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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 지옥일지라도 우리는
2018년 12월 10일 (월) 03:11:13 길성은 hs.ac.kr

섣불리 타인과 관계 맺기 어려운 시대다. 모두 자기 앞길 챙기기 급급해 타인에 대한 배려를 잊어간다. 각자의 편의에 따라 타인을 외면하고 배척한다. 우리는 이렇게 단절되고 갈등하며 분열됐다. 스마트폰을 종일 붙잡고 SNS 피드를 넘기지만 무심코 누르는 ‘좋아요’가 타인과 나를 연결할 수는 없다. 서로 마주 보지 않으니 피상적이고 수명짧은 관계만이 남았다. 일상 속에서도 수시로 대립하고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고받는 다. 이에 회의감을 느껴 인간관계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들은 타인과의 관계 그 자체가 ‘지옥’이라 말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웹툰 <타인은 지옥이다>가 인기를 끌고 있다. 단순한 추리 공포 장르에 반짝하는 인기는 아닌 듯하다. 생소한 주제지만 왠지 공감되는 제목과 익숙한 고시원 배경이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말없이 빤히 쳐다보는 206호 남자와 어딘가 소름 끼치는 202호 남자의 수상함이 의심을 부른다. 의심은 두려움으로 변해 주인공 ‘종우’와 독자를 공포로 몰아넣는다. 주인공은 그들의 속내를 알 수 없다. 옆 방에서 들리는 꺼림칙한 소리와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봉투처럼 표면적인 단서만으로 그들의 생각을 유추해야 한다. 그 불확실함이 주는 불안감은 마치 가본 적 없는 지옥 같다.

‘타인은 지옥이다’는 실존주의 철학자 장폴 샤르트르에 의해 처음 쓰였다. 그는 타인이 굳이 고시원 사람들처럼 괴기스럽지 않아도 지옥이라 말한다. 타인의 시선은 우리를 멋대로 판단하고 사물화하기 때문이다. 타인은 마치 지옥처럼 알기 힘든데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쳐서 주체성을 제약한다. 멋대로 평가하는 태도가 예상치 못한 편견과 오해를 만드는 것이다. 타인은 존재만으로 지옥이라는 그 말이 살인자일지 모르는 202호 남자보다 더 무섭게 느껴진다. 종우는 고시원 사람들에게 받은 불안감 때문에 점점 변해간다. 자제력을 잃은 채 마음에 들지 않는 상사와 길을 가로막는 학생을 가차 없이 폭행했다. 또 종우의 잔인한 과거까지 잠시 비춰져 독자들은 누가 진짜 악역인지 구별하기 어려워졌다. 고시원 사람들뿐만 아니라 유달리 까칠한 종우의 상사와 길을 막고 종우를 무시하던 학생, 심지어 주인공까지 모두 지옥일 수 있다. 종우의 이중성은 나 또한 누군가에게 타인이라는 진실과 마주하게 한다. 이 사실을 자각하면 지옥에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거울을 봐도 내가 아닌 누군가의 타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더욱 관계를 맺어야 한다. 나를 재단하는 타자와의 필요에 의한 교류를 말하는 게 아니다. ‘우리’로 연결된 타자와 공존하는 것이다. 타인이 지옥 같을 때 웅크리고 동굴로 들어가기보다 밖으로 나와 우리를 건설해야 한다. 내가 다가서지 않으면 타인은 영원히 지옥일 뿐이다. 숨을 옥죄는 지옥 같던 타인도 우리로 공존할 때 비록 천국은 아닐지라도 개개인의 지옥을 해소해 줄 수는 있을 것이다. 길에서 맞아죽는 사람을 모른 척하는 <타인은 지옥이다>와 우리 사회는 다를 것이라 감히 예상한다. 타인으로 가득한 웹툰 속 세상과 달리 ‘우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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