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하람 (종문·4)
| 김하람 (종문·4)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지 오늘로 8일째를 맞았다. 한 달 전에 예약 잡아 놓은 수술이 뒤로 밀리고 검진조차 계 속 밀리는 상황이다. 응급실은 당연히 초토화 상태다. 병상이 모두 차 있는 상황으로 응급 환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 결국 길 위에서 생을 다하거나 몇 시간이 지난 뒤에야 처치를 받는 환자들이 발생한다. 요즘 인터 넷 뉴스만 들어가도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다’, ‘제발 병원으로 돌아와 달라’라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의대 정원 확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약 3년 전에도 매년 4천명씩 늘리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의사들의 반발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무산됐다. 지난해 10 월쯤 현 정부가 다시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2월 6일에 보건복지부 장관이 2006년부터 묶여있던 의대 정원을 과감하게 풀고 2025년부터 2천 명을 증원한다고 발표했다. 증원 규모 발표 이후 대한의사협회 주도하에 서울 5대 병원을 포함한 전국 다수 병원 의사들이 휴진, 사직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추가로 의과대학 재학생들도 집단휴학을 결의하면서 때아닌 의료계 공백 우려가 계속되 고 있다.

결국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이 바로 옆에서도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항암 치료를 받기 위해 한 달 전부터 예약했지만, 병원에 가니 앞 순서가 밀려 오늘은 불가능 하다는 말을 듣고 돌아온 지인도 있다. 요즘 친구, 가족들을 만나면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로 “이제는 아프거나 다쳐도 안 돼”라는 대화하기도 한다. 이게 맞는 상황일까? 예의상 했던 “아프지 말고 건강해라”라는 말과 의미가 너무나 다르다.

환자뿐 아니라 간호사와 남아있는 의료 진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병원에 나오지 않아 그들의 역할을 간호사들이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연차가 어느 정도 쌓인 간호사 들은 전공의를 대체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일반적으로 간호사와 전공의 역할은 다르고 각자가 하는 일도 있고 남은 의료진들도 자신 일과 전공의 일 등 몇 배로 일을 해야 한다.

 매번 정부와 이견이 좁혀지지 않던 의료계. 이제는 서로의 말을 들어야 할 때가 아 닐지 생각한다. 그저 각자의 주장만 고집한다면 이 문제는 언제가 되어도 끝나지 않는다. 극단적으로 예시를 들게 된다면 저출산 시대라고 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하면서 산부인과 진료를 받지 못하고 출산이 임박해 있는 산모들이 제대로 관리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나.

솔직히 말하면 의사들을 위한 정책, 간호 사를 위한 정책, 전공의를 위한 정책 등등 자세하게 알고 있진 않다. 하지만 이번과 같은 전공의 사직, 의대생 휴학 등 이런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분명히 정해진 정책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를 정부와 제대로 풀어내지 않는다면 이제 우리나라는 ‘K-의료’를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K-의료는 코로나19 유행 당시 생겨난 단어다.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 의료 업종 소비가 증가 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K-의료와는 굉장히 먼 거리를 보여주고 있다. 의료계에 종사하기 위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국민을 위해, 환자를 위해 존재하는 업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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