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준 (경제‧2)
최형준 (경제‧2)

과거 강박장애라는 질환으로 오랫동안 치료를 받아왔다. 원하지 않은 금기시되는 생각들에 괴로워하거나 더러워졌다는 집착에 손을 미친 듯이 씻는 증세였다. 하고 싶지 않은 생각 때문에 괴롭거나 피부가 다 벗겨지도록 심하게 씻어 일상생활에 지장이 가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은 이를 이상하게 보기도 했다. 당시에는 이런 모습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병을 자세히 알아야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해 정신분석, 뇌과학, 철학과 같은 것들에 관심을 가졌다. 나는 불안과 몸이 더러워졌다는 집착을 어떻게 통제할지가 항상 고민이었다. 시간을 들여 생각해도 떠오르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었다. 생각이 들고 집착하는 것은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이는 철학적으로 들어가면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으로 이어진다. 자기 생각이나 행동이 내 의지대로 한 것인지, 혹은 주변 환경 영향과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결정된 것인지에 관한 내용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그렇다 할 결론이 없는 상태다. 여기에 확신한 두 가지 결론을 나름대로 생각해봤다. 자유의지가 존재하는 것이 불확실하지만 내가 하는 생각이나 행동들이 나타남을 인지할 수 있다. 또한 상황에 따라서 특정한 생각이나 행동들이 패턴화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언급한 두 가지 결론에서도 생각은 통제할 수 없다. 다만 생각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은 가능하다. 생각이 떠오르는 것을 자각해 합리적인지 단순한 의식의 흐름인지 분별할 수 있다. 대부분 불필요한 생각이거나 밤잠 꿈처럼 무상한 경우가 많다. 별로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이를 통해 생각을 흘려보내기 훨씬 수월해진다. 색안경을 끼고 입체 영화를 보면 진짜인 듯 감정이 요동치지만 안경을 벗고 가상이란 사실을 상기하면 그 생생함이 사라지듯 말이다.

보태어 생각을 관찰하고 예상하는 것까지 나아가야 한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에게 스스로를 사랑하라는 처방은 실제로 아무런 효과가 없다. 내가 괜찮은 사람이란 생각을 억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유도해야 한다.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됐던 순간들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비슷한 경험을 누적해서 그러한 생각이 들게 만들 수 있다.

여기에 과거부터 인간의 관찰을 통해 축적했던 지식을 동원한다면 더 효과적이다. 뇌 작용과 환경이 인간 정서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된 자료 말이다. 뇌의 특정 부위 자극에 따라 감정이나 정서가 달라지거나 뇌의 가소성과 관련해서 성격과 기질이 성인기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누적된 주변 자극에 의해서 변하기도 한다는 발견을 통해 규칙적인 운동 습관이나 긍정적인 말들만 찾아 듣는 쪽으로 처세를 전환할 수 있다.

사실 이러한 맥락은 심리학에서의 무의식 자각, 과학 용어로 메타인지, 불교에서 유신견의 극복으로 이미 언급된 내용이다. 용어가 다를 뿐 다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내용이 추상적이지만 내 삶에 어떻게 구체화해 적용할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생각이란 통제할 수 없고 한번 빠지면 위험해 괴로워지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적절한 처세로 고통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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