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처럼 따스하고 청량한 네 자매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 <바닷마을 다이어리>가 지난달 8일 개막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요시다 아키미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작고 예쁜 마을 카마쿠라에 사는 사치와 요시노, 치카는 15년 전 외도로 집을 떠난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으로 간다. 식장에서 세 자매는 이복동생 스즈를 처음 만나게 된다. 어머니에 이어 아버지까지 떠나보내고 홀로 남겨진 스즈에게 맏언니 사치는 함께 살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그렇게 언니들과 이복동생 스즈는 가족이 된다.

배다른 동생을 데려온 것에 대해 이모할머니는 걱정을 표했지만 언니들은 스즈를 감쌌다. 마당에서 매실을 따 매실주를 담그고 바닷가를 산책하며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 평범한 일상은 계절의 변화와 함께 흘러가고 네 자매는 과거의 기억을 공유하며 더욱 가까워진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불륜과 죽음 같이 막장 소재를 자극적으로 다루지 않고 인물들이 가족이 되는 과정에 집중한다. 세 자매가 이복동생 스즈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백하게 그려내 가족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담는다. 네 자매는 서로를 통해 과거 어른들에게 받았던 상처를 치유한다. 언니들과 스즈가 마음의 거리가 좁히는 과정은 관객들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든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극에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분위기를 환기하는 유머도 돋보인다. 일인다역을 연기하는 배우들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중간중간 극의 무거운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차분한 이야기를 드라마틱하게 만드는 배우들의 연기가 도드라지는 작품이다.

출처| 인터파크 공연
출처| 인터파크 공연

위아래로 움직이는 리프트를 활용한 역동성 있는 공간 구성도 주목할 만하다. 네 자매가 사는 바닷마을의 낡은 집은 미닫이문과 마루를 통해 만들어진다. 집의 방향은 장면마다 변하며 관객들이 집 안으로 들어가 인물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게 한다.

무대 위 매화나무는 입체적 효과를 줌과 동시에 인물들의 기억을 연결하고 새로운 추억을 쌓아 가는 장치가 된다. 제한적인 공간과 소품을 잘 활용한 연출로 소극장 연극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극의 전반적인 배경이 되는 바다는 음향으로 표현됐다. 파란색 조명과 파도 소리에 갈매기 울음소리까지 더해진 풍성한 연출은 실제 바다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불꽃놀이의 생동감 넘치는 소리도 극의 몰입감을 더해준다.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을 다뤄 원작을 잘 모르고 관람해도 부담 없이 감정선을 따라갈 수 있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진정한 가족이 되는 네 자매의 이야기를 풀어낸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이달 19일까지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이서연 기자 noyoeseel@h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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