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대학 커뮤니티 어플 ‘에브리타임’
출처 | 대학 커뮤니티 어플 ‘에브리타임’

수강 신청은 한 학기 일정을 좌우하는 중요한 학사 일정이다. 전체 수강 신청이 끝나면 원하는 강의를 수강하지 못해 슬퍼하는 동료 학우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학생들은 수강 신청에 실패하면 대개 다음 학기를 기약하거나 과목의 정원이 증설되길 기다린다. 하지만 우리 학교를 포함한 여러 대학에서 강의 거래를 통해 원하는 과목을 수강하려는 학생이 늘고 있다.

수강 신청 직후 대학 커뮤니티 어플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 강의를 판매 하거나 구매하는 글을 흔히 볼 수 있다. 강의 거래는 주로 구매를 희망하는 학생이 판매자와 에타 쪽지로 가격을 흥정하는 방식이다. 금액이 확정되면 판매자가 수강 과목을 취소하고 이를 구매자가 바로 신청하며 거래 행위가 이뤄진다.

많은 학생이 거래 과정에서 사기를 경험한다. 판매자가 구매자와 합의하고 수강을 취소해도 제삼자가 우연히 해당 과목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매자의 선결제를 유도하고 그대로 연락이 두절 되기도 한다. 수강 신청이 범죄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A씨는 강의 거래 과정에서 사기를 당했다. 에타에서 원하는 강의 판매 글을 보고 오픈채팅방으로 돈을 입금했으나 판매자는 거래를 진행하지 않고 그대로 채팅방을 나갔다. 오픈채팅방은 판매자의 개인정보와 계좌가 노출되지 않아 신원 추적이 어렵다. 경찰에 신고하려 해도 본인이 거래를 시도한 사실이 신고를 주저하게 하고 비교적 소액인 피해 금액 때문에 접수조차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원하는 강의를 수강하려는 학생과 금전적 이익을 얻으려는 학생 간의 잘못된 수요-공급 관계는 학생 개인 차원에서 끊어내기 어렵다. 타 대학에선 구조적으 로 강의 거래를 방지하고자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경희대학교는 수강 신청의 취소와 신청 시간 사이 시차를 두는 ‘취소-신청 지연제’를 시행 중이다. 이화여자대학교는 정원이 마감된 과목이더라도 대기 순번을 발급받는 ‘대기 순번제’를 마련했다.

학교 측은 강의 거래 성행에도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학교 정보 공시에 따르면 강의 수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약 1,800개에 머물다 지난해 약 300개 정도가 증설됐지만 대부분 20명 이하 소규모 강좌의 증가다. 수강할 수 있는 매력적인 강의가 적어 소수 인기 강의에 학생들이 집착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은 원하는 강의를 들을 수 없다는 불만과 돈으로 강의를 사는 이들에게 부조리를 느끼며 이중고를 겪는 중이다. 치열한 수강 신청 경쟁 속 강의 거래 근절을 촉구하는 학생들과 ‘부실한 강의 구성에서 강의 거래는 필요악’이라고 주장하는 학생들 간 대립이 첨예하다.

강의 거래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은 강의의 질적 향상이다. 몇몇 학생이 특정 강의에 돈을 써 가면서까지 매달리는 반면에 많은 강의가 학생 부족으로 폐강되는 실정이다. 강의 거래 근절을 위해 당장 양질의 강좌를 확보하는 게 어렵다면 학교와 학생 간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한 수강 신청 시스템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종연 수습기자 foxhunter12@h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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