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가사키 평화 컨퍼런스 참가자 일동
▲ 나가사키 평화 컨퍼런스 참가자 일동

 

나가사키 시립 원자폭탄 피해자 추모 기념관(이하 기념관)에서 주최한 ‘2023 나가사키 아시아 청년 평화 네트워크 프로그램 청년 컨퍼런스’에 우리 학교가 참가했다. 나가사키 피폭 79주기를 맞아 ‘나가사키를 마지막 원자폭탄 피해 도시로’란 표어 아래 지난달 12일부터 17일까지 개최됐다.

우리 나라 대표로 평화와 공공성센터에서 모집한 4명의 우리 학교 학생과 1명의 대학원생이 참가했다. 이외에도 미국, 말레이시아에서 초청받은 학생들과 나가사키 현지 재학 및 유학 중인 학생들이 컨퍼런스 참가를 위해 나가사키에 모였다.

주최 측은 학생들의 항공권과 숙박비 등 경비 일체를 지원했다. 학생들은 사전에 세차례 원격 강의를 통해 핵무기와 피폭자에 대한 역사를 교육받았다.

지난달 12일에 모든 학생이 입국을 마치고 13일부터 환영 인사와 평화공원 안내가 이뤄졌다. 한국 학생들에게는 특별히 원자 폭탄에 의해 희생된 조선인 피해자 위령비를 견학하고 추모하는 시간이 제공됐다. 기념관과 위령비를 포함한 시내 곳곳에는 물을 달라 외치며 죽어간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수원이나 물병이 배치돼 있다. 이 후 ‘그라운드 제로’라고 불리는 폭심지와 평화 동상을 견학한 학생들은 평화와 핵병기의 무서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14일에는 본격적인 컨퍼런스가 시작됐다. 나카무라 케이코 나가사키 대학 부설 핵무기 철폐 연구소장의 강연과 원폭 생존자인 미세 세이치로의 강연을 진행했다.

대부분의 피폭자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되짚어가며 경험담을 전하는 것을 꺼리지만 미세 세이치로 씨는 고령에도 영어를 배워오는 열의를 보여주며 학생들을 감동시켰다. 그는 자신이 살아남게 된 경위와 당시 나가사키에 일어난 비극에 대한 경험을 학생들에게 들려줬다. 그는 “당시는 일본이 최강이라 교육받았지만 애초에 전쟁을 시작한 것 자체가 어리석은 짓이었고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일본의 군국주의와 그 대가에 대한 의견을 전했다.

15일 그룹별 토의와 발표가 이어졌다. 핵무기의 존재 의의와 해결 방법을 주제로 진행된 토의에서는 학생들은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많은 학생이 핵무기가 자국을 지켜줄 것이라는 잘못된 신념이 핵무기를 존속시키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특히 한반도 핵 문제에 대한 토의에서 한국 참가자들은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일본에 투하된 원폭으로 광복을 맞은 역사와 북한의 핵무기로 위협받는 일상에 대한 경험을 외국 학생들과 나누며 적극적인 자세로 임했다.

마지막 날에는 학생들이 평화와 비핵화를 위해 개개인이 수립한 장-단기 계획을 발표하는 시간을 끝으로 컨퍼런스는 종료 됐다.

<한신학보> 기자는 지난달 26일 나카무라 케이코 연구소장 및 참가 학생 두 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나카무라 케이코 연구 소장은 “세계는 점점 더 분열적이고 대립적으로 변하지만 사람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노력한다면 세계는 분명히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것”이란 격려를 남겼다.

참가 학생 중 한 명인 이수민(경영·3)은 “컨퍼런스에서 평화학을 처음 접했고 평화 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나가사키 대학 소속으로 컨퍼런스에 참가한 야마시타 사에는 “제 조부께서도 피폭 생존자인 만큼 비핵화를 절실히 바라고 있으니 함께 노력해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번 컨퍼런스의 성과는 세계 각 지역의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모여 얼굴을 맞대고 평화에 대해 의논할 자리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국제 안보 불안정으로 핵무기 사용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시점에 참가 학생들이 보여준 열망과 연대가 세계 평화를 위한 단초가 되기를 기대한다.  

▲ 그룹 토의를 진행중인 참가자들
▲ 그룹 토의를 진행중인 참가자들

문종연 수습기자 foxhunter12@h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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