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성희롱 논란 등으로 방송활동을 중단했던 샘 오취리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1월 31일 유튜브 채널 ‘주빌리’에서 한국의 캔슬컬처가 강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3년 전 샘 오취리는 흑인 분장으로 보이는 의정부고 졸업사진을 SNS에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는 지난 2019년 3월 SNS 게시물에 달린 성희롱성 댓글에 동조해 논쟁이 붉어졌다. 여론 악화로 그는 지난 2년간 함께한 프로그램 대한외국인에서 자진 하차했다.

사회적으로 용납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언행을 한 유명을 고발하고 배척하려는 문화가 캔슬컬처다. 부당한 언행으로 명예가 실추되고 대중들은 보이콧하는 방식으로 처벌한다. 반면 반대 의견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표현의 자유 침해와 범죄자가 회개했을 가능성을 무시한 채 적용되는 점을 지적했다.

사적 제재는 캔슬컬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적 제재 국가 또는 공공의 권력이나 법률이 아닌 개인이나 사적 단체가 범죄자에게 벌을 주는 방식이다. 이러한 제재는 범죄자가 자기 죄에 응당 대가를 치르지 않았다는 인식에서 시작된다. 보통 형벌은 범죄 예방, 응보, 범죄자 교화 등의 목적을 가지고 법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사적 제재는 범죄자를 처벌하고 싶은 개인의 욕망에서 비롯된다.

디지털 교도소는 지난 2020년 6월부터 성범죄자로 추정되는 사람의 신상정보를 무단으로 공개했다. 이곳에 신상이 올라간 한 대학 교수는 경찰 수사를 받고 혐의없음이 드러났다. 그는 무혐의가 밝혀진 뒤 ‘죽음에서 벗어난 것 같다’는 심정을 전했다. 이러한 사건들은 불법적인 사적 제재의 한계를 보여줬다.

캔슬컬처는 유명인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개인 판단에 휘둘려 심판하는 곳은 공평하다고 볼 수 없다. 홍준표 대구광역시장 역시 수많은 막말 논란과 자서전 내용이 문제가 됐다. 그렇지만 강력한 지지층이 있어 현재 대구광역시장에 당선돼 임기 중에 있다. 반면 샘 오취리는 흑인 차별을 지적하는 메시지는 묻혔으나 성희롱과 인종차별 등의 논란으로 한순간에 사회에서 캔슬됐다. 논란이 가중되자 샘 오취리는 물의를 일으킨 점에 사과했지만 대중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죄를 지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타인의 잘못에 합당한 책임을 물리겠다는 헛된 정의감에 사적 제재를 가하면 안 된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자는 죄질을 고려해 합당한 방식으로 죗값을 치러야 한다. 모두가 이성적이고 성숙한 문화를 조성해 제대로 된 죗값을 치른 죄인에게 재사회화의 기회를 주는 것이 우선이다.

박준서 수습기자 parkjunseo@hs.ac.kr

※ 위 에세이는 기자 개인의 생각으로 <한신학보> 전체 방향성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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