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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이 보노(cui bono)가 필요한 시대
2018년 12월 10일 (월) 03:08:26 박준태 hs.ac.kr

고대 로마 시대의 유명한 정치인이자 변호사인 키케로는 변호 때마다 ‘쿠이 보노’를 외쳤다. 쿠이 보노(cui bono)는 라틴어로“득을 보는 자는 누구인가”라는 뜻이다. 키케로는 쿠이 보노를 외치며 배심원의 마음을 돌렸다고 한다. 이렇듯 대중들이 피고인을 용의자로 몰아가는 동안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사람은 아무도 모르게 그 뒤에서 떨어진 콩고물을 챙기지 않을까

지난 8월 개봉한 영화 <공작>으로 화제된 ‘총풍 사건’은 15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야당인 김대중 후보를 견제하고자, 이회창 후보 측이 북한에 무력시위를 요청한 사건이다. 이회창 후보는 선거에 북풍을 이용하려 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보수 정치권에서 북풍은 선거 때마다 사용했던 히든카드다.

전쟁 분위기 조성은 보수 정당에 표가 가기 때문이다.

국정농단의 주역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초원복국 사건’으로 이미 한 번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14대 대선을 앞두고 그는 부산의 한 복어전문식당에서 부산 연고 정치인들과 만났다. 부산‧경남‧경북의 힘을 모아 경상도 지역 김영삼 후보에게 힘을 실어 주려는 것이었다. 그 유명한 ‘우리가 남이가’는 여기서 유래했다. 결과적으로 영남권의 압도적인 지지로 김영삼 후보가 무리 없이 대통령에 당선됐다. 90년대 영남의 인구는 호남의 약 2배였다. 영남과 호남이 1인 1표제의 선거로 붙는다면 영남은 백전백승(百戰百勝)인 것이다.

이렇듯, 주로 과거 한국 사회의 대표적 갈등인 이념 갈등과 지역 갈등은 정치권에 의해 조장되고 퍼져왔다. 정치권에선 여러 사회 갈등들을 배제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갈등을 사유화했다. 갈등의 사유화는 기존 체제를 통치하고 유지하는 데 버팀목 역할을 했다. 지금 한국 청년들은 다양한 갈등과 직면하고 있다. 기성세대를 비꼬는 은어인 ‘꼰대’를 넘어 ‘틀딱’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한남’과 ‘꼴페미’는 성별 갈등을 대표하는 호칭이다. 조선족과 예멘 난민 문제는 문화권 갈등을 보여준다.

이때, 키케로처럼 ‘쿠이 보노’를 외쳐보면 어떨까? 객관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사실 과거 이념‧지역 갈등보다 현재 한국 청년들의 갈등은 ‘쿠이 보노’를 외치기에 적절하지 않은 상황처럼 보인다. 이념‧지역 갈등보다 부의 분배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어, 청년들의 주장이 더 선명하기 때문이다. 극심한 취업난과 경쟁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 현재 갈등은 먹고 사는 경제권 문제다. 어쩌면 청년의 고단함은 기성세대와 한국 남성과 조선족이 기회를 뺏어간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현재의 갈등 가운데에 서서 ‘쿠이 보노’를 외친다면 독재 세력과 민노총‧전교조 등 운동권 세력 좌우 가릴 것 없이 강요했던 ‘대의를 위한 희생’ 문제를 답습하게 된다.

그래도 ‘쿠이 보노’는 필요하다. 내부의 갈등은 본질을 보는 눈을 교란할 수 있기 때문이다. 14세기, 서유럽이 흑사병으로 고통 받을 때, 당시 유럽인들은 고양이를 흑사병의 주범이자, 악마로 여겨 대대적으로 소탕했다. 덕분에 쥐가 더 늘어나 흑사병이 더 강해졌다는 설이 내려온다. 용의자로 의심받는 고양이를 보며 쥐가 웃고 있을지도 모르기에 어쩌면 범인은 ‘쿠이 보노’라고 외쳐야 비로소 나타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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