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헌 교수 (평화교양대학/사회혁신경영대학원)
| 이상헌 교수 (평화교양대학/사회혁신경영대학원)

필자가 한신대학교에 임용된 것은 2008년 2학기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매년 교양과정에 개설한 강의가 ‘현대 환경문제의 이해’다. 처음에는 환경문제에 대한 사회과학 이론을 중심으로 강의를 구성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소화하기에 어렵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그래서 기후변화, 에너지, 물, 폐기물, 사막화, 화학물질, 과학기술 등 구체적인 환경 이슈 중심으로 강의 내용을 바꾸었다. 강의 방식도 교수가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조별 활동과 토론을 강의의 중심에 두었다. 수강생들을 몇 개의 조로 나누어서 매 수업 시간 마다 30분 정도 조별 활동을 하도록 하였다. 각 조원들은 매 조별 활동 시간에 자기 소개부터 시작해서 발표 주제를 함께 잡고, 각자 역할 분담을 하면서 학기 말에 있을 발표 준비를 하였다. 구체적인 환경 이슈로 강의 내용을 정하고, 활발한 조별 활동을 하도록 권장하자 수업은 그 전과 달리 상당히 활기를 띠게 되었다. 

조를 정하는 방식도 재미있게 해보았다. 조장으로 섬길 사람을 앞으로 나오도록 하고, 조장 후보들은 조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이라는 공약을 발표하도록 했다. 대부분 다른 수업에서 자기가 조장을 했을 때 조원들 성적이 우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 학생들이 마음에 드는 조장 앞으로 나가서 조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일종의 선거와 같은 방식이었는데, 학생들은 쑥스러워하고, 약간 정신이 없어 하면서도 이 과정을 즐기는 것 같았다. 조장들 가운데서 인기있는 조장과 그렇지 못한 조장(당연히 실제로 그 조장이 정말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는 당해보기 전에는 모른다) 사이에서 학생들 숫자를 조정하는 것은 다소 곤혹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수 많은 조들이 조별 발표를 했는데, 특이한 주제도 많았고, 형식도 다양했다. 가장 특이한 주제는 환경친화적인 피임기구에 대한 발표였다. 주제가 참신했고, 학생들이 캠퍼스를 돌아다니면서 설문조사도 열심히 했다는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아쉽게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이었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주제에 너무 충격을 받은 탓인 것 같다. 형식은 파워포인트 발표가 가장 많았지만, 영화를 찍은 조도 있었고, 직접 현장에 찾아가서 인터뷰를 따서 뉴스 기자의 특종처럼 발표한 조도 있었다. 

지금까지 가장 인상적인 발표는 햄버거의 환경오염을 다룬 조의 발표다. 햄버거가 만들어지기까지 아마존 숲이 얼마나 파괴되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어떤 환경적 피해가 발생하는지 아주 구체적인 자료로 데이터를 제시하고 나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채식 버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는 채식 버거 재료 중 일부를 한 학기 동안 조원들이 직접 재배했다. 이 재료들을 가지고 채식 버거를 요리하는 영상을 제작하여 소개하였다. 가장 하이라이트는 발표를 마치자마자 조원들이 교실 맨 뒤에서 내려오면서 당시 수업을 듣던 학생들 150명 분의 채식 버거를 나눠주는 장면이었다. 물론 식빵 두 개로 만든 버거를 9등분하여 무척 작은 채식 버거이긴 했지만, 일일이 준비하여 교실 뒤에서 내려오면서 학생들에게 시식시키는 모습은 무척 감동적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두 해 정도는 이런 조별 활동을 하기가 어려웠다. 올해 다시 오프라인에서 수업이 시작되면서 어떤 새로운 조별 발표가 있을지 기대가 크다. 분명 선배들보다 훨씬 더 참신하고 멋진 발표들이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학생들이 계속해서 발전시키는 ‘현대 환경문제의 이해’는 학생들 스스로 만들어가는 한신의 자랑스러운 전통의 일부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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