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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대학은 나와야 하지 않겠어”
학벌주의와 학력 인플레 사이에서
2018년 12월 10일 (월) 03:07:47 강한님 hs.ac.kr

마지막 학기를 다니고 있다. 올해 마지막 달에 접어들었으니 아마 특별한 일이 없다면 무난하게 졸업할 예정이다. 그 결과로 내년 2월 즈음엔 대학 졸업을 증명하는 종이 한 장을 받는다. 나는 초등학교 과정부터 고등학교까지 쭉 검정고시로 학력을 취득했다. 교육부에서는 내가 다닌 학교를 정식 교육기관이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때문에 제도권 교육기관에서의 졸업은 처음이다.

이미 사회 통념상 대학 졸업은 선택이 아닌 기본적 역량으로 비춰지는 듯하다. 대학 진학률은 80%를 웃돌며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 중이다. ‘학력 인플레이션’이라는 말은 이제 우리나라의 대학 교육을 설명하는 낡은 단어가 됐다. 일단 학생들이 무엇을 하고 싶던, 대학을, 그것도 이왕이면 좋은 대학을 나와야 꿈이라도 꿀 수 있다고 말하는 사회다.

올해 초, 은행들의 채용비리가 연이어 터지며 논란이 일은 바 있다. 모 은행은 외국대학과 소위 ‘서연고’출신의 지원자의 채용을 위해 점수를 조작했다. 원래대로라면 합격권에 있던 타대학 출신 지원자들은 불합격했다. 이런 이야기들이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학벌주의가 이미 사람들 사이에 내재화 돼서일 것이다. 학생들은 학벌주의에 대한 문제를 입 밖으로 꺼내면 “그건 네가 노력하지 않은 결과야”라는 식의 대답을 들을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안다.

공교육 학생들의 삶 대부분을 차지했던 학교생활 경험에서 체득된 결과이기도 하다. 가장 심각한 것은 대학 자체를 거부한 사람들은 이 논의에서 거의 배제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기회의 평등, 평가방식의 한계라는 단점들이 드러난 입시제도를 꾸준히 고수한다. 학생들 하나하나의 관심사 발굴에는 관심이 없다. 많은 통계가 반증하듯, 돈이 없거나, 장애가 있거나, 사회적으로 소수자이면 입시 과정 자체를 따라가기도 힘들다. 대학에 입학해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세계 2위로, 미국 다음으로 높다. 이런 수치에도 불구하고, 대학이 고등교육기관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여론은 만연하다. 또한 개인이 힘들게 노오력 해서 사회가 정한 ‘좋은 스펙’의 기준점을 맞췄다고 해도 고용 차별과 부조리가 가져다주는 무력감은 어쩔 수 없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성공한 소수의 집단’과 ‘실패한 다수의 집단’을 구별하는 잣대를 기득권에게 제공할 뿐이다. 사교육 시장과 대학입시는 학생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준다. 과도하게 비효율적인 구조다. 수능이 다가올 때마다 마음 아픈 소식이 들려오지 않길 바라고 싶지 않다.

곧 졸업이다. 대학 진학에 부정적이었던 대안학교 선생님들의 생각과 다르게 나와 친구들은 대부분 입시의 길을 택했다. 물론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 당당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교육 문제가 사회 구조 전반의 문제라는 것이다. 누가 우리를 학벌주의로 몰았을까. 대학은 우리 사회에서 어느 지점에 와 있을까. 학생들 태반이 고통 받는 교육 제도의 개혁은 시대적 과제다. 학벌은 단순하게 개인 노력의 결과로 설명할 수 없다. 이 기형적인 구조를 재생산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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