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를 대표하는 영국 출신 팝아트의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의 전시 <데이비드 호크니 : Bigger & Closer (not smaller & further away)>가 지난 1일 열렸다. 이 전시는 호크니가 자신의 작품세계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형태로 구성돼 그의 작품에 대한 정체성 및 예술과 삶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의 대표적인 작가로 사진, 삽화와 무대 디자인 등 장르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작업해 왔다. 삭막한 듯하면서도 천진스러운 느낌의 선과 형, 마음을 동하게 하는 매혹적인 원색조 이미지를 주로 활용해 일상과 자연, 천태만상을 작품에 담아낸다.

6가지의 특별한 주제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호크니가 내레이션을 통해 각 주제와 관련된 작품들의 작업 방식과 의도를 직접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관람객들은 디테일을 더욱 직접적으로 느끼며 작가와 함께 작업을 감상하는 듯한 완벽한 몰입형 전시를 경험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5번째로 소개된 ‘수영장’은 호크니의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알려진 주제다. 그는 지난 1964년 로스앤젤레스로 떠나게 된 이유와 함께 그곳에서 경험한 일들을 진솔하게 풀어나간다. 강렬한 햇살 아래 반짝이는 풀장, 유리처럼 시시각각 바뀌는 수면을 포착한 그림들이 제시된다. 또한 물의 패턴은 표면에 불과하며 유리와 비슷하다는 설명을 토대로 5면의 화면을 통해 관람객들이 물의 표면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전시장에서 많은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은 섹션은 ‘카메라로 그린 드로잉’이다. 호크니는 폴라로이드 사진기를 통해 하나의 그림을 만들었다. 작품 안에는 인화와 배치, 찍는 시간 등의 시간적 흐름이 들어가 있다. 사진은 촬영을 시작할 때 경계를 확인할 수 없어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는 이 점에서 우리가 세상을 조각조각 본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사진 콜라주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작품 <피어블로섬 하이웨이>를 위해 한 교차로에서 8일 동안 800장의 사진을 찍었으며 이를 합쳐 원근법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호크니의 작품을 향한 열정을 느낄 수 있다.

▲ 데이비드 호크니 - 피어블로섬 하이웨이(Pearblossom Highway)
▲ 데이비드 호크니 - 피어블로섬 하이웨이(Pearblossom Highway)

우리는 전시를 통해 지난 60년간의 호크니의 작품세계를 종합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작업의 실험과 과정 그리고 작품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 등 풍부한 콘텐츠와 더불어 음악과 조명, 애니메이션이 관람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이번 전시는 지난 2월 런던에 이어 전 세계 두 번째로 개최된다. 전시를 통해 공개된 호크니의 작품은 생존 작가가 3년간 직접 제작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이는 평생 회화와 드로잉, 사진 콜라주, 아이패드 그림 등 새로운 형식을 끊임없이 시도해 온 호크니의 또 다른 도전이다. <데이비드 호크니 : Bigger & Closer (not smaller & further away)>는 내년 5월 31일까지 서울 강동구 라이트룸 서울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김다미 수습기자 dami1219@h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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