기 시작했습니다.

Q. 갑질을 근절하기 위해서 국가·사회적으로 어떤 노력의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정부는 갑질을 예방하고 처벌할 수 있는 사회적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개인은 갑질을 문제 삼았다가 불이익 당할 것이라 생각해 신고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보장하기 위해 신고 이후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이 도입돼야 합니다. 갑질 가해자의 처벌도 강력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정부에서 공공분야 갑질 근절 종합대책을 수립했습니다. 이러한 정책의 확대가 갑질 근절에 실질적으로 도움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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