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보기PDF 561호 update 2018.12.10 월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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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우리 삶에 흔적을 남기다
2018년 12월 10일 (월) 03:12:34 김소리 외 1명 ​​​​​​​
   
 
     
 

인간의 감각은 다섯 가지로 이뤄져 있으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앞서 <한신학보> 555호 문화기획에서 미각에 대해 다룬 적 있다. 이번 호에서는 미각에 이어 오감 중 하나인 후각 관련 체험을 했다. 최근 향에 관련된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옷에 뿌리는 섬유유연제, 공기에 향을 더하는 디퓨저, 책에 뿌리는 북퍼퓸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향 관련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향 전문가게뿐만 아니라 서점이나 드록스토어 등에서도 좋은 품질의 제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마음에 쏙 드는 향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번 체험면에서는 수습기자 두 명이 각각 본인에게 꼭 맞는 향을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흩어지는 향기 간직하는 레진스톤 디퓨저 만들기

누구나 마음 한 구석에 간직하고픈 특별한 향이 있다. 시간이 흐르면 사라져버리는 것이 향의 특징이지만 보관하고 싶을 때가 있는 것이다. 그런 우리들을 위한 디퓨저가 하나 있다. 레진스톤 디퓨저는 향을 오래 머금는 특징을 가진 고체 디퓨저의 한 종류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레진스톤은 나무에서 나는 진이 굳어 만들어진 천연나무 수지다. 물과 알코올에 약해 향을 낼 때 프레그런스 오일을 사용한다.

재료는 모두 인터넷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오일과 공병은 ‘캔들 컨테이너’ 사이트에서, 레진스톤은 ‘캔들하우스’에서 구매했다. 이번에 시도할 향은 늦여름의 선선한 공기와 섞인 잔디밭에서 올라오는 은은한 풀내음이다. 가을 향기가 은근히 느껴지던 날 소중한 사람과 함께 보낸 한강에서의 밤을 떠올리며 만들었다.

고민 끝에 고른 오일은 ‘미드섬머 나잇(midsummer’s night)’, ‘미드나잇 자스민(midnight jasmine)’, ‘아닉구딸 닌페오 미오(annick goutal ninfeo mio)’ 세 가지다.‘미드섬머 나잇’은 한강의 깊은 밤을 연상하며 골랐다. 머스크 향에 패출리, 세이지향을 블렌딩한 것으로 보름달과 별이 떠있는 깊은 숲을 거니는 느낌을 준다. ‘미드나잇 자스민’은 자스민, 허니서클, 네로리 만다린 블라썸을 조합한 향이다. 모두 꽃과 과일에서 추출했다. 이 성분들 모두 긴장을 풀고 우울증을 호전시키는 등의 진정 효과를 줘 피로회복을 위해 많이 사용된다. 마지막으로 ‘아닉구딸 닌페오 미오’는 늦여름의 서늘함을 나타내기 위해 선택한 우디계열 향이다.

레진스톤 디퓨저를 만드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바닥에 종이를 깔고 레진스톤을 올려둔 뒤 취향에 맞는 향을 조합해 뿌리면 된다. 오일 향이 진해 각 스톤마다 한 방울 이내로 묻히는 정도가 적당하다. 향을 다 얹었으면 오일이 어느 정도 스며들 때까지 기다린 뒤 준비한 공병에 담으면 완성이다. 기대했던 향은 시원한 베이스 향과 어우러지는 은은한 풀내음과 꽃향기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만들어진 향은 전체적으로 무겁고 달콤해 그날의 추억을 떠올리는 데는 실패했다. 그래도 고심 끝에 정성 들여 만든 오늘의 향은 시간이 흐른 뒤 또 하나의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다.

향 조합에 실패한 이유는 인터넷으로 구매해 직접 향을 맡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활자 설명만으로는 감을 잡기 힘들어 캔들 향 조합 표를 참고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현재 레진스톤 디퓨저는 DIY 세트로 잘 판매하지 않아 재료를 각각 골라야 한다는 점도 까다로웠다. 인터넷으로 구매하면 공방에 가지 않아도 되고 가격이 비교적 싸다는 장점이 있지만, 어느 정도의 시행착오는 각오해야 한다. 다만 오직 나만의 공간을 향기롭게 해줄 향을 직접 만들고 싶다면 공방에 방문해 디퓨저 체험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첫인상을 결정하는 데 시각뿐 아니라 후각도 큰 영향을 끼친다. 이미지가 향기로 기억되는 것이다. 특히 시중에 파는 흔한 향이 아닌 직접 만든 향기로 다른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것은 특별한 일이다.

향수에는 4가지 종류가 있다. ‘플로럴’은 꽃에서 주로 맡을 수 있는 향을 말하며 ‘시프레’는 바닷가에서 쐬는 바람처럼 시원한 향이다. 동양의 이미지를 구현한 ‘오리엔탈’ 향과 누구에게나 어울릴 법한 매력이 돋보이는 ‘푸제아’향도 있다. 최근 자신의 취향이 담긴 향수를 만들기 위해 공방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우리 학교 근처에도 향수를 제작할 수 있는 공방이 있었다. 지난 2일 수원역 근처 향수 공방 ‘스텝 백’을 방문했다.

향수제작에는 생각보다 많은 정성이 들어갔다. 향의 첫인상이 되는 탑과 심장부가 되는 미들 그리고 잔향을 결정하는 라스트 향을 종이에 한 장씩 묻힌 후 개인의 선호도를 파악한다. 여러 향을 맡다보면 코 속에 다른 향이 섞이기 마련이다. ‘스텝 백’에서 만난 조향사 윤지원씨는 “커피 원두의 냄새를 맡고 다음 향을 흡향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향을 고르는 것이 끝나면 선별된 향을 토대로 조향사가 탑, 미들, 라스트를 총 100방울로 배분한다. 그런 다음 배분된 각 향료의 방울 수대로 향료를 섞어 증류수나 글리세린에 합쳐 알코올로 소독된 병에 넣으면 완성된다. 향수 제작에는 2시간 안팎의 시간이 소요됐다. 완성된 향수는 바로 쓰지 않고 2주간의 숙성과정을 거친 뒤 뿌리는 것이 좋다고 한다.

만지거나 볼 수 없는 향을 표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 세상 하나뿐인 향기를 담는 과정은 설렘으로 다가왔다. 서울에 밀집돼 있던 향수 공방들이 수도권에도 생기면서 우리 학교 학생들의 접근성이 좋아졌다. 인터넷 주문도 가능해 집에서도 간편하게 향수를 만들어 볼 수 있게 됐다.

앞서 말했듯 사람의 첫인상은 단순히 시각적 요소뿐만 아니라 후각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소개팅 상대와 고기 냄새가 심한 고기집이 아닌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만나는 것도 그러한 이유다. 연말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크리스마스 등 연휴로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많아지기도 한다. 시중에서 파는 향수도 좋지만, 자신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단 하나뿐인 향수가 있다면 특별하고도 새로운 인상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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