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재 (재활상담학과 교수)
| 이인재 (재활상담학과 교수)

한 학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이다. 이번 학기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종료되고, 돌아온 학생들로 활기찬 캠퍼스가 반갑다. 그럼에도 대학가의 현재와 미래는 어둡다. 언제부터인지 총학생회 구성을 힘겨워하는 학생들과 임금인상을 내걸고 파업하는 직원 노동조합 등 돌아온 학교의 일상은 순탄하지 않다. 무엇보다 대학을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이 무척이나 위태롭다. 이미 예측하던 저출산의 여파로 신입생을 받지 못하는 대학이 늘어나고 있고, 이제 정기적으로 대학평가를 하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문 닫는 대학이 속출할 것이다. 이렇듯 대학 구성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저출산과 높은 자살률은 우리 사회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자살률은 기록적으로 높은 데 비해 출생률은 기록적으로 낮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출생률 저하, 자살률 최고라는 희귀한 쌍둥이 조합을 세계 최초로 가장 오랜 기간 석권하고 있는 셈이다(박명림 교수). 저출산과 더불어 급속한 고령사회로의 진입, 자살률 등 정신 건강상의 위험도 상승하는 등 각종 신기록을 양산하는 사회지표들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사회문제들을 해결할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리더십은 실종된 상태다. 게다가 노후소득보장제도, 건강보장제도 등 산업화 시대의 사회적 안전망으로는 더 이상 문제 해결이 어려운 현실에서, 새로운 사회보장제도는 여전히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연령, 성별, 계급 등을 넘어서 사회통합의 역할을 해야 할 종교계도 신뢰를 잃고 있으니, 어디서부터 문제를 풀어야 할지 난감한 현실이다.

청년 취업이 국가적 과제가 되면서, 대학의 역할도 학생들의 취업을 돕기 위해 취업에 필요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가르치며 지도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대학이 사회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고 그럴 수도 없다. 그러나 학생들 미래를 위한 대학의 역할이 여기에만 집중돼서는 안 된다. 대학은 청년들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가치와 철학을 가르치고, 연대와 상생, 도덕적, 윤리적 삶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지향인지도 함께 고민하며 스스로 생각하는 힘도 길러주어야 한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는 놀라운 신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를 통해 미래의 유토피아 세상을 약속한다. 반면에 풍요로운 삶 이면에는 전쟁과 전 지구적 재난가능성을 안고 있는 원자력 등 기술 발전, 날로 확대되는 사회적 불평등 등 인간이 초래한 위험과 기상이변 등 자연재해가 가져오는 고통스러운 현실도 외면할 수 없다. 140억 년으로 추정되는 우주 역사를 생각하면 현생 인류 역사는 아주 일천하다. 그래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우리 눈 앞에 펼쳐진 세상만이 전부가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현실 세계 너머의 진실과 공동체의 선한 가치 그리고 인생의 아름다움을 찾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오늘날 청년들에게 아르바이트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학업과 파트타임 일을 병행하지 않으면 학교생활을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것도 호사가 된 현실이지만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두운 터널 속에 있는 것 같지만 조금만 더 가면 출구가 있으리라 믿고 전진해 보자. 수많은 고난을 겪으면서도 인류는 희망을 잃은 적이 없다. 전쟁과 재난의 시대를 극복한 앞 세대의 유산을 받은 만큼 비판과 걱정만 앞서는 구세대와는 다르게 청년들이 현재의 위기를 새로운 도전으로 극복해 누구나 인권이 보장받는 평화로운 지구 공동체 시대를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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