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한옥들이 빽빽하게 비집고 선 골목 사이에 고유히 자신만의 가지를 뻗고 있는 공간이 있다. 종로구 가회동에 자리한 ‘직물놀이 공방’이다. 이 공방은 점점 사라져가는 전통 직조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전시와 교육 등 다양한 섬유공예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직조기로 직접 짠 목도리, 브로치, 발매트 등을 판매하기도 하는 이곳에서 원데이 클래스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전통 직조 체험을 할 수 있다. 원데이 클래스는 헤어핀, 티코스터, 테이블 매트, 종 만들기 수업 등 다양하다. <한신학보> 기자는 지난달 27일 ‘종 만들기’ 수업에 참여했다.

한옥 현관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람에 말려지고 있는 천이다. 손님을 받기는 듯 제 몸을 흔드는 직물들은 모두 이곳 주인 이명예 섬유공예가가 전통 직조기를 활용해 한땀한땀 짠 결과물이다. 한옥과 흘러나오는 가야금 소리 그리고 바람에 날리는 천의 조화에 고즈넉한 한옥의 분위기 느낄 수 있다. 

마루로 들어가면 체험 전에 먼저 차를 대접받는다. 차의 종류는 날마다 달라지는데 기자가 방문한 날에는 무를 달여 내린 차가 나왔다. 달달한 무의 향이 방 안 가득 퍼지며 노곤한 기분이 든다.직조를 시작하기에 앞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실의 색 고르기와 직조틀에 실 감기다. 여섯 갈래의 실을 위와 아래에 달려있는 못에 고정하고 두 갈래의 실을 맨 아래에 매듭짓는다. 직조틀에 실을 감고 매듭을 짓는 작업은 미리 돼 있어 체험자가 원하는 색을 고르면 준비는 끝이다.

매듭지어진 두 갈래의 실을 한 번에 잡고 오른쪽으로 한 칸씩 띄어 넣고 빼기를 반복한다. 오른쪽에 남는 실이 없으면 다시 왼쪽으로 실을 교차시킨다. 선들이 질서 있게 엉키며 점점 형태가 잡힌다.손에 얼마나 힘을 주고 실을 당기느냐에 따라 몸통의 폭이 달라진다. 세게 당겨 짜면 좁은 형태가 되고 널널하게 당기면 넉넉한 모양이 만들어진다. 기자는 세게 짜기와 널널하게 짜기를 반복하며 물결모양의 몸통을 만들었다. 이명애 선생님은 ”서투르게 만든 모양도 저마다의 특색이다“라며 잘하려고 하기보다 편하게 즐기며 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위쪽까지 실을 전부 쌓으면 몸통 만들기 완성이다. 단순한 작업이기에 해당 과정은 30분에서 1시간 정도 소요되며 누구나 쉽게 완성할 수 있다. 비교적 어려운 마지막 윗매듭짓기는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하면 조금씩 다듬으며 마무리 된다.. 윗매듭을 짓는 동안 위와 아래에 달 고리를 고른다. 다양한 색의 플라스틱 고리와 종과 비슷한 색의 철 고리 중 선택할 수 있다.

체험이 끝나면 마당과 마루에 놓여있는 각양각색의 완성품들 구경이 가능하다. 목도리, 브로치, 발매트 등 전부 수작업으로 만든 작품이다. 쪽마루에 앉아 차를 마시며 한옥의 운치를 느끼는 것도 좋다.직물놀이의 매력은 수많은 실이 교차하며 조화로운 형태를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얇은 실들이 모여 하나의 작품이 되는 과정을 함께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빠르게 변화하는 유행 속에서 차 한잔과 함께 여유를 느끼는 것은 어떨까. 

 

 

                                                                     김유림 기자 kinyulim777@hs.ac.kr 

                                                                  이서연 수습기자 noyoeseel@hs.ac.kr

                                                                   최지우 수습기자 jiwoochoi@h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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