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김환기 작가 일기
출처 | 김환기 작가 일기

 

한국 추상미술의 문을 연 수화 김환기의 회고전이 지난 5월 18일부터 경기도 용인시 호암미술관에서 열렸다. 1년 반 동안 재단장을 끝마치고 새롭게 연 첫 전시다. 한국적인 예술을 추구하며 여러 도전을 한 김환기 작가의 작품 120여 점을 이곳에서 감상할 수 있다.

‘한 점 하늘 김환기’라는 전시회 제목은 40년 예술 세계의 특징을 가득 담았다. 국립현대미술관과 개인 소장품들까지 협조받아 추상화부터 점화까지 작가의 예술 세계 처음과 끝을 만나게 된다. 또한 작가 작품만의 스타일이 서로 연결되고 변화하는 감성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다.

김환기는 한국 최초의 추상화가로 서양화에도 동양적 정서를 넣어 한국적 추상미술을 구현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점, 선, 면으로 분리해 더욱 추상적인 작품과 작은 점들이 캔버스를 채우는 전면점화로 자신만의 화풍을 만들었다.

시대별 대표작과 처음으로 공개되는 미공개 작품들은 이번 전시에 기대감을 더해준다. 유족들의 동의를 받아 공개된 일기와 편지, 드로잉 북과 스크랩 북, 소장품인 도자기와 화구는 작가의 생전과 그의 작품 속 의미를 그려내는 데 도움을 준다.

1부 주제는 ‘달, 항아리’다. 2층 남색 배경 공간에 자연을 서정적으로 표현한 1960년대 초반까지의 작품들이 전시됐다. 작품은 달과 항아리, 꽃을 모티브로 해 서정적인 느낌이 든다. 그림에서 공간의 분리와 달, 산, 꽃 등 정물의 배치가 점차 추상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이 목격된다. 벽화로 제작된 ‘여인들과 항아리’는 크기만큼 시선을 사로잡는다. 소장품이 전시된 공간에는 그림에 등장하는 달항아리를 포함한 물건들이 있다. 작가가 생전 사용하고 모았던 물건을 통해 존재의 생생함이 가까이 느껴볼 기회다.

이어지는 2부 전시는 ‘거대한 작은 점’이라는 제목처럼 점화의 시작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작가가 추상화지만 평면 형태였던 사물에서 더 추상적인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시점이다. 점들은 점차 과감하게 곡선을 그리며 흩어지고 뭉친다. 하나씩 섬세하게 찍힌 점들은 고향의 그리움과 같은 애틋한 감정을 선사한다. 앞선 1부 전시보다 커진 캔버스와 과감한 색채에서 웅장함마저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 작가 최초로 100억 원대에 거래된 ‘우주’는 두 개의 캔버스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푸른색 작은 점들이 원을 그리고 있어 수많은 별을 연상시킨다.

벽에 붙어있는 일기와 글에선 여러 가지 수단으로 자신을 표현한 작가를 만날 수 있다. ‘꿈은 무한하고 세월은 모자라고’ 일기 내용에서 작가가 마지막 날까지 자신의 꿈인 미술을 생각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2부 전시 끝은 ‘김환기 아카이브’다. 작가의 뉴욕 시절 편지를 볼 수 있는데 편지에는 안부를 전하는 내용뿐 아니라 점화에 대한 생각과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수상에 대한 소감도 있어 흥미롭다.

이번 회고전은 구분하고 나누기보다 흐름을 가지고 변화하는 작품을 통해 김환기 작가의 예술 세계를 깊이 있게 살필 기회다. <한 점 하늘 김환기>는 9월 10일까지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이서연 수습기자 noyoeseel@h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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