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시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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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4대 보험 중 하나인 국민연금제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현행제도 유지 시 2055년에는 연금으로 지급될 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이유다.

이 현상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단연 저출생과 고령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은 약 0.7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과도한 주거비와 양육비 부담으로 인해 청년들이 결혼을 기피하는 풍조가 출산율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저출생과 고령화는 연금 재정 악화로 이어진다. 국민연금은 현 재직자가 퇴직자 연금을 부담하는 이른바 미래세대가 현재세대를 부양하는 방식이다. 현재 연금 기반을 형성하는 생산활동인구가 감소하는 반면 연금 수급자 비율은 증가하며 기금이 고갈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이 발표한 <2023년 5월 기준 국민연금 공표통계>에 따르면 1년 사이 국민연금 가입자는 약 7만 명 줄고 연금 수급자는 약 43만 명 증가했다.

국민연금법상 우리나라는 5년에 한 번 국민연금 재정추계를 실시해 보장성 및 재정 상태를 점검하고 제도 개혁안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1월 진행된 제5차 재정추계에서 현행제도 유지 시 2041년부터 적자 상태에 진입하고 2055년에는 기금소진을 예측했다.

이에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지난 1일 재정계산 공청회를 개최하고 국민연금 개혁 초안을 발표했다. 앞으로 70년간 기금고갈을 막을 수 있는 밑그림이다. 현행제도는 매달 내야 하는 돈을 가리키는 보험료율 9%와 연금 수급을 시작하는 연령인 수급연령 63세, 실질적인 연금 수급액을 뜻하는 소득대체율 40%를 유지 중이다. 재정계산위는 보험료율과 수급연령,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안을 조합해 도합 18개의 개혁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하지만 소득대체율에 관한 내용은 보고서에서 제외됐다. 만약 이대로 최종 개혁안이 수립되면 2025년부터는 더 많이 내고, 더 늦게 받

지만 받는 돈은 그대로다.

이에 많은 국민과 민간기업 단체, 전문가들이 반발에 나섰다.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재정 안정화에만 초점을 맞춘 반쪽짜리 보고서’라며 수리적 시각이 지배한 개편안을 비판하기도 했다. 복지부는 여론을 반영해 최종 보고서에 소득보장 강화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조기노령연금 수급자가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양극화 현상 또한 문제다.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하면 연금을 최대 30%까지 덜 받게 되고 수급 개시 시점을 최대 5년 앞당길 수 있다. 정년퇴직 시점에서 지급개시 시점까지의 공백기에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에서 주로 이 제도를 활용한다. 반면 연기노령연금은 수급 시점을 최대 5년까지 미루는 대신 연금 수급 시 최대 36%까지 더 받을 수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소득 공백에도 생계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고소득층이 주로 이 제도를 활용한다.

국민연금공단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조기노령연금 수급자 수와 연기노령연금 수급자 수는 2018년부터 2023년 6월까지 각각 약 42%, 약 288% 증가했다. 소득 재분배의 역할을 해야 하는 연금제도가 되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제도 자체에 대한 모순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한국노총의 청원서를 바탕으로 수급 개시 연령과 법적 정년을 65세로 통일하자는 안이 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재정안정과 소득 보장은 반비례 관계에 있다. 재정안정에 방점을 찍는다면 소득 보장 정도는 감소하고, 반대로 소득 보장에 초점을 맞춘다면 재정 안정성은 낮아진다.

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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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일본은 연금제도 기금소진을 예측해 보험료율을 높이고 소득대체율을 점진적으로 낮추는 ‘고이즈미 개혁’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는 여러 정치적 이유로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고, 결국 국가재정의 약 절반에 달하는 빚을 진다. 소득보장에 과도하게 집중한 나머지 재정안정과의 수평 관계를 구축하지 못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상황은 이와 높은 유사성을 띠기에 기금고갈을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재정적 보수를 해야 한다.

하지만 연금제도의 본질인 소득보장도 놓쳐서는 안 된다. 만약 사회보장의 기능을 실현하지 못한다면 젊은 세대는 점차 제도 가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이전 세대보다 주식 등의 재테크와 가까운 젊은 층은 제도 가입을 기피하며 이는 결국 사라질지도 모른다.

여러 요소 사이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이번 개혁의 핵심이다. 저출생과 고령화 그리고 결국은 이에 귀결되는 주거, 교육, 이민정책 등 사회 전반에 걸친 고질적인 문제를 수리적 시각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또 국민을 상대로 하는 제도인 만큼 국민적 수용성을 충족시키는 것 또한 큰 과제다.

복지부는 내달 말에 보고서 내용을 바탕으로 한 최종 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가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루며 우리 사회가 보다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길 바란다.

최지우 기자 jiwoochoi@h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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