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승엽 (철학‧4)
| 허승엽 (철학‧4)

노머시 컴퍼니(NoMercy Company)는 올 여름 출범한 인디 록 음악 레이블이다. 설립자 겸 베테랑 기타리스트 염명섭의 추진력이 돋보이는 구성체라고 할 수 있다. 이곳이 발족하기 이전부터 그가 리더로 있는 메탈 밴드 해머링(Hammering)은 ‘노머시 페스트’라고 불리는 기획 행사의 중심에 있었다. 이것은 록을 하는 아티스트들의 연대를 도모하는 퍼포먼스의 토대이자 전부였고, 이를 통해 인디의 힘이란 예술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한다는 사실을 환기할 수 있었다. 축제의 수익금이 소아암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위한 기부금으로 꾸준히 전달되기도 하였으니 사회적 의의 또한 뚜렷하다. ‘공연은 무자비하리만치 화끈하게, 공연을 통한 삶은 두터우리만치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독립 브랜드로서 노머시가 갖는 존재 가치이다.

사업체로의 확장, 전환 이후 이곳은 일곱 팀의 밴드가 모이는 터전이 되었다. 해머링을 위시하여 혼성밴드인 세이트(CEIGHT)와 플린트(FLINT), 전자음 기반의 뉴클리어 이디엇츠(NUCLEAR IDIOTS, 이하 NDT), 정통 하드 록/메탈의 고유명사들인 마크로스 아이엔씨(Markros Inc.), 벤이지 (VENEZ), 알포나인틴(R4-19)이 그들이다.

이들은 7팀 7색의 프로덕션을 각자 일임하여 최근 레이블의 첫 컴필레이션 앨범인 [7 Lights of a Prism](2023)을 완성시켰다. 해머링의 빨강서부터 세이트의 보랏빛에 이르는 7곡이 쉴 새 없이 청자의 고막에 불어 닥친다. 무지갯빛을 굴절시켜 퍼뜨리는 프리즘에 빗댄 작품 타이틀이 노머시의 행로를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이들에겐 시작 역시 결코 미약하지 않다. 문화를 함께 추동하는 동반자로서 신뢰가 구축된 까닭이다.

슬래핑 베이스로 시작하는 해머링의 ‘OMEGA(빨)’와 마크로스 아이엔씨의 하드 록 희망가 ‘Good Signal(주)’가 솟구치는 음부(音符)로 선제 타격을 가한다. 이후 마주하게 되는 다섯 색깔의 악곡 역시 연속적으로 진격하며 청자에게 실제적인 기운을 터준다. 플린트의 ‘Rain(노)’은 스타일리시한 향취를 풍기며 쾌속으로 달리고, NDT의 ‘Firecracker(파)’는 비트와 악기 세션 간의 직선적 합이 돋보인다. 벤이지의 ‘Persona(초)’와 알포나인틴의 ‘One By One(남)’에는 멜로디를 파쇄할 듯한 보컬과 리프, 드럼의 야생성이 유감없이 반영되어 있다. 그리고 개체의 정념과 욕망을 곱고 끈질기게 파고드는 세이트의 ‘W(보)’가 정력을 풀어내고서야 노머시의 첫 번째 연합극은 막을 내린다. 마치 무뎌지는 진심이란 없다는 듯, 색깔의 관계에서 보색 대비를 이루는 사운드의 성분들이 앨범의 존재감을 위해 바지런히 적용되었다.

이 순간 이 앨범의 색조를 안내하는 필치와 트랙을 가르는 음표들은 지금 여기에 특별하게 나타난다. 이내 그것은 작품을 만나는 이들이 자기 삶의 리듬을 가시화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그래서 ‘프리즘의 일곱 빛들’은 현전인 동시에 암시이기도 하다. 필자에게는 마지막인 해당 오피니언을 통해 노머시와 그들의 과업을 논한 건 순전히 그들에 대한 경의 때문만은 아니다.

범상하게 유지되는 듯 보이는 현실을 예술과 꿈의 박자로 채색한 노머시의 과실(果實)이 또 다른 타자에게도 영속적인 삶의 의지를 자극하는 구심점이 되길 바란다. 마왕 신해철이 밴드 넥스트(N.EX.T)의 노래(〈영원히〉)에서 외쳤듯, 꿈은 영원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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