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세희 (사회·2)
| 황세희 (사회·2)

어느 날 문득 익숙한 동네와 사람에서 벗어나 국가도, 인종도 다른 곳에 툭 떨어 지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유럽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내가 선택한 여행지는 바로 이탈리아였다. 수많은 국가 중 콕 집어서 이탈리아라니, 거창한 이유라도 있을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그냥 유럽으로 가는 비행기 중 이탈리아행 티켓이 가장 저렴했다. 그래도 약간의 계기가 있다면, 우연히 파스타 레시피북을 보다 이탈리아에 가서 직접 현지 요리를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여행을 결심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그렇게 나는 아무 계획 없이 이탈리아로 떠났다.

그렇게 도착한 첫 도시는 로마였다. 듣던 대로 정말 건물 하나하나가 유적지 같았다. 숙소로 가는 길조차 좋았다. 모든게 순탄했다. 그러나 여행의 진정한 묘미는 바로 예상치 못한 일의 발생으로부터 시작한다. 로마 에서 묵을 숙소를 미리 예매하고 갔는데, 날짜를 착각해 숙박을 날리게 되었다. 갑작스레 발생한 황당한 상황에 당황했지만 침착 하게 그 자리에서 다른 숙소를 예매했다. 순간적으로 낯선 나라에서 갈 곳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나의 바보 같은 실수로 돈을 날린 어이없는 상황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결국 나는 부모님을 안심시켜드리고자 건 통화에 울컥하고 말았다.

로마 한복판에서 훌쩍이며 혼자 걸어가는 사람은 타인의 걱정을 사기에 충분하다. 몇몇 사람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며 지나갔고, 급기야 한 사람은 나에게 다 가와 걱정까지 해주었다. 예상치 못한 관심에 무안해져 정신을 차리고 다시 걷기 시 작했다. 울적한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눈에 담기는 아름다운 풍경과 냄새에 홀려 사먹은 샌드위치에 금세 행복해졌다. 참으로 단순하다. 여행의 흐름은 대략 이런 느낌이었 다. 그 이후로도 종종 힘들고, 지치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놓이면 여전히 무섭고 겁이 났다. 그러나 그림 같은 풍경과 끝내주게 맛있는 음식 그거 하나면 다시 행복해져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여행 중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세상을 경험했다.

두 번째 도시인 피렌체에 있을 당시, 숙소에서 만나 친해진 튀르키예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와 여행에 대한 감상을 공유하기도 하고, 각자 살아온 삶에 대해 이야기하 며 밤새 수다를 떨었다. 베네치아에서는 기차역에서 우연히 한국 사람을 만나 함께 동 행한 적이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한국인이라 낯가림과 같은건 고민할 시간도 없이 너무 반가웠다. 무엇보다 둘이 다닌 덕분에 레스토랑에서 음식도 여러개 시켜 함께 나눠먹고, 사진도 서로 실컷 찍어줄 수 있어서 좋았다. 그 외에도 여행 중 있었던 일 어느 하나 기억에 남지 않는 것이 없다. 두우 모 성당의 압도적인 스케일, 베네치아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먹었던 버섯 리조또,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사람들을 모아놓고 야바위를 하던 상인까지 전부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다.

특히 마지막 날 다시 방문한 콜로세움 앞에서 많은 감정이 느껴졌다. 첫날 작은 사건 하나로 슬퍼하던 내가 웃기기도 하고 그 순간을 즐기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나’라는 사람과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경험이었다. 이제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기념품으로 산 초콜릿을 까먹으며 다음 여행을 준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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