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보기PDF 561호 update 2018.12.10 월 03:23
> 뉴스 > 여론 > 사설
     
다음으로 가는 길
2018년 12월 10일 (월) 03:06:48 한신학보 hs.ac.kr

6일 새벽 총학생회실을 지나다 슬쩍 안을 보니 개표하지 못한 투표함들이 보였다. 재투표는 오월계단· 송암관· 18관에서 이루어졌고 투표 기간이 무려 6일이기까지 했으니 생각하기에는 꽤 많은 학생들이 투표하지 않았을까 싶다. 연장에 연장을 거친 투표였다.

제72대 총학생회로 ‘이:음’ 총학생회 후보자들이 당선될 것이라는 기사를 미리 써놓았다. 스포츠나 국가 주요 선거에서 누가 이기고 당선될 것인지 대략적인 예상 기사를 작성한 후 바로 내보내는 것처럼 말이다. 한국 축구 대표단 선수들이 월드컵에서 다른 나라와 경기를 하는 경우 몇 대 몇은 제외하고 일단 승리한다는 기사 하나와 패배한다는 기사 하나를 각각 작성해 놓는다. 그리고 경기가 종료되자마자 몇 대 몇인지 숫자만 빠르게 적고 기사를 내보낸다.

기자들이 간과한 건 당연히 ‘이:음 총학생회 후보자들이 ‘당선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기사는 하나만 달랑 쓰고 투표율만 발을 동동 굴리며 기다렸는데 연장 투표 마지막 날 오후부터는 힘이 쭉 빠졌다. 6일이나 투표를 했는데 도 투표율은 재적인원의 과반수인 50%도 넘지 못했다. 투표 가능 인원은 우리 학교 재학생 4,789명이었다. 이 중 최종적으로 투표를 한 인원은 2,172명이다.

최종 투표 인원수만 봤을 때 결코 적은 인원이라 할 수 없지만 223명의 투표가 부족해 결국 선거는 무산됐다. 정관 제13조 2항에 따르면 투표 연장 기간은 최대 이틀까지다. 이틀을 연장하고 최종 투표율이 45.35%가 나왔다. 하루만 더, 혹은 3일이나 4일만 더 연장 투표가 가능했다면 투표율 50%는 넘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지난 11월 말 열린 공청회에서 ‘이:음’ 선거본부는 실질적인 공약을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많은 학생들이 모여 후보자의 공약 발표를 지켜보고 그들 간 합리적인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는 자리였다. 때문에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통해 공청회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학생들의 참여도는 굉장히 낮았다. 어떠한 질문도 온·오프라인을 통해 나오지 않았고 ‘이:음’ 선거본부는 학생들과 제대로 된 질의응답을 할 수 없었다.

학보사에는 한신학보 1호부터 시작해 최근 발행호까지의 모든 신문이 보관돼 있다. 총학생회 선거 무산 선례가 있었는지 조사하기 위해 1996년도 학보까지 찾아보았다. 그러나 그때부터 지금까지 총학 선거가 무산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렇다면 이번은 왜 선거가 무산 됐을까. 물론 여러 부가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학생들의 학교 자체에 대한 무관심 때문이다. 투표율이 50%를 훌쩍 넘은 건 다 옛말이며 아무리 오월계단 앞에서 총학 후보자들이 홍보를 해도 관심을 보이는 이들은 별로 없다. 투표가 의무이기 때문에, 학생으로서 투표권 행사를 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투표를 하는 건 이제 무의미한 것 같다. 이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가 왜 저들에게 찬성표를 주어야 하나’이다. 학교 다니며 얼굴도 거의 처음 본 사람이 총학 후보자로 나왔다. 그들이 무엇을 하려는지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나에게 투표권이 있으니 찬성표를 던진다. 만약 이런 가벼운 생각으로 투표를 했다면 그건 투표를 안 하느니만 못한 것이다. 그래도 45%나 투표해줬네, 는 잘못된 생각이다. 앞으로도 학생들은 계속해서 무관심한 태도를 보일 것이고 1996년도부터 작년까지 선거가 무산된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올해는 어쨌든 무산됐다. 이런 일이 다음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우리는 항상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아마 지금 상태로 예상컨대 더 나은 다음을 준비하기보다는 최악의 상황을 막는 다음을 준비하는 게 급선무일 듯하다.

 

ⓒ HIM(http://him.hs.ac.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HIM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경기도 오산시 양산동 한신대학교 한신의 HIM | TEL : 031-379-0321 | FAX : 031-379-0323 | 상호 : 한신의 HIM
청소년보호책임자 :
Copyright 2007 HIM. All rights reserved. webmaster@him.h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