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금강일보
출처 | 금강일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지난 18일 시청역에서 지하철 탑승 시위를 진행했다. 활동가들은 ‘장애인의 공간 이동 권리를 즉각 보장하라’는 피켓을 들고 지하철에 탑승했다.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이 이들의 열차 탑승을 막아서면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같은 날 진행된 전국철도노동조합 파업과 맞물리면서 2호선 혼잡도는 더 높아졌다.

전장연은 지난 6월 정부 예산안이 상정될 때까지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하지 않는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편성된 정부 예산안에 전장연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아 시위를 재개했다. 작년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 지원’ 사업에 정부 예산 23억 원이 배정됐던 것과는 달리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는 관련 내용이 제외됐다. 전장연은 2024년도 장애인 권리 예산이 철저히 배제됐다며 장애인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정부 예산안을 규탄했다.

이와 같은 시위는 서울 중구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역본부에서도 진행됐다. 이들 또한 예산 복구를 위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본부 로비를 기습 점거하고 농성했다. 활동가들은 ‘정부는 200명에 가까운 중증장애인을 해고하면서도 노력할 계획이라는 추상적 해명만 내놓고 있다‘고 외쳤다. 경찰은 이들에게 퇴거를 두 차례 요청했고 이를 거부한 활동가 전원이 연행됐다. 현재 시위에 참가한 전장연 및 피플퍼스트 소속 활동가 27명은 공동 퇴거불능 혐의로 조사받는 중이다.

전장연 시위에 대한 여론은 매우 엇갈린다. ‘무고한 시민에게 피해를 끼치면서까지 시위하는 건 잘못된 것’이라며 올바른 방법을 찾으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장애인 권리 보장이 부진함에도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도 이들을 알아주지 않는다’며 응원이 시선을 보내는 이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정부는 조속히 예산을 원상복구하라‘며 ’비장애중심주의적인 시장의 원칙이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권리의 관점에서 사업의 목적과 취지대로 제대로 운영해야 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장애인 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투쟁은 2001년 장애인 노부부가 장애인용 리프트에서 추락해 숨진 ‘오이도역 참사’를 계기로 시작됐다. 그 이후 20년에 걸쳐 편의시설 도입 및 설치, 장애인 단체 활동보조 서비스 제도화, 이동권 보장 등을 주장하는 시위를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장애인의 권리는커녕 장애인의 이동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장애인 권리를 위한 시위에 탄압으로 대응하기보다 하루빨리 장애인권리입법을 제정해 복지국가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최지우 기자 jiwoochoi@hs.ac.kr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한신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