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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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하마기리’가 지난달 29일 욱일기를 단 채로 부산항에 입항해 논란이 일고 있다. 호위함 ‘하마기리’는 지난달 31일 우리나라가 제주도 동남방 공해상에서 주최하는 다국적 해양차단훈련 ‘이스턴 앤데버23’에 참가하기 위해 부산항에 당도했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자위함기로 욱일기를 사용한다. 자위함기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이라는 지적을 받는 욱일기의 일종이다. 이는 1954년 자위대법 시행령으로 채택돼 지금까지 유지해오고 있다. 해당 법에 따르면 자위대 선박은 자위함기를 일장기와 함께 게양해야 한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욱일기는 사실 일본이 쓰게 해서는 안 된다. 만약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를 독일 해군이 달고 다닌다면 용인할 세계 국가가 어디 있나’라며 욱일기를 달고 입항하도록 승인한 것을 비판했다.이에 국민의힘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도 욱일기를 달았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김대중 정부 시절 1998년 국제관함식에서 자위함기를 게양한 일을 함정의 입항을 관례에 따라 허가했으며, 2007년 노무현 정부 역시 친선 차원에서 자위함기를 단 연습함대 카시마함을 인천항에 입항시켰다.

욱일기가 논란이 되자 지난달 25일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자위함기와 욱일기는 조금의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은 ‘자위함기는 욱일기가 맞고 문제가 없다’라는 입장인데 우리나라 국방부가 해명에 나선 것이기 때문이다. 국방부의 이런 해명은 처음이 아니었다.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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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일본에서 열린 국제관함식에서 우리 해군이 참가하면서 욱일기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국방부는 ‘일본 자위함기는 욱일기와 형태가 좀 다르다. 형태가 아주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저희는 자위함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욱일기는 붉은 원 모양의 ‘히노마루’가 정중앙에

위치하는데, 자위함기는 히노마루가 왼쪽으로 치우쳐 있어 다르다는 것이다. 관례상 해군 함정이 항해할 때 선미에 자기 나라 국기를 게양하며 함정이 외국 항구에 기항할 때는 해군기를 추가한다. 따라서 일본 국기인 일장기와 해상자위대의 깃발인 자위함기를 함정에 다는 것이다. 더욱이 일본 자위대함이 부산항에 입항하더라도 일본 자위대함은 사실상 일본 영토다. 통상 국제법적으로 해군 함정은 치외법권 지역이다. 따라서 해군 함정은 외국 영해에 들어가더라도 그 나라 국내법을 적용받지 않고 함정이 소속된 나라의 법이 통용된다. 1954년 제정된 일본 국내법은 자위함기 게양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국방부가 욱일기를 해명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욱일기 게양을 제재할 수도 없고 인정할 수도 없으니 다르다고 하는 것이다.

국방부가 욱일기 게양을 거부한 적도 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11월 우리 군은 제주에서 열린 국제관함식에 해상자위대를 초청하면서 욱일기 게양 자제를 요구한 적이 있다. 당시 일본은 ‘비상식적인 요구’라고 거부했다. 팽팽히 맞서다가 일본은 제주 국제관함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욱일기 논란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본질을 봐야 한다. 일본의 욱일기는 과거 나치 독일이 쓰던 ‘하켄크로이츠’나 다름없다고 보는 이들이 많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일본은 줄곧 욱일기는 하켄크로이츠와 다르다고 주장한다. 하켄크로이츠는 나치가 만든 상징이고 욱일기는 일본 전통 문양으로 수백 년 전부터 써왔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오늘날까지 경사와 번영의 상징으로 일상에서 쓰이는 욱일기를 홍보한다. 지난해 3월 욱일기 홍보 영상이 국내 유튜브에 한국어 광고로 등장했다. 영상은 ‘욱일기는 일본 문화의 일부이며 수백 년에 걸쳐 내려온 전통문화’라며 ‘욱일기 문양은 일본 고유의 것이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받아들여 널리 사용되고 있다’라는 황당한 내용이 담겼다. 유튜브 광고 정책상 ‘인종차별, 혐오 등 조장 콘텐츠 등은 광고로 금지’라는 사항이 있으나 욱일기 홍보 영상이 승인돼 전 세계 유튜브 플랫폼에 송출됐다. 이에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는 유튜브 코리아에 광고 금지 요청을 보냈다. 유튜브는 논란이 되자 더 이상 욱일기 광고를 내보내지 않았다.

일본은 옛 제국주의 시절 일본군 깃발을 그대로 자위함기에 사용하고 일상에서 널리 쓴다. 대표적인 예는 스포츠 행사가 열릴 때마다 일본 팬들이 욱일기를 사용해 응원하는 모습이다. 해당 부분에 대한 논란이 일자 2017년 AFC(아시아축구연맹)은 욱일기 사용이 ‘차별적인 상징’이라며 일본 정부에 벌금을 부과했다. 욱일기 논란의 본질은 일본이 욱일기 사용에 문제의식을 못 느낀다는 것이다.욱일기는 하켄크로이츠보다 ‘미국 남부연합기’에 비교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남부연합기는 미국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에 찬성했던 남군이 분리독립을 요구하며 썼던 전투 깃발이다. 법적으로 게양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인종차별의 상징물로 여겨지고 있다. 미국 사회는 수십 년간 논쟁을 지속하며 인종차별의 상징인 남부연합기를 지우고 있다. 2020년 미시시피주가 주 깃발을 바꿨다. 이에 따라 미국의 공식 주 깃발에서 남부연합기는 완전히 없어졌다.과거 일본 제국주의 피해자들이 여전히 세계에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이런 현실에서 욱일기는 단순히 일본의 문화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일본은 과거의 과오를 뉘우치며 진심이 담긴 사과와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한다.

남주원 기자 juwon0322@h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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