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인생, 뭐 대수인가’ 다큐토크
▲ 영화 ‘인생, 뭐 대수인가’ 다큐토크

 

제20회 EBS 국제다큐영화제, EIDF2023이 지난 21일 개막했다. 영화제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캐나다, 네덜란드 등 34개국에서 56편의 작품을 선보이며 21일부터 7일간 서울과 고양특례시 일대에서 개최됐다. 공영방송 기관답게 많은 작품이 TV에서 특별 편성으로 방영되기도 했다. 

20년 전 출범 당시 국내에는 극영화 중심의 종합영화제는 있었으나 다큐멘터리만을 기반으로 한 영화제는 없었다. 이번 영화제로 인해 비로소 국내에서도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의 장이 열린 것이다.

정다운 감독의 ‘땅에 쓰는 시’가 개막작으로 선정돼 영화제의 문을 열었다. ‘땅에 쓰는 시’는 조경가 정영선 선생의 작업 세계를 소박하게 조망하는 작품이다. 사람과 자연을 이어주는 공간을 만들려 노력했던 그의 작품에는 자연주의적 정원 설계의 철학들이 곳곳에 베어져 있다. 이 영화는 개막작인 만큼 상영 후에 식물 가꾸기 수업인 ‘가드닝 클래스’도 진행됐다.

<한신학보> 기자는 지난 27일 영화제에 방문했다. 이날 대한민국 최초의 히피 뮤지션 한대수의 이야기를 담은 ‘인생, 뭐 대수인가’가 공식 석상에서 최초 공개됐다. 영화는 분단의 극단한 대치 속에서 억압받던 60, 70년 대중음악계에 방점을 찍은 한대수의 마지막 음반 작업 과정을 담아낸다. 영화에 출연한 박찬욱 감독은 ‘보편성을 가지면서도 보수적인 세계관에서 벗어난 음악을 하는 인물’이라며 그 시절 한대수 음악의 영향력을 극찬했다.

영화가 끝난 후에는 관객과의 대화, 다큐토크 등 다양한 관객 참여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관객과의 대화에서 감독과 관객들은 질의응답을 하며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다큐토크에서는 이벤트 장소인 카페윙클로 이동해 감독, 제작자, 출연자 및 영화 주제와 관련된 인사들과 함께 대답을 나눈다.

‘인생, 대수인가’의 서현호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이 영화로 인해 우리나라에 가치 있는 노래하는 가수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영화 제작 계기를 밝혔다.

카페윙클과 고양시 호수공원에서는 ‘썸머 나이트 스크리닝’과 ‘EIDF 호수공원 야외상영’이 진행됐다. 관객들에게 보다 자유로운 영화 관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4편가량의 영화를 야외에서 상영한다. 관객들은 무료로 제공되는 주류 및 음료와 함께 영화를 보며 여름 밤공기를 느낀다.

이날 저녁 EBS 2TV를 통해 방영된 폐막식에서 올해 수상작이 공개됐다. 페스티벌 초이스(경쟁) 부문의 대상은 ‘침묵의 집’이 차지했으며 심사위원특별상, 시청자·관객상에는 ‘로젝’, ‘다섯 번째’ 방 등이 자리했다.

다큐멘터리는 어쩌면 잊힐 순간을 조명하여 한 시대의 다양한 시대정신을 기록한다. 이는 우리가 지나온 시간을 떠올리게 하며 미래 세대에게는 이로 인한 앞으로의 도약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EIDF가 이번 영화제의 슬로건 ‘시대정신을 열다’처럼 다큐멘터리의 장을 확장해 나가 시대의 흐름을 선도하는 역할에 충실하길 바란다. 

 

 

                                                                   최지우 수습기자 jiwoochoi@hs.ac.kr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한신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