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간 변하지 않던 대한민국 1호 자리가 1979년 10월 26일 공석이 된다. 독재자 대통령의 서거로 시민들은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공백이 생긴 권력을 차지하려는 신군부 세력은 12월 12일 현대사의 운명을 바꿀 반란을 일으키고 이를 막으려는 이들과 대립한다. 12·12 군사 반란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 <서울의 봄>이 지난달 22일 개봉했다.

출처 |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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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는 실재 사건에 허구적 요소들이 첨가됐다. 반란을 주도하는 보안사령관 전두광은 전두환을, 옆에서 그를 돕는 오랜 친구 9사단장 노태건은 노태우를 바탕으로 삼았다. 이에 맞서 서울을 지키려는 이태신은 수도경비사령관 장태완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인물이다.

반란군의 중심 전두광은 군 내 사조직 하나회와 함께 반란을 꾸민다. 계엄사령관 납치와 동시에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군사 반란의 명분을 얻는 작전명 ‘생일 집 잔치’를 준비하고 12월 12일 시행한다. 이태신은 이에 맞서 9시간 동안 전두광의 지휘 아래 서울로 들어오는 특전사와 공수부대들을 막기 위해 하나회와 연관되지 않은 부대들을 설득한다.

서울의 봄은 반란군을 막는 진압군의 시선에 집중한다. 대척점에 선 전두광과 이태신을 선악 대결 구도로 비추며 반란군의 승리 기록으로만 보이지 않게 연출했다. 이미 결말을 알고 있는 역사의 내용이지만 전세가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과 박진감 넘치는 액션 스릴러 요소는 관객들이 손의 땀을 쥐게 만든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는 반란에 성공한 신군부 인사들의 단체 사진이 등장한다. 각 인물의 향후 이력을 보여주는 부분은 반란군이 주요 관직을 독식했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연출을 맡은 김성수 감독은 ‘관객들이 신군부 기념사진을 통해 역사를 돌아보고 사건에 대해 판단하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

반란이 성공하고 하나회 인사들은 대통령, 국회의원, 장관 등 승승장구하며 신군부로서 군사정권을 이어간다. 반면 이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이태신은 이등병으로 강제 예편당하고 신군부 측에 납치됐던 계엄사령관 정승화는 징역살이를 면치 못하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제목인 서울의 봄은 박 대통령 서거 다음 날인 1979년 10월 27일부터 이듬해 5월까지 민주화라는 희망을 품은 기간을 뜻하는 말이다. 영화에서는 민주화 운동이 아닌 12·12 군사반란과 군부 관련 내용만 담아 아쉬움이 남는다.

<서울의 봄>은 그날 밤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인물들의 권력욕, 정의감과 두려움 속에서 내리게 되는 판단과 결심을 긴장감 있게 다룬다. 현대사에 큰 영향을 가져온 그날을 보며 지금의 우리 사회를 만들어 온 역사적 사건을 되새길 수 있는 기회다.

이서연 기자 noyoeseel@h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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